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전방에서 언제나 새로운 지향점을 향해 전진했던 다이아나 브릴랜드. 그녀의 속마음을 담은 글귀들을 엮은 책이 출간됐다.

1 197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코스튬 인스티튜트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다이아나 브릴랜드 2 다이아나 브릴랜드가 1967년  10월호 커버 촬영에 대해 사진가 리처드 아베돈에게 보낸 편지. 3 다이아나 브릴랜드의 편지를 모은 책, 의 표지.

1 197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코스튬 인스티튜트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다이아나 브릴랜드 2 다이아나 브릴랜드가 1967년 <보그> 10월호 커버 촬영에 대해 사진가 리처드 아베돈에게 보낸 편지. 3 다이아나 브릴랜드의 편지를 모은 책, 의 표지.

그 어떤 단어도 다이아나 브릴랜드를 수식하기에는 벅차다. 그녀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명확한 비전으로 전 세계 수많은 여자에게 옷으로 자신을 꾸미는 즐거움을 깨닫게 한 사람이자 패션을 상류층의 잔치가 아닌, 모두를 위한 산업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하퍼스 바자>의 패션 에디터를 거쳐 <보그>의 편집장, 그리고 훗날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큐레이터로 활약하기까지 그녀는 부유한 배경이 준 고상한 취향과 탁월한 감각은 물론 실험정신을 앞세워 당시 사람들의 상상을 넘어선 새로운 비주얼을 만들어냈다. 브릴랜드만의 거침없는 사고와 뚜렷한 개성은 그동안 자서전 및 그녀의 삶을 다룬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는데, 최근 아예 새로운 시각으로 그녀의 세계를 재조명한 책이 출간됐다. 아트북 출판사 리졸리에서 발간한 가 바로 그것이다.
다이아나 브릴랜드의 손자인 알렉산더 브릴랜드가 직접 편집한 이 책은 다이아나 브릴랜드가 <보그>의 편집장으로 일하던 1962년부터 1971년 사이 동료와 스태프, 부하 직원 등 주변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정리한 것이다. 하이쿠처럼 짧은 문장을 한 줄씩 나열하며 써 내려간 편지 속에는 당시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던 패션에 대한 고민과 믿음, 트렌드에 대한 정의가 모두 담겨 있다. “인도 사람들에게 핑크는 우리의 네이비 블루 같은 것”이라거나 “우리 모두 약간의 나쁜 취향이 필요하다. 용납할 수 없는 건 취향이 아예 없는 사람들” 같은 문장을 보고 있으면 요즘 트위터에서 볼 수 있는 짧은 지혜의 한마디가 떠오르기도 한다. 브릴랜드의 메모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예를 들어 반짝 스타를 대하는 법)이나 스타일링 팁(예를 들어 머리 리본을 어떻게 묶어야 하는지) 등 그녀가 직접 일할 때 적용했던 소소한 요령들, 패션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너무 많은 일에 시달리는 어시스턴트에 대한 이야기 등 패션계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비전, 재능, 열정이라는 성공의 세 가지 주재료를 모두 갖춘 다이아나 브릴랜드였지만, 개인의 성공에만 연연하지 않고 산업 자체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 그녀는 결국 전설이 되었다. 관습에 얽매이지 말고 어디서든지 아름다움을 찾아낼 것, 그리고 도전을 즐기라던 그녀의 스타일 철학은 여자들이 옷을 입고 자신을 꾸미는 한 계속 이어질 것이다.

<Memos : The Vogue Years>에서 발췌한 다이아나 브릴랜드의 주옥같은 한마디들.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하여 젊음을 모방하는 것, 아름다움을 모방하는 것만큼 상스러운 것은 없어요. 물론 나는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어떠한 낭만도 가지지 않지만요.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는 인생의 경험이 담겨 있기 때문에 젊음보다 아름답다”는 식의 논리는 믿지 않아요. 내가 믿는 건 여자가 누구건 몇 살이건 상관없이, 그녀의 나이와 상황에 맞는 스타일을 추구할 때 가장 멋지다는 거예요. 스타일은 나이를 초월하니까요. –1968년 12월 6일.
성형 수술에 대하여 작은 코나 들창코는 나름의 귀여운 매력이 있어요. 고양이 같기도 하고 새끼 돼지 같은 사랑스러움이 있거든요. 이번 기사에는 “코를 성형하기 전에 두 번 생각하라”는 메시지가 담겼으면 좋겠어요. 코를 성형하면 가팔라진 콧등의 경사만큼이나 얼굴의 섬세함과 매력도 떨어지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죠. –1967년 8월 17일.
팔자걸음에 대하여 이건 정말 큰일이에요! 주의 사항을 하나 알려줄게요. 사진 속 긴 치마를 입은 모델들은 하나같이 팔자로 걷더군요. 걸을 때 무릎과 복사뼈, 그리고 발의 위치가 정확히 일자로 떨어져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요. 이건 정말 중요하다고요! –1970년 2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