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 열차>와 <경주> 등 여행을 떠나며 시작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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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스본행 야간 열차> 2 <에브리 잭 해즈 어 질> 3 <온 더 로드>

영화에서 ‘여행’은 중요한 사건으로 작용한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는 ‘여행’은 그 자체로 엄청난 사건이 되니까. 이달, 영화 속에서 여행은 어떤 이야기를 가져올까?
점점 더 멋진 주름을 자랑하는 제레미 아이언스. 그는 이달 <리스본행 야간 열차(Night Train to Lisbon) >에 탑승하게 되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구성되는데, 현재의 제레미 아이언스는 스위스 베른에서 빨간 트렌치 코트를 입은 묘령의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가 두고 간 코트 안에는 한 권의 책과 15분 후 떠나는 ‘리스본행 야간열차’ 티켓이 들어 있다. 그는 이 기차를 탄다. 과거의 이야기는 1975년 빨간 카네이션 혁명이 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과 유럽에서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파스칼 메르시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인 영화 <스틸 라이프(Still Li e)>는 올 초 개봉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떠오르게 한다. 아주 평범한 한 남자가 자신이 사는 일상 밖으로 여행을 떠나고, 예기치 않은 모험을 하게 되는 일이 그렇다. 하지만 <스틸 라이프>의 모험은, 월터의 상상처럼 스펙터클하지 않다. <스틸 라이프>의 주인공 존은 고독사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런던의 공무원이다. 어느 날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살던 아파트 맞은편에서 죽은 채 발견된 알코올 중독자 노인 빌의 장례를 치러주기로 한다. 하지만 죽은 빌의 삶은 단조롭지도, 평범하지도 않았다. 존의 여행은 바로 빌의 과거를 찾아가는 일이다.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며 혼자 살던 그 앞에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신민아와 박해일은 경주로 떠났다. 영화 <경주>에서 박해일은 친한 형의 장례식 소식에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북경대 교수 최현을 연기한다. 문득 7년 전 죽은 형과 함께 봤던 춘화 한 장이 떠올라 충동적으로 경주로 향하는 최현. 춘화가 있던 찻집에서 만난 윤희(신민아)에게 춘화의 행방을 묻다가 변태로 오인받는다. 하지만 윤희와 최현은 다시 마주친다. ‘7년을 기다린 로맨틱 시간 여행’이라는 홍보 문구보다 홍상수의 영화가 생각나는 스토리지만, 감독은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에서 아티스트로 인정받은 장률이다. 모든 여행이 미스터리한 것만은 아니다. 여행에서 만난 우연찮은 사건으로 시작되는 로맨틱 영화 <에브리 잭 해즈 어 질(Every Jack has a Jill, Shoe at Your Foot)>도 있다. 우연한 기회로 프랑스 여행권에 당첨된 잭. 하지만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여행가방을 잃어버리는데, 가방은 파리의 저널리스트 클로에에게 배송된다. 호기심에 가방을 열어본 클로에는, 가방 안에 자신의 일상을 담은 사진과 메시지를 담아 잭에게 보낸다. ‘여행의 악몽’인 가방 분실 사건이, 로맨스의 시작이 되다니!
본격적인 로드 무비가 그리워졌다면 <온 더 로드(On the Road) >를 권한다. 비트 세대의 아이콘인 잭 케루악의 원작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가렛 헤드룬드, 크리스틴 스튜어트, 커스틴 던스트, 에이미 아담스가 덴버,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등 미대륙을 횡단하는 길 위에서 눈부신 청춘의 한때를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