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의 맛은 사라져도 기록은 오래 남는다. 꼭꼭 씹어 먹고 싶은 39권의 달콤한 책.

황홀한 잡지

각기 다른 콘셉트로 미각의 세계를 종이 위에 구현하는 멋진 잡지들. 가장 좋은 건, 이것이 끝이 아닌 정기간행물이라는 것.

1,4 <Alla Carta>
1년에 두 번 발행하는 이탈리아의 푸드 잡지. 패션의 본고장답게 수박 하나도 그냥 촬영하지 않는다. 다른 푸드 잡지들이 은근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알라 카르타>는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가 특징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머리가 환해진다. 코발트샵에서 구입 가능
2,5 <Cereal>
요리를 주제로 세계 곳곳을 여행한다니, 이곳의 에디터를 시샘하지 않고선 견딜 수가 없다. <시리얼>은 영국의 요리&여행 잡지다. 현재 세계 미식 트렌드를 주도하는 북유럽 요리 연구소를 다녀오고, 이탈리아 라벨로와 영국 웨스턴버트 같은 작은 마을을 찾아간다. 전 세계의 요리, 재료, 음료, 시장 등을 취재하면서 자연스럽게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냈다. 음식에 대한 모든 키워드가 목적이 된다니, 멋지고 부럽다. 현재 3호까지 나왔다. 유어마인드에서 구입 가능
3 <Brooklyn Makers>
아침 식사를 올리는 블로그(simplybreakfast.blogspot.kr)로도 유명한 사진가 제니퍼 코지(Jennifer Causey)가 브루클린 친구들을 촬영하고 인터뷰해서 만든 책. 브루클린에 주하는 다양한 아티스트와 제빵사, 쇼콜라티에 등의 작품과 공간에 대한 사진, 글과 함께 브루클린의 시장, 카페 등의 정보도 들어 있다. 포스트 포에틱스에서 구입 가능
6,7 <Kinfolk>
음식을 주요 테마로 다루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특유의 따뜻한 톤으로 우리나라에도 팬이 많다.함께 요리하고 식사를 하는 의미를 되새기며 서로 음식을 나누며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이 이들의 철학이다. 가장 최근 호의 주제는 일본으로, 라면, 벚꽃 마카롱, 모찌, 절인 배추와 와사비, 해초 같은 다양한 일본의 맛을 <킨포크> 특유의 톤으로 담았다. 유어마인드에서 구입 가능
8 <요리터>
음식과 문화를 연결한 인디 매거진이다. 도마를 형상화한 독특한 판형 속에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한 맛이 들어 있다. 매달 주제가 있는데, 막 출간된 4호의 주제는 ‘우래’다. 작가들의 단편과 레시피, 인터뷰 등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담았다. 유어마인드에서 구입 가능
9,10 <Gather>
푸드 잡지 중에서도 직접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중시하는 잡지다. 크게 마실 것, 먹을 것, 요리할 것과 수확하는 재료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페이지 순서도 식사하는 순서에 맞춰 배열한다. 가장 최근인 여름호의 주제는 ‘Rough Cut’. 알프레드 히치콕과 웨스 앤더슨의 공포 영화에 등장하거나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레시피로 구성했다. <개더>의 특징은 새로운 호를 출간할 때마다 기획 상품을 함께 출시한다는 것. 작년 가을호에는 블러드 오렌지 향의 캔들을 만들었고, 이번에는 영화 <더티 댄싱> 중 제니퍼 그레이의 대사 “I Carried a Watermelon”이 프린트되어 있는 캔버스백을 만들었다. 유어마인드에서 구입 가능

셰프가 썼어요

요리도 하고 글도 쓴다. 유명하거나 멋지거나, 자신의 인생을 뜨겁고 향기롭게 적은 셰프의 책.

1 <피와 뼈 그리고 버터> 개브리엘 해밀턴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셰프의 인생을 함께 걷게 된다. 그것은 마치 뜨거운 오븐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셰프 개브리엘 해밀턴의 인생은 예기치 않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프랑스인 어머니와 예술가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동안 연례 행사였던 바비큐 파티는 영원하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익힌 혀끝의 맛과 냄새는 평생 그녀를 따라다녔다. 뉴욕의 레스토랑 ‘프룬’을 운영하는 스타 셰프이기 이전에, 한 여자의 인생이 있다. 돋을새김
2 <까칠한 도시, 황홀한 디저트> 데이비드
리보비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레스토랑 ‘셰 파니스’에서 페이스트리 셰프로 나름 잘나가던 그는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을 사고로 잃는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그가 간 곳은 파리. 하지만 파리는 미국에서도 여유 있고 지적이기로 유명한 도시 샌프란시스코와는 너무나 달랐다. 사람들은 까칠했고, 점원들은 만사 귀찮아 보인다. 빌 브라이슨처럼 계속 투덜거리지만, 그 안에는 파리에 완전히 매혹당한 한 셰프의 사랑이 있다.
3,4 <How to Boil an Egg> 로즈
카라니니 레스토랑과 빵집, 식료품점을 겸하는 로즈 베이커리(Rose Bakery)의 설립자가 된 로즈 카라리니(Rose Carrarini)의 두 번째 요리책은 ‘달걀’에 관한 것이다. 달걀을 주재료로 한 온갖 레시피와 로즈 베이커리의 메뉴를 볼 수 있는데, 피오나 스트릭랜드(Fiona Strickland)의 세밀한 일러스트가 아름다운 가이드가 되어준다. 포스트 포에틱스에서 구입 가능
5,6 <이토록 맛있는 파리> 진경수
‘라사브어’의 진경수 셰프는 음식에 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추천하는 레스토랑이라면 당장 가보겠다. 이 책은 그가 파리의 비스트로 곳곳을 다니며 쓴 글이다. 미슐랭 별은 없지만 파리 시민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파리 곳곳의 숨은 식당들과 셰프로서의 냉정한 평가가 펼쳐진다. 마지막에는 즐겨 만드는 음식과 레시피를 함께 실었다. 북하우스
7 <쿡스 투어> 앤서니 보뎅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부고발자처럼 폭로한 <키친 컨피덴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앤서니 보뎅. 그가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먹고 마신 다큐멘터리 이 기내 엔터테인먼트로 상영될 정도다. <쿡스 투어>는 바로 그 다큐멘터리 촬영을 비롯해 명성을 얻은 뒤 세계를 여행하며 쓴 책이다. 자기풍자적 유머는 그대로고, 맛의 경험은 더 풍부해졌다. 가장 좋은 건 그의 눈과 혀를 빌려 다양한 나라의 진짜 맛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돼지의 숨통을 끊어 피부터 모든 걸 먹는 그 숭고함을. 컬처그라퍼
8 <세기의 쉐프, 세기의 레스토랑> 킴벌리 위더스푼 외
세계적 명성을 지닌 셰프는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을까? ‘엘 불리’의 페란 아드리아, ‘팻 덕’의 해스톤 블루멘탈, ‘밥보’의 마리오 바탈리, ‘다니엘’의 다니엘 불뤼드, ‘셰 파니스’의 앨리스 워터 등 셀러브리티 셰프들이 기꺼이 자신들의 실수담, 감동적인 에피소드와 잊지 못할 사건을 털어놓았다. 이 책의 원제는 ‘집에서 따라 하지 말 것(Don’t Try This at Home). 손님들이 멋진 음식을 먹는 사이, 셰프의 부엌은 난리법석 뒤죽박죽이라는 것. 하지만 손님은 셰프의 속사정을 읽는 것이 유쾌할 뿐! 클라이닉스
9 <셰프의 탄생> 마이클 룰먼
<프렌치 런드리 쿡북>과 <요리의 요소> 등 걸출한 음식 저서를 펴낸 마이클 룰먼이 마침내 향한 곳은 세계 3대 요리학교 CIA다. 단기 코스가 아닌 정식 학생으로 2년 동안 머물며 셰프가 되는 과정을 두툼하게 써냈다. 요리의 기본기를 갖추기 위해 쏟는 시간과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부터 내부인만 알 수 있는 CIA의 모습들도 흥미롭지만, 스승으로 등장하는 수많은 ‘셰프 선생’의 개성과 철학이 가장 인상적이다. 푸른숲
10 <있는 그대로, 지금 이대로> 강가자
재일교포 3세이기도 한 작가는 마크로비오틱 요리사다. 일본과 한국, 인도와 몽골, 멕시코와 쿠바까지 음식을 따라 여행하면서 그는 그 나라의 심장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자신의 음식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제주의 쑥경단과 규슈의 채소층찜, 고추를 태워 만드는 멕시코의 살사 소스와 달콤하고 매운 핫초콜릿. 여행의 맛이 혀끝으로 생생하게 전해온다. 북노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