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의 맛은 사라져도 기록은 오래 남는다. 꼭꼭 씹어 먹고 싶은 39권의 달콤한 책.

맛의 탐구자

음식에도 공부는 필요하다. 음식이라는 이름의 역사, 문화사 그리고 그 안의 함의를 끝없이 추구하는 지적인 책들.

1 <미식가의 도서관> 강지영
음식 및 식문화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저자가 전 세계 음식 문화의 기원과 테이블 매너에 대한 이야기를 꼼꼼하게 적었는데, 재미 삼아 읽기 딱 좋은 깊이다. 동서양의 중간에 끼어 동서양의 맛이 어우러진 터키는, 테이블 매너도 두 문화가 섞여서 나타나고, 서민 요리를 전파한 포르투갈 이민자들의 활약상 등이 옛날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다. 21세기북스
2 <제7대 죄악, 탐식> 플로랑 켈리에
유럽에서 미식 문화가 어떻게 생성되고 발전되어왔으며 왜 탐식이 죄악이 되었는지 그 흐름을 시대별로 따라간다. 특히 ‘살찐 수도사’로 상징되는 중세시대와 가톨릭 시대의 탐식은 가난한 평민에게 죄였다. 그러다 미식 애호가가 등장하고, 미식 문학이 등장하는 ‘이야기 음식사’는 미식가의 호기심을 풀어준다. 게다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페이지마다 희귀한 그림 자료들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예경
3 <미식가> 루원푸
이 책은 소설이다. 하지만 이 중국 쑤저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드라마틱한 사건 대신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진다. 우리는 왜 미식을 원하는가? 한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부유한 미식가이고, 한 사람은 그 집에 세 들어 사는 가난뱅이로 추후 국영 식당의 사장이 되지만 미식을 혐오한다. 누구나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 미식에는 계급이 존재한다. 미식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는 고민하게 되지만, 중국의 향기로운 음식에는 어김없이 취하게 된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만 1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글누림
4 <차폰 잔폰 짬뽕> 주영하
<음식 인문학>을 쓴 주영하 교수의 <차폰 잔폰 짬뽕>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교류만으로 채운 책이다. 짬뽕이 일본과 중국, 한국이 음식 문화를 교류한 끝에 나온 음식인 것처럼 지금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교류가 일어나고 있다. 문화인류학자이면서 민속학을 연구하는 교수에게 음식은 연구하고 또 연구해도 새롭고 궁금한 것이 나오는 놀라운 미식의 세계다. 사계절
5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제프리 스타인가튼
다양한 재료에 대한 연구와 분석, 제대로 만들기 위한 지난한 과정을 탐구하고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도 교정하는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의 정체는 음식을 사랑한 변호사다. 그의 진정성만큼은 믿어달라. 변호사에서 음식평론가로 전업까지 했을 정도니까. ‘올바른 음식 평론가라면 어떤 음식도 싫어하면 안 되는 법’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북캐슬
6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좋아할까?> 앨레나 코스튜코비치
잡스의 자서전만큼이나 두꺼운 이 책은 이탈리아가 아니라면 절대 나오지 못했을 책이다. 두 명만 만나도 서로 음식 이야기를 한다는 이탈리아 사람들. 저자는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하며 이탈리아의 음식 문화 연대기를 완성했다. 부엌에도 서재가 있다면 가장 먼저 들여놓고 싶다. 랜덤하우스
7 <위대한 한 스푼> 제임스 솔터
음식에 대한 수많은 미식가에게 존경을 바치는 <위대한 한 스푼>은 맛있는 음식을 향한 미식가가 얼마큼 꼼꼼하고 집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타이타닉 호의 마지막 식사 메뉴부터 작가들의 편지 속에 등장하는 요리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미식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다. 표지만 빼면 모든 것이 맛있는 책.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잠들기 전 한두 장씩 읽으면 맛있는 꿈을 꾸게 될 것 같은 책이다. 문예당
8 <김치 견문록> 김만조, 이규태
매일 먹는 김치의 세계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한국인인 우리도 잘 모른다. 김치 담그는 데 사용하는 재료의 의미와 역할, 양념, 젓갈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김치 이야기를 고루 버무린다. ‘김치의 일생’에서는 김치가 익어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제 몸 가꾸듯 푸성귀를 기르고 수확한 뒤, 아이를 안고 어루만지고 쓰다듬듯이 양념을 발라가며 버무리고, 땅속에 굴을 파고 잠이 든다. 단언컨대 김치는 위대한 음식이다. 디자인하우스

추억은 혀끝을 타고

맛있는 음식만 먹기에도 인생은 짧다는 좌우명으로 여기,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해 적어놓은 맛과 추억.

1 <언제 우리 식사 한번 하지요> 유지나
그녀는 어디에서나 뚝딱 식탁을 차려낸다. 마치 단추로 끓여낸 수프처럼 말이다. 무슨 이유로 떠났는지는 몰라도, 파리, 홋카이도, 제주 등에 장기간 머물며 언제나 음식을 한다. 야채를 곱게 썰어 라타투이를 만들고,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오니기리와 김밥을 만다. 그것도 꼭 누군가를 위해서 차린 식탁이다. 진짜 맛있는 음식은 꼭 사람과 함께 먹어야 한다고 말하듯이.
2,3 <홍차의 나날들> 박서영
차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흥미롭다. 제각기 다양한 향과 의미를 지닌 홍차로만 한 권의 책을 빼곡히 채웠다. 영국, 프랑스, 일본, 터키, 러시아 등 제각기 차 문화를 발전시킨 나라 고유의 차와 포트넘앤메이슨, 쿠스미, TWG, 루피시아, 마리아주 프레르 등 고급 차 브랜드의 다양한 차를 꼼꼼히 소개한다. 디자인이음
4 <칼과 황홀> 성석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웃기는 글을 쓰는 작가인 성석제가 작정하고 음식 이야기를 풀어놨다. 기대처럼 성석제표 음식 추억담이 완성되었다. 막걸리의 도와 생, 이제는 더 이상 갈 수 없지만 도토리가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비밀 장소, 영혼의 해장국 등 성석제의 농담과 해학은 그대로다. 입맛 없는 날, 딱 한 페이지만 읽어보길. 언제 그랬냐는 듯 식욕이 샘솟을 테니까. 문학동네
5,6 <모네의 그림 같은 식탁> 클레르 주아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는 대단한 탐식가이기도 했다. 화가와 그의 아내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는 음식으로 그들의 삶을 복원한다. 모네의 그림과 삶의 배경이 된 곳의 사진은 그림과 실제가 만나는 풍요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모네의 실제 후손과 셀러브리티 셰프 조엘 루부숑이 힘을 합쳐 만든 모네의 ‘요리수첩’을 함께 실었다. 아트북스
7 <유럽 맛보기> 김보연
처음 유럽여행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면, <세계를 간다> 대신 이 책을 배낭 안에 살포시 넣어주고 싶다. 그러면 하루 두 끼 맥도널드를 먹더라도, 하루 한 끼는 유럽의 음식 문화를 즐기지 않고서는 못 배길 테니까. 일단 파리의 순대, 부댕 누아르 한입부터. 시공사
8 <열대 식당> 박정석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는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는 음식이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더운 날씨 등을 이유로 직접 요리하는 대신 밖에서 사 먹는 문화가 발달했는데, 그것은 다시 길거리 음식 문화를 증폭시키게 되었다. 절구에 찧어 만드는 파파야 샐러드와 보기보다 매운 카오팟, 베트남식 샌드위치…. <화내지 않고 핀란드 가기> 등 몇 권의 훌륭한 여행 책을 쓴 저자는 이번엔 ‘음식’이라는 키워드로 오롯한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이 책의 부제처럼 먹고 마시고 여행할 우리를 위해서. 시공사
9,10 <요나의 키친> 고정연
저자는 한때 섭식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한다. 그때 음식은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증세는 사라졌고, 그녀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책 속 음식 사진은 한결 이질적이고 탐미적이다. 일본 요리학교에서 푸드 코디네이터 과정을 수료한 저자가 나눈 음식과의 대화. 반숙 달걀 노른자에 찍어먹는 아스파라거스처럼. 나비장책
11 <서울 부부의 남해 밥상> 정환정
서울 토박이 부부는 파란 바다에 매혹되어 결혼 3년 만에 통영 시민으로 소속을 바꿨다. 통영과 그 주변 도시인 순천, 진도, 남해, 거제 등 곳곳을 돌아다니며 외지인의 호기심 반, 지역민의 친근함 반을 살살 버무려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점점 귀해지는 대구, 넙데데한 디포리 멸치의 놀라운 잠재력에 감탄하고, 외국에만 있는 줄 알았던 과일 비파를 보고 신기해하는 건 부부나 우리나 마찬가지다. 읽다 보면 못 견디게 통영이 그리워진다. 남해의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