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가장 사랑하는 장르가 있다면 역시 드라마다.

1 빌 머레이 주연의 <세인트 빈센트>. 2 <이별까지 7일>. 3 <아이 킬드 마이 마더>.

영화가 가장 사랑하는 장르가 있다면 역시 드라마다. 어린 나이지만 만만치 않은 작품을 쏟아내며 될성부른 재목임을 증명하고 있는 자비에 돌란. 그 역시 줄곧 드라마 장르에 매진 중이다. 최근 인기에 힘입어 19세에 만든 첫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도 정식 개봉을 앞두게 되었다. 지난 연말 개봉한 <마미>와는 다른 작품이니 헷갈리지 말길. 그는 겨우 16세에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 이 영화로 자비에 돌란은 62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3관왕을 달성해, 일약 영화계의 총아로 거듭난다. 17세 소년과 엄마의 치열한 애증 관계를 다루는데, 문제적 소재와 남다른 영상미 등 자비에 돌란의 세계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자비에 돌란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꼭 챙겨 봐야 할 영화다. 일본에서 인정받는 이시이 유야 감독의 <이별까지 7일>도 가족을 소재로 택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동경가족>과 함께 가족영화 3부작을 완성하게 된 <이별까지 7일>은 단순히 건망증이 심하다고 생각했던 엄마가 뇌종양 말기라는 것에서 시작한다. 엄마와 아빠, 두 아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일주일이다. 마지막 7일 동안 가족은 갑작스러운 헤어짐을 준비해야만 한다. 하지만 엄마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뇌종양은 점점 엄마의 기억을 지운다. 믿음직한 장남은 츠마부키 사토시, 막내아들은 이케마츠 소스케가 맡았다. 이들 형제의 호흡은 꽤 좋았는데, 그래서 이시이 유야 감독과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마츠 소스케는 야구를 소재로 한 <더 밴쿠버 아사히>에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세인트 빈센트>는 언뜻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그랜 토리노>를 떠오르게 한다. 외로운 노인과 아버지가 부재한 소년의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 그리고 유사 부자관계 같은 것들이 말이다. 그러나 주연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닌 코미디로 유명한 빌 머레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오면 영화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노선을 걸을 거라는 게 짐작 가능하다. 엄마와 단둘이 새로운 동네에 이사 온 올리버는 옆집의 까칠한 할아버지 빈센트와 사사건건 부딪히게 된다. 빈센트는 올리버를 데리고 유해한 곳만 골라서 간다. 경마장, 술집, 그리고 스트리퍼를 애인 삼아 소개하기도 한다. 올리버에게 올리버를 괴롭히는 친구들에게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둘은 가까워지지만 현실의 온도는 점점 차가워질 뿐이다. 작은 영화임에도 관객들의 반응이 대단해서, 별다른 홍보 마케팅 활동 없이 미국에서 8주간 박스 오피스를 굳건히 지켜낸 저력을 보였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점점 페이소스가 짙어지는 빌 머레이의 연기가 일품이다. 빌 머레이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어워드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다시 한 번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올리버 역을 맡은 아역배우 제이든 리버허도 제대로 이름을 알렸다. 병에 걸려 서서히 변해가는 몸과 마음. <유아 낫 유>는 지난해 ‘아이스버킷 챌린지’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루게릭병에 걸린 피아니스트 케이트를 따라간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 환자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쓸 때처럼 오싹한 통증에 시달린다는 점에 착안해, 그들의 고통을 경험하고 나누자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만큼 통증이 심하다고 한다. 환자는 서서히 자신의 몸을 제어하지 못하고 그 안에 갇히는 것 같은 괴로움과 공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부와 명성, 가족을 가진 케이트에게 루게릭병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 그녀를 돌보기 위해 가수지망생인 벡을 간병인으로 채용하면서 두 사람의 우정이 시작된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았지만, 케이트는 모든 것을 잃을 위기가 다가왔을 때 비로소 자신이 잃은 것을 생각한다. 그녀는 ‘네 모습 그대로를 봐주는 사람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인생이 끝날 것 같은 마지막 순간에도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이 감추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