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할 때마다 휴가를 낼 수 없는 당신에게 책과 영화로 떠나는 여행을 권한다. 이 여행의 장점은 언제 어느 때고 떠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1 <스페인 스타일> 스페인
기네스 팰트로가 여행을 떠났는데, 동행이 셰프 마리오 바탈리와 스페인 여배우 클라우디 바솔스다. 스페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그녀는 스타의 보여주기식 여행이 아닌 스페인식 휴가에 완벽하게 녹아든다.

2 <오만과 편견> 영국
대부분의 장면을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고풍스럽고 목가적인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은 바로 영국 더비셔 지방이다. 영화 속 엘리자베스의 집, 다아시가 처음 청혼한 스토어헤드 정원과 아폴로 사원, 체트워스 저택 등이 바로 거기 있다.

3 <렛미인> 스웨덴
<오슬로의 이상한 밤>이나 <북쪽>처럼 북유럽 영화의 배경은 주로 겨울이다. 긴 겨울은 뱀파이어에게 최적이었을 것이란 상상력이 <렛미인>을 만들었다. 스톡홀름과 노르웨이와 국경을 이루는 스웨덴 북부 노르보텐 주에서 촬영했다.

4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핀란드
비싸고, 추울 것이란 편견을 가지고 저자 박정석은 핀란드로 떠난다. 그것도 인천에서 휙 떠나는 여행이 아닌,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폴란드, 발트3국, 핀란드를 육로로 이동하는 여정이다. 불편하고 피곤하고 지치는 그 길에서 딱 한 가지 화내지 않기로 결심한다.

5 <영원과 하루> 그리스
그리스의 일상적인 모습이 궁금하다면 테오도로스 앙겔로플로스 감독의 이 영화를 권한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이 영화는 그리스의 바닷가 도시 테살로니키에서 생의 마지막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인 동시에 인생이라는 여행에 대한 아름다운 송가다.

6 <굴라쉬 브런치> 동유럽
번역가 윤미나의 동유럽 여행 키워드는 책이다. 프라하부터 베네쇼프, 두브로브니크와 자그레브를 지나 슬로베니아 류블라냐와 블레드 등 동유럽의 고풍스러운 도시를 여행하며 그곳을 배경으로 한 책을 읽는다. 책장과 눈앞의 풍경을 일치시키는 호사스러운 독서 여행기.

7 <슬로우 이탈리아> 이탈리아
느린 이탈리아라니, 상상도 못할 일. 그러나 디자인과 교수 문찬이 여행한 이탈리아는 꽤나 느긋해 보인다. 디자인과 역사, 사회, 사람들에 대한 따뜻하고 지적인 시선. 게다가 인세는 전액 기부되어 대학생들의 여행 비용으로 사용된다니, 스승의 은혜는 끝이 없어라.

8 <로마 위드 러브> 이탈리아
이른바 ‘관광청 영화’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진 것 같은 우디 앨런이 로마로 갔다. 야음을 틈타 콜로세움에 침입하는 등 <미드나잇 인 파리>만큼이나 로마 곳곳의 풍경을 전하는 데 너그럽다. 다음 작품 <블루 자스민>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촬영을 마쳤다.

9 <파리 5구의 여인> 프랑스
파리를 변주하는 영화는 많고 많으나, 이 영화가 묻힌 것은 너무 아깝다. <빅 피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원작을 영화화했다. 파리로 온 소설가 에단 호크가 신비한 여인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를 만나고, 파리의 뒷골목을 오가며 도시의 매력에 빠진다.

10 <파리의 장소들> 프랑스
파리에 간다면 가이드북 대신 이 책과 함께여야 한다. 사회학자 정수복에게 파리는 센 강이 가로지르는 거대한 도시 도서관이다. 파리의 모든 장소는 제각기 역사와 의미를 지닌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파리라는 상징적인 도시를 다시 한 번 읽어낸다.

1 <첫날은 무사했어요> 중동아시아
책의 제목부터 눈물이 난다. 모험과 신비가 가득할 것 같은 아랍 여행 생존기로 한 권을 채웠다. 저자 최전호는 터키, 이집트, 시리아, 예멘, 요르단, 이스라엘, 레바논 등지를 종횡무진 누볐다. 아랍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우선 이 책으로 준비운동을 하길.

2 <수영장> 태국
각자의 이유로 치앙마이 게스트하우스에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일본 영화는 <행오버2>의 충격과 공포를 정화하는 용도로 보면 좋다. <수영장>과 <비치>, <행오버2>의 모습이 모두 있는 어메이징 타일랜드!

3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홍콩
쇼핑과 음식이 있기 전, 홍콩의 가장 큰 매력은 영화였다. 영화 전문 기자 주성철이 쓴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에는 바로 홍콩 영화를 따라 홍콩을 여행하는 법이 가득 들었다. 홍콩에 익숙한 사람에게도 새로운 홍콩을 상영해주는 멋진 책.

4 <도쿄 산책자> 일본
재일한국인 강상중 교수가 도쿄와 그 주변을 산책하며 여행한다. 대지진 이후 도쿄가 더 따뜻해지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도쿄라는 대도시가 가진 명확한 역사 위로 개인적인 추억과 시선이 녹아든 지적인 도쿄 여행이 있다.

5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일본
거대한 메트로폴리스인 도쿄. 낯선 언어, 낯선 사람, 낯선 문화 속에 던져진 이방인의 피로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고독한 두 남녀가 도쿄에서 만난다. 빌 머레이가 ‘손님에게 요리를 시키는 황당한 식당’이라고 내뱉는 샤브샤브 식당 장면은 영화의 가장 웃기는 대목이다.

6 <열대 식당> 동남아시아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는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가 음식이다. 몇 권의 훌륭한 여행 책을 내놓은 박정석이 이번엔 ‘음식’이라는 키워드로 한 권의 책을 썼다. 이 책의 부제처럼 먹고 마시고 여행할 우리를 위해서.

7 <여친 남친> 대만
청춘의 첫사랑과 대만의 정치사회적 배경이 어우러진 영화. 대만의 항구도시 가오슝과 수도 타이베이를 오가면서 촬영했는데, 덥고 습한 바닷가 도시와 계륜미의 싱그러운 매력이 듬뿍 담겨 있다.

8 <소도시 여행의 로망> 대한민국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늘 서울 대구 부산 제주 속초만 찍고 올라오는 건 아닌가? 알고 보면 우리나라의 진짜 매력은 소도시에 있음을 주장하는 책. 가만히 펴서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만 여전히 낯선 지명을 보다 보면, 몰라서 못 갔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9 <철학으로 읽는 옛집> 대한민국
조선의 성리학자의 집과 서원을 찾아가는 이 책은 여행 책은 아니지만, 책에 등장하는 다산초당이며 산천재, 팔괘정, 우암고택을 읽다 보면 그곳에 당장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느 계절인들 어떠하리.

10 <세 얼간이> 인도
세 바보 중 한 바보가 숨어든 심라는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휴양지 중 하나다. 심라처럼 새로운 인도의 모습과 히말라야, 4천 미터 고도의 아름다운 판공 호수, 산속 마을 마날리 등 델리의 아수라장이 아닌 인도의 풍경을 보여준다. 게다가 대단히 웃기기까지 하다.

11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인도네시아
여행지의 멋진 풍경이 없었다면, 지루해서 영화 도중 뛰쳐나갔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와 인도를 정신 없이 오간 후 마지막으로 당도한 발리. 벼가 자라는 논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발리 리조트에서 오션뷰만큼이나 ‘라이스플랜트뷰’가 인기 있는 이유.

1 <원 위크> 캐나다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조슈아 잭슨이 모터바이크로 토론토부터 밴쿠버까지 여행을 떠난다. 캐나다라는 거대한 땅을 생각하면 5천km가 넘는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마지막 여행이라는 각오로 캐나다의 명소를 다닌 덕분에 훌륭한 캐나다 여행 홍보 영화가 완성되었다.

2 <세인트 클라우드> 캐나다
영혼을 볼 수 있지만 영혼과 사람을 구분하는 능력은 없는 잭 에프론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랑에 빠진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영화는 대부분을 밴쿠버와 바다, 요트에 할애한다. 밴쿠버에 바친 가장 아름다운 영화다.

3 <죽은 나무가 없는 숲은 아름답지 않다> 캐나다
자연에 대한 캐나다인의 강박과 사랑은 모든 지구인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생태학자 탁광일이 누카 섬의 서해안 트레일을 하이킹하며 캐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단언컨대, 자연은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아름다움보다 아름다우니까.

4 <문라이즈 킹덤> 미국
영화의 배경이 된 ‘뉴 펜잔스 섬’은 가상의 공간이지만 실제로 영화는 뉴잉글랜드 지방의 프루던스 아일랜드와 로드 아일랜드를 오가며 촬영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아예 로드 아일랜드의 오래된 저택을 빌려서 지냈다고.

5 <그들 각자의 낙원> 미국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에드워드 호퍼, 마크 로스코, 유진 오닐의 사랑을 받고 게이들의 안식처가 된 프로빈스타운의 매력을 그린다. 작가 마이클 커닝햄은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는 파도가 절벽을 치지 않으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소리 없이 외치고 있다고.

6 <뉴요커도 모르는 뉴욕> 미국
이 책은 정말 뉴요커들도 모르는 뉴욕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심하게 지나는 주택, 도로, 가로등에 숨은 이야기. <뉴욕 타임스>의 금요일 판에서 우연히 본 뉴욕 역사 걷기 모임에 참여하며 새로운 뉴욕에 눈을 뜬 안나 킴이 자신의 경험을 기꺼이 나눈다.

7 <프렌즈 위드 베네핏> 미국
주기적으로, 시의적절하게 쏟아지는 ‘관광청 영화’ 중에서도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밀라 쿠니스의 이 영화는 뉴욕과 LA의 곳곳을 잘도 찾아 다닌다. 풋풋한 두 배우와 두 도시의 풍경만큼은 최고다.

8 <인디에어> 미국
미국 전역을 날아다니며 사람들을 해고하며 1년 322일을 보내는 게 일인 조지 클루니의 고단한 삶. 천만 마일리지를 향한 집요한 노력과 기내식, 호텔을 보면 꼭 비행기를 타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눈 쌓인 시카고와 공항은 실컷 볼 수 있다.

9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 미국
보헤미안처럼 여행하라는, 새로운 여행 방식으로 스타가 된 책. 샌프란시스코는 보헤미안이 되기에 딱 적당한 곳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과 가장 큰 게이 거리, 비트 족과 히피의 고장이 바로 샌프란시스코니까.

10 <8월의 고래> 미국
대도시가 아닌 미국의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풍경을 담은 이 영화는 메인 주의 포틀랜드와 클리프 섬에서 촬영했다. 무성 영화 시대의 스타 릴리안 기쉬가 93세의 나이로 출연했고, 베티 데이비스, 앤 서던, 빈센트 프라이스 등 노년의 배우가 인생의 황혼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