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에서 남자와 평화롭게, 때론 뜨겁게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은 섹스, 연애, 우정, 재테크, 패션, 그루밍을 가리지 않는다. 남자에 대해 뭐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할까 싶은 것까지 세세하게 끌어 모은 <얼루어>의 남자 대탐구.

걸그룹을 사랑한 남자

세 명의 삼촌팬이 순수하지만은 않은 그들의 팬심을 털어놓았다.

카라는 어설펐다. ‘Rock U’를 부르는 소녀들의 율동은 어딘가 불안했고, ‘Honey’를 부를 때는 어딘가 청승맞았다. 카라 멤버들은 요컨대, 내가 이제까지 반한 여자 아이들과 비슷했다. 그냥 걷기만 해도 나사 몇 개가 흘러내리는 것 같은 어설픔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물론 ‘미스터’ 이후의 그녀들은 더 이상 여동생 같지만은 않다. 허리를 드러내고 엉덩이를 틱탁 튕기던 그녀들은 여자로 훌쩍 자라 있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Step’의 섹시한 골반춤도 자연스럽다. 당연히 나쁘지 않다. 친구 여동생도 여자고, 오빠 친구도 결국 남자니까. 원래 다 그런 거 아닌가? “언젠가부터 네가 여자로 보여.” – 차우진(음악평론가)

오렌지 캬라멜. 일명 오캬. 그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기존의 걸그룹은 상상하지 못한, 상상했으나 차마 부끄러워하지 못한 것을 오캬는 몸소 실현했다. ‘일본 현지 코스프레 행사 사진 모음입니다^^’ 같은 아키하바라에 간 일덕후가 올린 인증샷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을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서 보게 될 줄이야! 전설은 2011년 11월 5일 MBC <음악중심>의 ‘상하이 로맨스’ 무대다. 게임 <스트리트파이터2>의 춘리 복장을 1P, 2P로 나눠 입고 나와 장풍을 쏘고 마지막에는 춘리의 승리 포즈를 그대로 재현하는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나 “야따~!”를 외친 게 나뿐은 아닐 거다. 철저히 계산된 디테일로 무장한 의도적 키치함, 주류에서 소외받았던 남자의 ‘덕후’ 취향을 오캬는 제대로 건드린다. 그리고 나나, 레이나, 리지보다 예쁜 ‘코스프레녀’는 본 적도 없다. – 김봉현(음악 칼럼니스트)

군인 시절 소희를 처음 봤다. 하얀 피부, 수줍어하면서도 무대에서만은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던 모습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 없는 새침한 여자 아이 같았다. 제대 후 우연히 패션 블로그에서 발견한 소희의 일상 사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쭉 뻗은 새하얀 다리, 패션에 관심이 많은 20대 초반의 여자 아이답게 나름대로 시크함을 연출하려 애쓴 것도 귀여워만 보였다. 뭘 좀 아는 남자들은 큰 가슴과 짧은 치마, 망사 스타킹보다는 내면에 뭐가 더 있을지, 어떤 걸 감추고 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여자에게서 더 섹시함을 느낀다. 소희가 딱 그렇다. 나는 그녀가 가진 반전을 상상한다. 상상에서는 뭐든 가능하니까. – 마이큐(뮤지션)

그들만의 여신

여자들은 관심 없지만 남자들은 열광하는 존재가 있다.

아나운서
아나운서는 최고의 이상향이다. 예쁘고 몸매 좋고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2세 걱정도 없을 것 같다. 게다가 그 차분하고 단아한 분위기라니. 우리 엄마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요즘 대세는 남당리 대하보다 제철이라는 정인영 아나운서.

레이싱걸
레이싱걸은 궁극의 몸매를 보여준다. 잘록한 허리,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게다가 한번쯤 여자친구한테 입혀보고 싶지만 잘못하면 맞을 것 같아 말도 못 꺼내는 그런 손바닥만한 옷을 입고 있다. 차보다 ‘걸’들 보러 모터쇼에 간다.

기상캐스터
기상캐스터는 하루에 꼭 필요한 날씨를, 하이톤의 목소리와 생글생글한 미소 띤 얼굴로 전해준다. 아나운서 중에서도 그 친근함이 매력이다. 가끔 우비도 입고 우산도 쓰는데 알고 보면 기상캐스터들은 몸매도 엄청나게 착하다.

배트걸
야구장 아나운서만큼이나 인기 있는 게 배트걸이다. 치어리더보다 인기가 많은 이유는, 배트걸들은 대부분 어리고 뽀얗고 귀엽기 때문이다. 경기장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간식도 사주고, 안마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