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남자에게 네 권의 연애개발서 검증을 의뢰했다. <남자의 속마음, 여자의 속마음>, <여자, 연애를 결심하다>, <인어공주는 왜 결혼하지 못했을까?>,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 이 책은 과연 연애에 도움이 될 것인가?

사랑을 도마 위로 올렸다
16년 동안, 여자를 무려 900명이나 사귀었다는 <남자의 속마음 여자의 속마음>의 저자, 최정을 요리사로 따진다면 ‘에드워드 권’ 정도 되겠다(그에 비하면 우리는 ‘도니도니 돈가스’를 튀기는 정형돈 정도겠지). 그는 밀당하는 여성에게 쓴소리를 내뱉는다. 그의 말처럼 만나는 순간부터 밀당하려는 생각은 버리자. 남자가 적극적으로 나오기 전에 밀당을 해버리면 남자 입장에서는 나를 거절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대신 고백하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주자. 남자도 조금만 노력하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야 주말에 데이트하자고 할 것 아닌가. 연애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바로 ‘이런 행동은 매너상 하는 것이고, 저런 행동은 좋아서 하는 것이다’ 하고 정형화한 글이다. 연애에 법칙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남자의 마음이 헷갈린다면, 본인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자. ‘쉬운 여자’가 ‘도도한 여자’보다 차라리 낫다.

<여자, 연애를 결심하다>를 쓴 시마 준이치는 실제로 환자를 돌보며 심리 치료를 해준 전문의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상담한 환자들의 예를 들며 여자의 직감도 때론 빗나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동감한다.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 잡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이 사람 심리다. 만약 머릿속에 근거 없는 의심이 싹텄다면 우선은 단호히 자르자. 사랑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친구와의 연애 상담부터 그만둬라. 여자 둘 이상이 모이면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뛰어넘는 스케일의 공상과학 소설이 탄생하는데, 본인이 쓴 소설에 본인이 상처받지 않나. 그럴 바엔 차라리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게 낫다.

<인어공주는 왜 결혼하지 못했을까?>에서 가장 공감하지 못한 건 ‘섹스’에 대한 거였다. 여전히 섹스는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섹스는 지켜야 할 것이 아니라 여성이 가진 ‘최고의 무기’다. ‘지키느냐, 마느냐’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이 ‘무기’를 언제 쓸 것인지를 생각하자. 남자 입장에선 속이 뒤집히는 얘기지만 말이다. 100일이든, 6개월이든 첫 섹스에 대해 스스로 기간을 세우자. 남이 세워놓은 기준에 휘둘릴 필요도 없다. 다만, 첫날 섹스하는 것만은 피하도록 하자. 그래서 잘될 일도 없지만 만일 잘된다고 해도 행복한 결론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저자 피오나는 전형적인 ‘여자 마초’ 성향의 작가다. 그녀는 ‘더치페이 하지 마라. 남자가 찾아오는 것을 미안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좀 더 멀리보라. 그렇게 해서 본인한테 남는 게 뭐가 있겠는가? 돈을 쓰라는 말이 아니다. 남자의 노력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다.

사랑하면 유난히 집착하거나 불안에 떠는 사람에게는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연애에서 ‘A는 B다’라는 명쾌한 해답을 원한다면 한 번쯤 들춰보자. 실례로 연인 관계에 지나치게 몰두하며 자신이 파트너를 사랑하는 만큼 파트너 역시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불안형의 사람에게는 ‘잦은 연락’이 최고의 해결책이다.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전화 한 통이 연인 간의 다툼을 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말은 현실적이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연애개발서를 고르는 것에도 한마디하고 싶다. 1 자신과 성별이 다른 저자가 쓴 책을 보도록 하자. 남자를 공략하려면 남자가 쓴 책이 정답이다. 그것도 아주 바람둥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저자로 말이다. 2 무조건 연애 경험이 많은 저자를 택하라. 연애는 얼마나 많이 공부했느냐가 아니라 이 바닥에서 얼마나 많이 뒹굴었는가가 실전에서 유용하다. 교수나 에디터는 말발과 글발이 뛰어난 사람이지 연애에 잔뼈가 굵은 사람은 아니다. 3 공감이 가는 연애지침서보다는 ‘개소리’가 많이 들어 있는 책이 좋다. 당신이 책을 읽으며 공감 못 하고 비웃는 부분이 당신에게 부족한 부분이니까. – 박한빛누리(<맥심> 피처 에디터)

연애의 조언자
<남자의 속마음, 여자의 속마음>의 저자 서문에 등장하는 ‘세계 인구가 70억 명이라면 세상에는 70억 개 유형의 연애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연애지침서를 쓴 대부분의 저자들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책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을 얻게 된 데에는 많은 사람의 반응, 즉 공감대라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단정 짓는 순간 늘 오류는 시작된다. ‘손 하나 까딱 않고 사랑받는 피오나의 야무진 연애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인어 공주는 왜 결혼하지 못했을까>에 적힌 숱한 조언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대단히 단순하다. 오히려, 일본인 남성이 쓴 책에 등장하는 남성상이 조금 더 섬세한 편이다. 아무래도 남자들의 심리는 남자들이 더 잘 아는 편. 하지만 역시 일본 문화라서 그런가, ‘(여자들이여) 섹스 후 그에게 가슴을 보여주라!’ 같은 황당한 얘기도 많다.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 전공자가 함께 저술한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에서는 남녀의 애착 유형을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으로 나눠놓고 있는데, 연애에서 중요한 건 언제나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남자들은 레깅스를 싫어하고, 바지 입는 걸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나는 여자들이 레깅스 입는 것을 좋아하니, 나 같은 남자에게 이 명제는 참이 아니다. 그러니까 서점에 널려 있는 연애 관련 책들은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새로운 연애 상대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는 별로 큰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연애를 경험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남자를 관념화시킬 것이 아니라, 그들의 다양한 사고 방식과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눈을 만들어야 한다. 다시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으로 돌아가보자면 여자보다 자신의 독립성이나 자족감이 더 중요한 ‘회피형’의 남자 – 소위 ‘나쁜 남자’ – 도 많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정신적 에너지를 파트너에게 다 써버리고 마는, 상대방이 자신과 늘 가까이 있고 그녀에게 헌신하길 원하는 ‘불안형’의 남자들도 많다는 걸 기억해둬야 한다. 이 책의 교훈은 남자도 남자지만 자신이 어떤 스타일인 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연애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자신이 인생을 걸 수 있는 파트너를 알아보는 것이 더 쉬워질 것이다. 상대방에게 집착하는 ‘불안형’과 사귈수록 상대방을 점점 멀리하는 ‘회피형’이 자주 엮이게 되는 까닭, 그리고 왜 이런 관계가 빨리 끝날 수밖에 없는지 등을 이론적으로 분석한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은 그 지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이런 내용들은 적어도 본인이 겪었던 그간의 시행착오들을 되새김질하거나 앞으로 피해야 할 상대방의 성향을 인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의 말미에 등장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안정형의 다섯 가지 법칙에서 발견한 몇 마디를 인용하자면 이렇다. ‘문제를 일반화하지 않는 것이 좋다’와 ‘문제를 피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남자나 여자라는 범주 안에서 일반화하는 오류는 늘 위험하다. 책에서 흔히들 얘기하는 전형적인 한국 남성상만 머릿속에 잔뜩 넣고 있다가는 상대방을 쉽게 폄하하게 되거나, 혹은 그 사람과 더 이상 사귀는 것이 힘들겠다는 근거만 스스로 잔뜩 생산해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회복하기 힘들어진다. 연애에서 무언가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면, 다양한 스타일의 사람들이 관계를 맺을 때 생겨나는 일종의 메커니즘 같은 것을 익히는 것이 낫다. – 김영혁(칼럼니스트)

당신의 남자친구는 평범합니까
4권의 연애개발서를 모두 읽고 나서는 ‘이게 웬 헛소리이십니까?’를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 보니 그런 까칠함은 점점 사라지고 공감하면서 읽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세상의 때를 탄 건지, 아니면 연애개발서가 그새 엄청난 발전을 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애에서의 ‘기술’보다는 ‘돌직구’나 ‘도끼로 10번 찍어 안 되면 전기톱을 들고 오기’를 선호하는 나 같은 평범한 남자도 공감할 내용이 쓰여 있긴 했다.

저자가 남자이다 보니 <남자의 속마음, 여자의 속마음>에 가장 큰 공감을 했다. 남자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는 ‘남자라는 종’에 대해 잘 모르는 여자분들에게 유용한 정보다. 남자가 어떤 여자를 진짜 좋아하면 복종을 한다는 부분은 무릎을 쳤다. 실제로 남자는 밥벌이만 제외하면 누구에게 복종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여자를 만나도 그건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개성 강한 남자가 결혼하면서 순한 양이 되는 경우는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부터도 엄마도 포기한 고집불통이지만 여자친구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좋아한다는 눈치만으로도 시키지도 않은 패션스타일을 바꾸고, 입맛도 바꾼다. 저자는 그런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 행동 원리는 여자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여자에게 아예 주도권을 내어주고 마음 편하게 있는 그런 상태의 것이다.

연애에서 조심해야 할 것으로 ‘여자의 눈물’을 냉정하게 평가한 것도 눈에 띈다. 여자의 눈물은 남자를 조용하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지만, 또한 자폭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여자의 눈물은 남자를 완전히 정복할 수 있는 뉴클리어밤이다. 남친에게 감동하거나 잔잔한 영화를 보고 살짝 흘리는 눈물에 남자는 완전히 무장해제된다. 남자와 다툴 때 여자가 눈물을 살짝 흘리면 남자는 잘못이 없더라도 무조건 여자에게 미안하다고 하게 된다. 그런데 남자가 ‘이 여자가 왜 눈물을 흘리는 걸까?’라고 이해할 수 없는 눈물도 있다. 그 순간을 이기기 위해 흘리는 눈물이나 남자는 모르는 자기만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히스테리성 눈물은, ‘이제 이 여자와 끝내야겠다’라는 생각만 강하게 만든다. 울면서 ‘우리 헤어져’라며 남자를 시험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이기도 하다.

<여자, 연애를 결심하다>는 ‘득도’한 분께서 연애의 진리를 알려주는 느낌이다. 남자의 관점에서 쓴 것이고, 또 일본 문화라는 것이 다소 남자 위주로 돌아가기에 지나치다 싶은 것도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남자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일본 여자들에게 저자가 하는 말이라면, 우리나라 여자들도 가볍게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남자에게 사랑받거나 최소한 호감받을 수 있는 방법들, 특히 ‘남자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여자가 결국 이긴다’, ‘남자를 감싸 안는 여자가 사랑의 주도권을 잡는다’ 항목은 글쓴이의 내공이 엿보였다고 해야 할까?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은 연애 조언서와 학술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형이다. 그런데 학술적인 이야기와 미드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불안형의 샐리가 회피형의 로버트를 만났는데 이러쿵저러쿵해서 헤어지고 다시 샐리는 안정형의 마이클을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라는 식이다. 결국 머릿속에 남는 건 ‘3가지 인간형’과 나는 무슨 형이지? 라는 의문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주의 깊게 읽고 형광펜으로 밑줄 그어가며 읽으면 아주 도움이 될 책이다. 가만히 보면 늘 똑같은 패턴으로 연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파악하는 데에는 유용할 것 같다.

이해하는 부분과 이해 못 할 부분이 공존하는 책은 <인어공주는 왜 결혼하지 못했을까?>였다. 저자가 남자를 좀 아는구나 싶으면 여지없이 그 다음에는 남자들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튀어나왔다. 예를 들면 ‘여자가 먼저 고백하면 100% 나중에 불행해진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그런 통계가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이건 마치 ‘무슨 띠는 팔자가 세다’라는 아줌마들의 근거 없는 ‘카더라 통신’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보여질 정도다. 또 남자를 시험해보라는 이야기도 그렇다. 당장 남자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도 반복이 된다면 그 남자는 여자에게 질린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건 여자는 ‘늪 같은 여자’거나 ‘농약 같은 가스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마음 만으로 될까? 저자가 말하는 방법은 한마디로 남자 입장에서는 여자에게 기 빨리는 방법이다. 물론 이 세상에는 여왕님 같은 타입의 여자를 만나 머슴으로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남자들이 있기는 있다. 하지만 또 많은 남자는 그런 여자 못 만난다. 피곤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첫째로 미녀를 찾는다. 하지만 미녀가 아니라면 둘째로는 현모양처를 찾기 마련인데 미안하지만 이건 남자의 본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니 당신이 충분히 미녀가 아니라면 “남자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심적으로 편하게 해주면서 항상 주변에 자주 있어라”는 건 정답이다. 개인적 경험으로도 나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영혼까지 강탈한 여자분과 만났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아찔할 뿐이다. – 이건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