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보이스 코리아>와 <K-Pop 스타>에 열광하고 <슈퍼스타 K>의 다음 시즌이 궁금하다. 아직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겹지 않은 6명의 평론가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

생각해보자.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나의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최소 하나씩의 신데렐라는 탄생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순간, 신데렐라를 향한 관심은 곧 미미해졌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최종 승자가 방송국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톱 밴드>는 달랐다. 이 프로그램은 다른 오디션 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청률이 아니다. 출연한 밴드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려지고 TV 바깥에서 영향력을 얻게 됐다는 사실이다. 지난 2월, 음악 애호가들이 주로 애용하는 ‘향뮤직’에서 지난 한 해의 음반 판매량 순위를 발표했다. 10cm, 장기하와 얼굴들, 검정치마 등이 높은 순위를 기록한 가운데 주목할 만한 흐름은 <톱 밴드> 효과였다. 게이트 플라워스, 포 등 이미 앨범을 낸 밴드들이 상위에 오른 것이다. 앨범을 내지 않은 밴드들 역시 공연이 매진되는 등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 밴드 음악의 특성상, TV보다는 공연장에서 이들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리메이크 뿐만 아니라 자작곡으로도 경연을 벌이는 것이 새로웠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돌이나 보컬리스트가 아닌 밴드다. 다양성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 것이다. 한국 음악 시장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편중된 구조를 갖고 있다. 2007년 문화컨텐츠 진흥원의 대중음악산업동향 보고서에 의하면 발라드와 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시장의 90%에 이른다. 물론 이런 기형적인 구조는 지 금까지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톱 밴드> 는 시장 구조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든 프로그램 이었다. 출연 밴드들이 보여주는 몸짓은 안무가 아닌 즉흥적 그루브였고, 미성 대신에 샤우팅을 들려줬다. 노래 뒤에는 기타와 드럼이 깔렸다. 그들은 록이라는 거대 범주 안에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걸 수개월에 걸쳐 보여줬고, 밴드 음악이 어렵지 않다는 사실 또한 입증했다. 여기에는 트렌드 대신 스타일이, 대중의 취향이 아닌 뮤지션의 개성이 있었다. <톱 밴드>는 이 모든 것을 제시했다.

게이트 플라워스가 처음 <톱 밴드>에 나간다 했을 때, 많은 우려가 있었다.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을 수상할 만큼 인디 신에서 평가받던 그들이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영혼을 파는 거 아니냐, 변질의 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4강까지 올랐을 때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게이트 플라워스는 프로그램 콘셉트에 의해 망가지는 일따위 없이, 클럽에서 하던 음악을 그대로 연주했고 그렇게 자신들을 지켜내며 인지도를 얻었다. 다른 오디션의 승자들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진입하는 순간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것과는 대비되는 현상이다. 게이트 플라워스의 사례 때문일까. 곧 시작되는 시즌 2에는 칵스, 몽니, 데이브레이크 등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타급 밴드들이 대거 참가 신청을 했다. 잃을 게 없다는걸, 망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톱 밴드>가 가진 미덕이자 내가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이유다. –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눈물 없이 간다, <K-Pop 스타>

의 심사위원 양현석은 말한다. “심사위원이기 이전에 시청자로서 김나윤 씨의 문제점이 뭘까 생각해봤어요. 처음 등장해서 불렀던 ‘Falling’은 참 잘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창법이 한 가지라는 거죠. 권투로 말하자면 큰 스윙인데, 처음엔 그거 맞고 다 기절했어요. 그런데 계속해서 그걸 휘두르고 있죠. 동작이 크면 예측 가능하니까 이제는 피할 수 있는 거예요.” 또 다른 심사위원 보아는 말한다. “끝음 처리가 좀 불안해요.” 마지막으로 박진영은 ‘셋잇단 음표’ 같은 전문용어를 동원해 탁월하게 리듬을 타는 능력을 칭찬한다. 양현석의 적절한 비유, 안정적인 보컬에 대한 보아의 조언, 작곡가 박진영의 심화된 분석은 프로그램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각각의 소속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자 소속사의 미래를 찾는 영업자인 동시에, 제작자로 가수로 작곡가로 생생한 경험을 전수하면서 프로그램의 균형을 이루는 전문가들이다. 굳이 웃기려 하거나 다른 장기를 드러내지 않고도 각자의 역할을 통해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형성된다.

<K-Pop 스타>는 웃기려 하지도 않지만 울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극적 효과가 부족하다는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치명적인 약점일 수도 있겠지만, 는 사연의 힘 대신 향상하거나 추락하는 참가자들의 실력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만드는 어려운 길을 택한다. 물론 가끔은 기대치를 벗어나기도 한다. 이승훈, 박정은, 최래성, 엄주휘 등은 보컬리스트가 아니다. 노래 이상으로 춤에 능숙한 모든 심사위원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 재능의 댄서이거나 재치로 스튜디오의 공기를 바꿔놓는 별종이다. 춤과 개인기는 오늘의 아이돌에게 노래만큼이나 요구되는 자질이고 그래서 다른 오디션에 비해 심사위원을 일순간 너그럽게 만드는 능력이 된다. 하지만 결국은 노래다. 수위가 다른 괴짜 이승훈은 예외였지만 노래에 대한 이해가 없는 친구들은 순조롭게 살아남지 못한다.

첫 시즌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지만 <K-Pop 스타>는 딱히 어설픈 구석없이 그럭저럭 매끄럽게 연출됐다. 하지만 여태까지 의미 있는 차별화에 대해 나열했으니 쓴소리를 조금 덧붙이겠다. 생방송이 시작되자 녹화방송 시절의 미덕이 다 사라졌다. 그토록 차이를 강조했으나 결국에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슷한 모양이 나왔다. 최종 후보들의 무대가 투자에 비해 싱거웠다는 얘기다. 비밀병기인 줄 알았던 YG, SM, JYP의 특화된 트레이닝 시스템도 노출 앞에 몸을 사린다. 그토록 비밀스러운 까닭이 사실 ‘별게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 이민희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다음에는 위대하겠지,

<위대한 탄생>의 시즌 2의 마지막 무대를 시청하며 베적삼을 흠뻑 적셨다. 록시크 훈녀이던 배수정이 ‘칠갑산’을 부르고 있었다. 머라이어 캐리의 ‘I’m Free’를 흐드러지게 불러 탄성을 자아내던 그녀가, 어찌하여 콩밭 매는 아낙네가 되어 저 고생을 하는가. 그랜드 파이널의 테마를 ‘한 사람을 위한 노래’로 잡은 제작진은 칠갑산 산마루에서 시청자들에게 석고대죄라도 할지어다. 그만큼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의 파이널은 흡사 <주부가요열창>을 연상케 했다. 이런 결말을 보려고 지난 7개월 동안 천금 같은 금요일 밤을 헌납한 것은 아닐 텐데. 대체 위대한 탄생에 어떤 일이 생겼던 걸까.

<위탄2>를 향해서 만큼은 애정이 각별했다. ‘쇼 메이커 김태원 빼고는 재미가 없었다’는 평을 들은 지난 시즌과는 달리 시즌 2는 ‘이번 만큼은 제대로 한 건 하는 건가!’ 하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으니까. 이선희, 윤상 등 알토란 같은 멘토들만 모아놨겠다, 참가자들 비주얼도, 실력도, 화제성도 지난 시즌에 비해 우월하겠다, 대체 뭐가 문제겠는가. 인상적인 공연도 많았다. 택배 귀요미 최정훈의 ‘If You’ 영상은 스무 번쯤은 반복해 보았고, 김태극의 ‘그대 내 품에’, 한다성의 ‘내 맘이 안 그래’, 정서경의 ‘죄인’은 하루 종일 그 멜로디를 흥얼거릴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다. 애써 연출하지 않아도 멘토와 멘티들이 끈끈한 정으로 뭉쳐 있음이 화면에 뚝뚝 묻어났다. 생방송까지 이대로만 가주기를 바라던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다.

패자부활전부터 그 이후의 생방송 무대들을 떠올려보면 다음과 같은 표현들이 떠오른다. 총체적 난국, 뒷심 부족, 그들만의 리그. 무대 연출은 노래 가사를 그대로 세트에 담아내야 한다는 연출가의 강박이 돋보였으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참가자들은 멘토에게 배운 것들을 죄다 잊고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이 대체 뭘 배운 건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MBC파업으로 인한 긴급MC의 투입 역시 ‘기승전병’의 결말에 한몫했다.

그러니 혹시나 이 글을 시즌 3 제작진이 보게 된다면 발전적인 시즌을 위해 제안 하나 할까 한다. 제발 자막 담당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창의력 대장인 요즘 사람들의 트렌드를 세밀히 관찰했으면 좋겠다. 참가자의 아마추어적인 모습만 부각하는 생방송 무대 역시도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참가자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객과 무대의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무대가 크고, 상금 많이 준다고, 세계 각지에서 오디션을 한다고 해서 위대한 탄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이 개선된다면 나는 기꺼이 금요일 밤 10시를 MBC에 다시 헌납할 의향이 있다. 생방송 무대 직전까지만 보고 넘겨버리기에 위탄은 그간 너무도 아까운 길을 걸어왔다. – 류한마담(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됐다,

수많은 가수 지망생에게 다시금 희망 한 조각을 안겨준 무대가 있다. Mnet <보이스 코리아>는, 뒤돌아 앉은 네 명의 코치가 외모가 아닌 순수한 목소리만으로 자신이 가르칠 팀원을 고른다. 일명 ‘블라인드 오디션’이다.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된 이 색다른 평가 방식은 사실상 도전자 입장에서는 ‘외모 탓’이라는 핑계조차 빼앗긴 막다른 골목이라는 얘기도 된다. 그리고 결국 예선부터 놀라운 가창력의 소유자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기본기는 물론 독특한 음색에 연륜까지 보태어 각 무대마다 감탄을 아니 할 수 없었다. 가르치고 지적하려는 자세 대신에 무대에 몰입하고 즐기려는 코치들의 마인드 또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달랐다.

물론 한 사람은 반드시 탈락해야 하는 1:1 배틀 라운드는 잔인했다. 이미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듀엣 미션을 배틀로 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라이벌이지만 혼자만의 기량을 발휘하기 보다는 절제와 배려 속에서 완성된 최상의 하모니를 만들고, 그 무대가 가져다준 감동이 가시기도 전에 가차 없이 당락이 가려졌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재도전과 패자부활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코치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속출했겠는가. 그나마 반가운 건 경쟁보다 하모니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도전자들 사이에 오가는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비록 탈락을 하더라도 눈물과 좌절에 앞서 멋진 무대 하나를 함께 만들어냈다는 출연자들의 자부심과 만족감이 보였다고 할까?

생방송 무대에 돌입하며 <보이스 코리아>는 활력을 찾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가는 언제나 생방송 무대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녹화 방송에서는 음원을 매끈하니 다듬을 수도 있고 어느 정도 포장이 가능하지만 생방송은 진검 승부다. <보이스 코리아>의 출연자들은 생방송에서도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으니 박수를 받을 만하다.

생방송부터는 코치가 당락을 좌우할 수 없다는 점, 즉 문자 투표만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가린다는 점도 합리적이다. 또한 최종 라운드까지는 팀내에서만 탈락이 가려지므로 코치 간에 괜한 신경전을 펼칠 이유도 없다. 문자 투표 수익금 전액을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게 하는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문자 한 통이 100명의 어린이들에게 물을 공급한다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보이스 코리아>는 이전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단점을 매끈히 다듬은 후 나온 영리한 프로그램이다. 대중의 심리를 꿰뚫고 있다. – 정석희(TV 칼럼니스트)

누구도 이기지 않는다,

“서바이벌이잖아요!” SBS <일요일이 좋다>의 ‘K팝스타’에서 보아가 한말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첫째 계명이다. 우승자가 하나밖에 없는 서바이벌이니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고, 승리하려면 절실해야 한다. 이하이나 박지민 같은 출중한 재능을 가진 소녀들조차 때때로 흔들리지만, 그때마다 절실한 노력으로 위기를 돌파한다. 절실하면 보아에게 마지막 합격 티켓을 원한 이정미처럼 기적의 기회가 생기고, 절실함이 빚어내는 순간이 시청률로 치환된다. 그러나 tvN <오페라스타>는 출연자들에게 절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오페라스타>의 출연자는 성공이 절실한 아마추어가 아니라 성공을 경험한 프로 가수들이다. 100점 만점 대신 장미 한 송이가 최저, 세 송이가 최고인 평가 방식에는 출연자의 자존심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우승 상금은 Mnet <슈퍼스타 K>처럼 몇 억이 아니라 해외여행과 오페라 음반 취입 정도로 작은 대신 출연자들이 오페라를 즐기는 재미는 더욱 커지고, 경쟁 상대는 다른 출연자가 아닌 자기 자신이다. 시즌 1에서 문희옥은 결혼 이후 가슴속에 쌓인 화를 오페라를 배우며 하나씩 풀어갔고, 시즌 2의 박지윤은 ‘성인식’을 부를 당시 논란이 된 섹시 콘셉트로 겪었던 고충을 이야기하며 오페라에 자신의 마음을 담는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면서도 경쟁은 사라졌고, 타인보다 더 잘 불러야 한다는 부담감 대신 배우는 즐거움과 인생의 성장이 담긴다. 어느 순간부터 가수로 크게 활약하지 못한 테이가 시즌 1에서 점차 발전하는 실력으로 대중에게 새롭게 인식되는 과정은 <오페라스타>의 미덕을 잘 보여준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영화 <배틀로얄>처럼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며 생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오페라스타>는 영화 <쉘 위 댄스>의 오디션 프로그램 버전이다. <쉘 위 댄스>처럼 인생의 한 시기를 지난 사람들이 춤 대신 오페라를 배우며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서바이벌을 전제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경쟁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대신 경쟁사회에 지친 사람들의 위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오디션 프로그램의 눈물과 한숨에 지친 사람이라면, <오페라 스타>는 그 휴식처가 될 것이다. 우승과 탈락의 눈물이 아닌, 그저 자신이 무대 위에서 오페라를 부른다는 것만으로 눈물 흘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니 말이다.
– 강명석(<10아시아> 편집장)

승자 독식의 사회는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던 할머니께서 한마디 하셨다. “다들 노래 잘하는구먼, 저 중에서 1명만 뽑아서 상금을 몰아준다고? 세상에 그런 억울한 일이 어디 있냐.” 할머니는 ‘승자독식사회’의 개념을 놀랍게 이해하고 있었다. 나도 할머니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 있을 때마다 그 찜찜한 마음을 홀가분히 지워내긴 힘들다. 각자의 세계가 있는 저 뛰어난 ‘별들’에게 점수를 매기고, 게다가 그중 한 명에게만 상금과 차까지 몰아주다니. 그런데 <슈퍼스타 K(이하 슈스케)>는 그런 불편한 마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공(!)을 세우기도 한 이 프로그램은 음악신에 ‘다양성’이라는 반가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분히 편향적인 음악 시장 한가운데 놓인 리스너로서는 너무도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슈스케>가 아니었다면 장재인 같은 멋진 뮤지션을 대중이 이렇게 빨리 마주할 수 있었을까. 장재인이 Top3에서 탈락했을 때 윤종신이 “그 음악 장르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라는 소감을 말한 것처럼. 얼마 전에는 <드림하이2>에서 김지수를 발견하고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김지수는 <슈스케>가 나름의 생명력을 부여해준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굴은 좀 별로지만 정감 넘치고, 나이는 어리지만 어쩐지 포스트 이문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랄까. 박진영이 ‘너무 아름다워서 아프다’라고 극찬한 버스커버스커는 크라잉넛과 같은 1990년대 홍대 음악 신의 천재 악동들이 2010년대에 부활한 느낌인데, 이런 존재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극적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만약 <슈스케>가 존박 같은 메인스트림의 모범답안이나 공정사회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허각 같은 스타만을 뽑는 프로그램이었다면 나는 <슈스케>를 ‘선정적인 승자 독식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을 것이다. 하지만 <슈스케>에는 허각도 있고, 존박도 있고, 장재인도 있고, 김보경도 있고, 김지수도 있고, 버스커버스커도 있다. 그리고 이미 데뷔한지 오래되었는데, 대중이 몰라본 너무도 훌륭한 밴드인 울랄라세션도 있다. 대중이 외면한 밴드를 <슈스케>는 다시, 대중이 열광하는 방식으로 우리 앞에 되돌려줬다. <슈스케>가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뮤지션을 생명력 있게 호명해준다면 나는 계속 나의 방식으로 이 프로그램을 응원할 것이다. 60초를 숨 죽이며 기다리는 동안, 내가 지지하는 뮤지션의 번호를 열심히 눌러대면서 말이다. – 김윤경(대중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