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팔린 책이 가장 훌륭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10권의 책이 2003년부터 현재까지 우리에게 어떤 흔적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

1 <여행의 기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성공 이후 알랭 드 보통은 한국 여성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가 됐다. <여행의 기술>은 자기고백적인 소설을 써내던 스타 작가가 에세이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과정에서 펴낸 책이다.

2 <냉정과 열정사이>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각각 써 내려간 ‘Blu’와 ‘Rosso’가 세트로 출간된 것은 2012년 12월이지만, 본격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것은 영화가 개봉한 2003년 가을이었다. 80만 부 이상 팔린 <냉정과 열정사이>의 성공 이후 요시모토 바나나, 오쿠다 히데오, 가네시로 가즈키 등 현대 일본 소설 붐이 출판시장에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3 <시크릿> ‘수세기 동안 단 1퍼센트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등장한 <시크릿>. 2007년 출간 직후 최단 기간 100만 부 판매를 달성한 이 책은 DVD와 어린이 도서로도 출시되었다. 미국 현지에서는 <오프라 윈프리 쇼>, <래리 킹 라이브> 등 인기 토크쇼에서 화제가 됐던 <시크릿>의 성공사례는 해외 도서의 판권비용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4 <신>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는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 2008년 10월 출간한 <신>은 집필기간만 장장 9년에 달하는 대작으로, <타나타노트>, <천사들의 제국>에서도 다뤘던 ‘영혼의 진화’라는 주제의 완결편이라는 점에서 베르베르의 세계관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100만 권을 판매하며 작가가 직접 한국을 찾기도 했다.

5 <엄마를 부탁해> 엄마는 과연 위대하다. 2008년 출간한 신경숙의 소설은 순수문학으로는 몹시 드물게도 출간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각종 서적 판매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총 34개국에 판권을 판매하고 17개국 언어로 번역 출판되며, 한국 문학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가능성 중 하나로 언급되기도 했다.

6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할리퀸 로맨스와 귀여니가 있던 자리를 21세기에 차지한 것은 정은궐이었다. 로맨스 소설 전문 사이인 ‘로만띠끄’에 연재됐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2007년 첫 출간된 후 2009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성공에 힘입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정은궐의 다음 작품은 <해를 품은 달>이었다.

7 <도가니> 엔터테인먼트에서 소비된 것과 별개로, 지난 10년간 공지영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같은 소설부터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널 응원할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 같은 에세이 모두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영화화 이후 실제 현실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도가니>는 그녀의 첫 르포르타주인 <의자놀이> 출간의 조짐이기도 했다.

8 <IQ84> 문학동네, 민음사 등 10여 개 출판사가 판권 경쟁을 벌였던 는 700쪽에 달하는 분량, 미완결 소설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2009년 1, 2권이 출간되자마자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하루키의 건재함을 알렸다. 이후 하루키의 지난 에세이집이 연이어 국내에 재출간하기도 했다.

9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힐링’이 화두의 정점에 있던 2012년 1월 선보인 혜민 스님의 책. 1년 앞서 출간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300만 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12년에 이어 2013년 상반기까지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10 <비행운> 2002년 등단 후, 2005년 <달려라 아비>라는 재기발랄한 단편집으로 문단에 존재감을 남긴 김애란은 <침이 고인다>, <두근두근 내 인생>, 그리고 최근작 <비행운>까지, 헛디딤질 없이 꾸준하게 작품을 펴내는 유일한 신진작가다.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젊은작가상, 얼마 전 <침묵의 미래>로 수상한 이상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 역시 차례차례 석권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