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SNS의 대표주자 페이스북. 한때는 소통의 대명사였던 페이스북이 스트레스 유발자가 된 건 왜일까?

“있잖아, A말이야. A는 페이스북에서 내 게시물에만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 것 같아. 그리고 나한테만 댓글을 달지 않는다? A가 나 싫어하는 거 아니니?”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또 다른 SNS 풍경. 하나 둘씩 아기가 생기기 시작하는 친구들. 카카오스토리에서 스티커까지 동원해서 귀엽다, 예쁘다고 했더니 한 친구가 말했다. “너, 왜 우리 애한테는 예쁘다고 안 해? 나 섭섭해. 마음에 담아둘 거야.” 모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일어나는 실제 상황이다. 사적인 상황도 이러한데 회사 사람들까지 끼어들면 SNS판 <미생>이 펼쳐진다. “회사 선배, 상사와 모두 페이스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새 게시물이 올라오면 무조건 ‘좋아요’부터 누르죠. 영혼 없는 댓글도 달고요. 사람들이 좋아하고, 팀워크도 좋아 보여야 하니까요. 그래서 SNS에서는 무지 친해 보이지만 저희 그렇게 훈훈한 팀은 아니랍니다.” 패션 브랜드의 한 홍보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은 업무의 연장이라고 했다. 패션지 편집장들과 에디터들이 타임라인이나 인스타그램에 뜨면 좋아요를 누르고 재치 있는 댓글을 달기 위해 골몰한다. 이곳에서는 내 맘대로 좋아할 자유도 없다. ‘좋아요’를 강요하는 페이스북 세상! 

언뜻 보기에는 화기애애하고 훈훈한 SNS가 서로에 대한 감시자가 되고 있는 건, 공개적으로 친분을 드러내기 딱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학교 생활, 직장 생활의 인기도가 마치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댓글 순으로 증명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도 한다. 올해, SNS를 휩쓴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비롯한 각종 릴레이를 보라. 이건 어린 시절 수건돌리기 게임처럼 설레면서 긴장된다. ‘아무도 내 뒤에 수건을 놓지 않으면 어떡하지?’ 싶다가 수건이 놓이는 순간, 마음속으로 ‘됐어!’라고 외친다. 마치 예기치 않은 호출에 놀랐다는 듯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SNS는 박탈감을 조장한다. SNS는 선별된 정보만 제공한다. 만약 당신이 요즘 과로에 시달리고, 몹시 우울한 데다 컨디션까지 좋지 않다고 생각해보라. 단것이라도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까 싶어, 요즘 잘나가는 디저트 가게에서 케이크와 커피 한 잔을 시킨 뒤 사진을 찍어 올렸다. 미칠 것 같은 순간의 짧은 위안이었다 하더라도 타임라인에서 그 포스팅을 본 사람들은 그저 당신이 여유롭고 행복하다고 여긴다. 그렇다. SNS에서는 행복한 모습만 보인다. 마치 3대가 모여 사는 주말드라마 속 집처럼 비현실적인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모습이면서 막상 SNS에 접속하는 순간만큼은 그걸 잊는다. 유럽 여행을 떠난 친구,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친구, 쇼핑을 하고 손톱을 아름답게 가꾸며 예쁜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습에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러움’은 우울증으로 곧잘 연결된다. 

작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 연구팀은 300명을 대상으로 페이스북 사용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오래 이용하는 사람은 우울감을 느끼기 쉬우며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었다.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 A그룹에는 페이스북을 20분 동안 이용하게 하고 두 번째 그룹은 같은 시간 동안 SNS를 제외한 인터넷을 사용했다. C그룹 참가자에는 아무런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연구 결과, A그룹은 시간 낭비를 했다고 생각했으며 기분이 우울하다고 답했다. 참가자들은 20분간 페이스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연구진들은 이 결과를 ‘정서 예측의 오류(Affective Forecasting Error)’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항상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페이스북을 하지만 하고 나면 그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이용에 따른 심리적 변화를 조사한 호주 찰스 스튜어트 대학 연구팀은 페이스북 계정에 자신의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한 여성일수록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가 크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페이스북 우울증(Facebook Depression)’이라는 말은 실제로 존재한다.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타인의 모습이 자신보다 더 나아 보인다거나 행복해 보일 때 느끼는 우울감을 뜻한다. 

 

SNS는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뻥’과 과시의 장이다. ‘럭셔리 블로거’처럼 수입 자동차 로고를 걸고 팔찌 사진을 찍거나, 카페에서도 명품 백을 노출하는 건 어떤가? 은연중에 나 자신을 풍족하고 활기 찬 삶을 사는 사람으로 포장하지는 않나. 2015년을 내다보고 출간된 <라이프 트렌드 2015 : 가면을 쓴 사람들>은 올해 라이프 트렌드의 키워드가 SNS에서 가면을 쓴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껏 가면을 써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더 이상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좋아요’에 지친 사람들의 페이스북 엑소더스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책이 내다보는 새해다. 지금, 당신의 페이스북은 행복한가? 

 

Warning!
미국 해버퍼드 칼리지 사회심리학 연구진에 따르면 SNS에 현재 연애 상황과 인맥을 과시하는 게시물을 과하게 올릴수록 사람들의 호감은 떨어진다고 밝혔다. 연구자인 벤저민 리 박사는 사람들은 많은 정보가 공개될수록 큰 관심을 갖지만 그것이 자신의 훌륭한 인간관계를 자랑하는 것일수록 정작 진짜 관계는 좁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