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갔다가 순전히 예쁜 표지 때문에 발길을 멈췄다. 인문학 서적은 으레 대학교 교재 같다는 오랜 편견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이토록 예쁜 표지의 인문학 책들.

김어준, 양익준 감독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인터뷰해온 지승호가 철학자 강신주에게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집인 <강신주의 맨 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에서 강신주는 우리에게 왜 인문학과 철학이 필요한지를 명쾌하게 설득한다. 우리 시대 가장 대중적인 철학자라는 칭호에 걸맞게 그는 유교문화,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 그리고 음악 등 친숙한 사례를 가로지른다. 그의 말만큼이나, 굵직하고 속도감이 느껴지는 표제 역시 군더더기를 찾을 수 없다. 한편, 크림빛 바탕색에 반짝이는 초록색 타이포그래피가 눈에 띄는 <비참할 땐 스피노자>의 표지는 스피노자의 잘 알려진 경구인 ‘세상이 내일 멸망한대도 나는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스피노자의 대표작이자 철학의 핵심인 ‘에티카’를 재즈 피아니스트 출신의 철학 교수가 이해하기 쉽게 구성한 이 책은 <우울할 땐 니체>, <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출판사 자음과 모음에서 기획한 시리즈물이다. 철학과 삶, 그리고 행동이 결코 멀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다. 일본의 저명한 환경전문기자인 이시 히로유키의 책 <세계 문학 속 지구 환경 이야기>는 원서와 전혀 다른 표지를 입은 경우다. 누가 봐도 ‘환경 서적’ 같던 본래의 투박한 표지 대신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러스트가 표지를 장식했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모비딕> 등 세계 문학 속에서 환경과 생태 문제를 극복하는 지혜를 담은 책의 내용에 걸맞은 성공적인 변신이라고 할 만하다. 한편 적당히 힘을 준 한자 네 글자가 반듯하게 빛나는 <서서비행(書書飛行)>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인문서적 MD로 일하며 꾸준히 책에 대한 글을 기고해온 금정연의 첫 번째 책이다. 그에게 독서는 때론 괴롭고, 버거운 행위다. 명성을 쌓은 철학자도, 연구가도 아니지만 <마르크스 평전>부터 까지 다양한 책의 고도를 오르내리며 수천, 수만 번의 비행을 마친 저자가 던지는 질문과 감상은 충분히 깊고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