영화 '원스'가 뮤지컬로 돌아왔다.

1 영국판 <원스>의 출연 배우들. 2 한국판 <원스>의 주연을 맡은윤도현과 전미도.

격정적으로 흐느끼는 뮤지션의 목소리가 카페와 바, 거리 어디에서든 흘러나오던 때가 있었다. ‘Falling Slowly’를 비롯해 수많은 곡을 머릿속에 남긴 영화 <원스>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제작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뮤지컬의 성공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거다. 노래가 극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뮤지컬에서, 노래가 끝내주는 것보다 믿음직한 건 없으니까! 하지만 정작 창작자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앤디 윌시와 연출을 맡은 존 티파니는 두 남녀의 심리변화에 초점을 맞춘 잔잔한 이 영화가 뮤지컬로 만들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다니 말이다. 딱 이틀만 고민해보려던 두 사람은 결국 무대 위 사람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오케스트라 대신 출연자 모두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더블린의 소박한 술집이 무대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화려한 군무도 없다. 무대 위 출연자들은 각자의 악기를 들고 손뼉을 치며 추임새를 넣거나 발을 구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작진의 경력까지 겸손한 것은 아니다. <아메리칸 이디엇>의 안무가 스티븐 호겟, <맘마미아>의 음악감독 마틴 로우, <회전목마>와 <아이다>로 토니상을 다섯 차례나 수상한 무대 디자이너 밥 크로울리 등이 <원스>의 제작진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2012년 브로드웨이 초연에서 <원스>는 토니상의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베스트 뮤지컬상을 포함한 8개 부문에서 수상했으며, 2013년 웨스트엔드에서는 올리비에 상을 두 개 거머쥐었다. 이런 바다 건너 소식은 뮤지컬 <원스>가 어떤 모습일지 한층 기대를 부풀렸다.

 

올 12월 개막을 앞둔 한국판 <원스>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원스>는 래플리카 뮤지컬이다. 최근 대부분의 라이선스뮤지컬이 ‘현지화’되는 것과 달리 <원스>는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거의 변경되는 게 없다. 12명의 배우가 오케스트라 없이 직접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만돌린, 아코디언,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고 노래해야 하는 극의 특성상 연주까지 잘하는 배우를 찾아야 했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장장 5개월간 대규모의 오디션이 펼쳐졌다. 2차 오디션에는 연출가 존 티파니와 음악감독 마틴 로우가 직접 내한해 한국 무대를 이끌 주인공을 직접 선정했다. 그리고 그 결과, 가이 역에는 윤도현과 이창희가, 여배우에는 전미도와 박지연이 낙점됐다. 훌륭한 아티스트이긴 하지만, 이들은 최근 뮤지컬계에서 가장 ‘핫’한 배우는 아니다. 이러한 캐스팅에 대해 <원스> 한국 프로덕션의 프로듀서 박명성은 “이 작품에서 요구하는 재능을 다 가지고 있는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 결과 전혀 예측하지 않은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다”라고 답했다. 노래 실력뿐 아니라 <원스>의 감성을 이해하고, 악기 연주 실력, 춤과 무대 매너까지 갖춘 배우를 찾기가 그만큼 까다로웠다는 의미다. 가이 역으로 캐스팅된 윤도현 역시 ‘데뷔 이후 오디션을 본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최선을 다했어요. 오디션을 마치고 스스로 ‘내가 정말 열심히 했구나’ 했을 정도예요. 남자주인공 가이와 저는 닮은 점이 있어요. 바로, 한평생 기타와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죠.”

 

기타 연주를 사랑하는 청소기 수리공과 꽃집에서 일하는 체코 이민자인 여자. 서로에게 젖어드는 두 사람의 감정을 일주일간 쫓아가는 뮤지컬 <원스>는 음악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만큼 공연 시작 전부터 배우들이 각자의 악기를 들고 즉흥 연주를 펼칠 예정이다. 음악의 선곡은 매일 달라지며, 관객들은 공연 전이나 인터미션 시간에 배우들의 즉흥 연주를 즐길 수 있다. 함께 연주하고 함께 노래를 부를 때의 일체감과 즐거움, '음악'이 가진 궁극적인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뮤지컬 <원스>의 원천이다. ‘Falling Slowly’, ‘If You Want Me’, ‘Gold’ 등 오리지널 곡 외에 뮤지컬을 위해 추가된 곡들이 극에 어떻게 녹아들지 한번 상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어쨌든 영화 <원스>의 OST를 무한 반복한 후 좌석에 앉을 것! 개막일은 12월 14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3월 29일까지 올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