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는 지금 가장 뜨거운 한국 소설이다. 출간 세 달 만에 4쇄를 찍었다. 우리를 꼭 닮은 소설 속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이민을 떠난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작가 장강명을 인터뷰했다.

<한국이 싫어서>의 작가 장강명

소설 속에서 계나는 시종일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청자는 누구인가? 
초고를 써놓고 퇴고할 때 청자를 동생인 예나나 새 남자친구가 되는 재인으로 할까 고민했다. 예나였다면 소설 마지막은 “그러니까 너도 호주에 와”라는 권유가 되었을 것이다. 결말을 계나가 ‘난 이렇게 살 거야, 너는 네가 알아서 하렴’이라는 톤으로 마치고 싶었기에 청자는 불특정 개인으로 두었다. 

왜 화자를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정했나?
‘누가 한국을 떠나지? 왜 한국을 싫어하는 거지?’라고 떠올려봤더니 젊은 여성이어야 했다. 한국이 젊은 여성에게 제일 부조리한 사회라고 봤다. 여성 화자로 쓰는 게 좀 부담이긴 했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보면 주인공들이 모두 동일인물 같은데 좀 게으른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지극히 판타지적이지만 절대적인 리얼리즘을 보여준다. 현실이라고 생각하나, 이상론이라고 생각하나? 
매우 정확한 평가다. 나는 ‘현실로 위장한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계나라는 인물 자체가 그렇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이 정도로 단호하고 결연한 사람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영감을 받은 결정적인 사건이 있나?

뉴스사이트 댓글을 보면 ‘아, 이민 가고 싶다’는 식의 한탄이 많다. 요즘에는 아예 ‘탈조선’ ‘헬조선’ 같은 말까지 나온다. 결정적으로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했을 때 여론이 호의적인 걸 보고 ‘이거 써야겠네’ 하고 결심했다.

10년 동안 기자로 일한 경험이 소설을 쓰는 데 장점으로 작용하나? 
사회부, 정치부, 산업부에 있었다. 그런 현장 감각이 소설가로서는 엄청난 자산이다. 커다란 사건 앞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조직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자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아마 지금 돌아가면 데스크가 되어 내근 업무를 할 테니까. 

얼굴도 김태희는 아니고, 서울대를 나오지 못했고 ‘경쟁력 없는 인간’인 계나. 하지만 취업도 했으니 그냥 그렇게 살 수도 있었다. 김태희처럼 성형도 할 수 있고. 계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나?  
딱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돌아이’이다. 계나의 최대 장점도,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사람들은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데 혼자 돌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성공하건 실패하건 언제나 감동적이다.나는 추진력이 있고,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어떤 어떤 한계가 있는지 정직하게 대답하려고 한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남자친구 ‘지명’이 있지 않았나. 계나와 달리 강남 출신으로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아온 지명도 사랑하는 여자를 놓쳐야만 했다. 계나가 결혼을 탈출구로 삼지 않은 이유는? 

결혼이라는 손쉬운 탈출구를 제안받고, 그걸 거부하면서 계나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겉으로는 모든 면이 완벽해 보이는 지명이라는 인물을 설정했지만, 계나는 자신이 그것 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안다.

계나의 일상은 한국에서나 호주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계나는 호주로 갔다.

날카로운 질문이다. 계나의 삶은 외견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달라진 것은 계나의 내면이다. 그런데 그런 내면의 변화는 계나가 한국이라는 틀을 박차고 나왔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했다.

“외국이 아니라면 제주에라도 가서 살고 싶다.” 요즘 20~30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지만, 정작 이주할 자금이 있는 40대 이상은 그런 꿈을 꾸지 않는다. 
애초에 철저히 20~30대 독자를 생각하면서 썼다. 40~50대 이상의 독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수는 없어.” 이 말이 책의 주제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의 어떤 점이 미래를 두려워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나? 
사회안전망이 없다는 것. 패자부활전이 없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한번 미끄러지면 그 다음에는 회복 불능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뭔가 중요한 걸 걸고 일을 저지를 용기를 내는 사람이 이상한 거다. 

계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까?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강하고 멋진 사람이니까.

‘서울’은 당신에게 어떤 도시인가? 
아름답고 추하고 매력적이고 구역질 나고 어떤 도시보다 이야기가 많은 곳. 나를 지치게 하고 또 위로해주는 도시. 이 도시를 미워해본 적이 없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작품을 내고 있다. 다음 작품은?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과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인 <2세대 댓글부대>가 곧 나올 예정이다. 요즘은 스릴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