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의 인기에 비해 일본 드라마, 중국 드라마는 다소 마니아적이다. 하지만 그 세계에도 명작은 있다. 더운 여름, 열대야에 지치는 밤 당신의 친구가 되어줄지 모르는 일드, 중드!

1 <내일 엄마가 없어> 부모에게 버림받고 아동보호시설, 즉 고아원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엄마가 없다’는 제목은 바로 이런 의미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식을 버리는 부모와, 부모를 기다리는 동시에 새로운 부모를 찾아야만 하는 아이들, 아이들을 좋은 곳에 입양 보내는 것으로 과거의 잘못을 속죄하려는 원장. 고아원에서 사이 좋게 지내는 9살 동갑내기 친구들은 좋은 집으로 입양 가기 위해 친구보다 돋보여야 하는 라이벌 관계이기도 하다. 가끔 다툴 때도 있지만 서로 도와주고 사랑할 줄도 안다. 총 9부작으로 바구니에 버려진 아이 역을 맡은 아역배우 ‘마나짱’ 아시다 마나는 이 드라마로 연기 천재로 떠올랐다.

 

2 <약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 풋풋한 학원물을 좋아한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1년간 모교의 임시 교사를 맡게 된 아오시 선생님과 교내 야구부에 모인 학생들이 만나 펼치는 이야기는 마치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보는 것 같으니까. 13년 전 죠토쿠의 야구부였으나 경기에 져서 우승하지 못한 주인공 아오시는 도쿄대 연구실이 문을 닫게 되어 1년 동안 죠토쿠 고교의 생물 선생님으로 부임해 야구부까지 맡게 된다. 공부는 잘해도 야구는 못하는 야구부원에게 그는 ‘약해도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야구 팬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3 <오센>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어머니로부터 전통 일식집 잇쇼우안을 물려받은 여주인공 오센의 이야기다. 패스트푸드 시대에 시대를 거스르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가마솥에 짚불로 밥을 하거나, 일일이 하나하나 손으로 된장을 만드는 콩을 골라내는 건 예사다. 맛있는 음식의 향연이 펼쳐짐에도 이 드라마를 봐야 할 이유는 음식이 아니다. 바로 여주인공 역의 아오이 유우!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요리면 요리, 목욕이면 목욕, 술이면 술을 탐하는 아오이 유우의 사랑스러운 모습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존재이유!

 

4 <천황의 요리사> 현재 절찬리 방송 중인 드라마로 12부작 예정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팩션이다. 시골의 천방지축 소년이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젊은 나이에 황실의 부엌을 책임지는 천황의 요리사가 된다. 게다가 자신의 요리로 나라의 외교에까지 영향을 준다. 일본 만화의 전형적인 이야기를 갖고 있으나 주인공 토쿠조의 매력과 드라마틱한 사건들, 요리에 대한 열정이 매력적이다. 감동과 눈물, 웃음 등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 있어 일드 입문작으로 무난하다. 히로스에 료코와 불륜설에 휩싸였던 사토 타케루가 주인공을 맡았고, 다른 배우들도 일본에서 인정 받고 있는 좋은 연기자다.

 

5 <최고의 이혼> 두 커플의 이혼과 이별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이 과거의 연인에 의해 폭로된 에이타. 연인이 듣던 노래에 악담을 붙인 것뿐이지만 이야기는 전혀 예상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평소 다른 사람의 취향이나 행동을 욕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뜨끔할 것이다. 제목은 이혼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걸 뜻이지만, 드라마는 다시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기혼자들은 기혼자대로, 미혼인 사람들은 미혼인 대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6 <꿈을 주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과 <인스톨>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소설가 와타야 리사는 우리나라에도 팬이 많다. 그녀의 장편소설 <꿈을 주다>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연예계의 어두운 면을 사실적으로 그려 화제가 되었다.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해 톱스타가 된 유코가 주인공이다. 프랑스인 아버지 토마와 일본인 어머니 미키코는 딸 유코를 오디션에 참가시킨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무라노의 눈에 띈 유코는 점점 인기가 높아지지만, 어머니는 딸에게 집착하고 기업과 미디어는 상품으로 대한다. 11살 연하 소메타니 소타와의 결혼으로 화제가 된 키쿠치 린코와 코마츠 나나가. 오다기리 조 등 화려한 캐스팅을 보는 재미가 있다.

 

7 <오리엔트 급행 살인사건>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걸작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드라마화했다. 후지텔레비전 개국 55주년 특별 기획답게 캐스팅이 호화롭다. 대표적으로 마츠시마 나나코, 니노미야 카즈나리, 안, 타마키 히로시, 타카하시 카츠미 등 모두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 배우다. 열차 객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명탐정인 주인공이 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추리 미스터리 드라마. 1부는 시모노세키에서 출발하는 도쿄행 급행 열차 안에서 사건이 벌어진 뒤 수사에 나선 탐정의 시각을 따라가고, 2부에는 살인 사건이 벌어진 배경을 설명한다. 2부작으로 끝나는 게 마냥 아쉬울 뿐.

 

8 <의사들의 연애 사정> 연애 방법을 잊은 채 일에 몰두하던 외과의가 연상의 여의사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메디컬 드라마. 사내 연애가 금지된 종합병원이 배경이다. 이 병원의 의사인 사이토 타쿠미는 좌충우돌하고, 여의사와는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주연을 맡은 이시다 유리코는 일본의 대표적 골드미스로 40대의 나이를 믿을 수 없는 미모다. <하얀거탑>처럼 권력과 암투가 벌어지지만,  결국은 사랑 이야기인 달콤한 드라마다.

 

9 <아임홈>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지니고 있던 10개의 열쇠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게다가 주인공은 그 유명한 기무라 타쿠야! 직장에서 잘나가던 기무라 타쿠야는 갑자기 사고로 최근 5년간의 기억을 잃는다. 그렇지만 그 잃어버린 기억을 말해주는 사람이 없자 주머니에 있던 10개의 열쇠로 과거를 찾으려고 한다. 주인공이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요리라, 맛있는 음식이 자주 등장한다. 공복에 보다 보면 라면이라도 끓이게 된다.

 

10 <한번 더 너에게 프로포즈> 미야모토 하루와 그의 아내 카나코는 결혼 4년 차의 평범한 부부다. 어느 날 카나코가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지게 되면서, 남편에 관한 모든 기억이 통째로 사라진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건 남편 하루뿐. 부부인데 예전처럼 함께 지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하루는 힘겨워하지만, 그럼에도 아내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는다. 주인공 ‛미야모토 하루’ 역은 다케노우치 유타카, 아내 미야모토 카나코 역은 와쿠이 에미가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