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검색어는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은 언제부터 이렇게 복잡해졌으며,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이 과연 우리의 검색에 도움이 되긴 할까‘? 관문(Portal)’이라는 본래의 말뜻 그대로 모든 게 포털 사이트로 통하고 있는 지금, 포털에 대해 생각했다.

우디 앨런의 영화 <로마 위드 러브(To Rome with Love)>에는어느 날 갑자기 평범한 회사원에서 스타로 등극한 중년 남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가 왜 유명해졌는지 영화는 끝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유명해졌으니까, 유명할 뿐이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다. 이 황당한 이야기는 대부분의 인기 검색어와 화제의 사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왜 갑자기 그 아이돌 스타의 ‘셀카’가 인기 기사가 됐을까? 실체도 없었던 압구정 가슴녀가 왜 인기 검색어로 등극했을까? 그때도 그 이유를 몰랐고,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모른다. 그저 누군가 찾아보니까, 나 역시 클릭했을 뿐이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검색어 순위를 조작하는 ‘광클’과 ‘알바’의 존재를 의심하면서도 여전히 화제의 검색어를 클릭한다.
일찌감치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검색엔진이 지구를 장악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가 말한 ‘장악’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사실만큼은 이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우리가 포털 사이트에 길들여졌다는 것 말이다. 검색창은 메인 화면에서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할 뿐, 잘 짜인 잡지의 레이아웃처럼 촘촘한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은 ‘화제의 스토리’,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실시간 이슈’ 등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이게 왜 인기 검색어인지 궁금해하면서 클릭한다. 과연 정보로서 가치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문제는 인기 검색어가 어느새 사회적으로 주요한 주제로 ‘ 공인’된다는 것이다. 포털이 여론조작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양성희 교수의 말이다.
물론 ‘포털 사이트가 나를 바보로 만들었어요!’라고 무작정 비난하기에는 포털 사이트에서 해결하는 것이 너무 많다. 대용량 메일을 쓰고, 뉴스를 보며, 맛집을 찾고, 여행계획을 짜고, 자료를 찾으며, 쇼핑도 하고, 웹툰도 읽는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는 도무지 ‘원래 할 일’만 하게 내버려두는 법이 없다. 대놓고 하는 배너 광고는 피해도, 말줄임표로 끝나는 제목의 기사는 그 다음이 궁금해 죽을 것만 같고, 자‘ 아를 찾은 강아지’ 같은 듣기만 해도 귀여운 기사를 클릭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이들 중 90%는 평생 몰라도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쯤 되면 일부 기업체가 아예 포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이유도 이해는 간다. 포털 사이트는 나를 ‘잉여롭게’ 만든 후, 죄책감을 선사한다. 내가 누군가의 부정적인 사생활을 필요 이상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 죄책감의 파도는 더욱 커진다. 대체 왜 연예인 이름을 입력하면 ‘일진’, ‘과거’등이 맨 처음 연관검색어로 떠오르는 걸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입력한 키워드가 연관검색어로 뜬다는 것은 사실일까? 이미 네이버는 연관검색어는 직원이 직접 편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때때로 누군가의 죽음, 누군가의 성추문, 누군가의 열애가 완성된 하나의 검색어로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 밑을 왔다 갔다 할 때면, 이 잔혹한 호기심과 노골적인 시선이 소름 끼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포털 사이트가 이토록 끊임없이 검색어를 유도하고, 화젯거리를 설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인터넷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특정 포털 사이트를 많이 사용한다는 증거인 인터넷 점유율이 높을수록, 똑같은 검색어라고 해도 등록 업체로부터 더 높은 광고 비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키워드 광고’는 국내 포털 사이트의 가장 큰 수익원이다. 국내 인터넷 점유율 60%가 넘는 네이버의 경우, 지난 2012년 12월 기준 대부업체 키워드 광고의 클릭당 단가는 2만원대였다. 상위에 노출되는 회사들이 포털 사이트에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무려 클릭 한 번에 2만원이라니! 구글 역시 수입의 99%를 애드워즈와 애드센스 같은 광고에서 얻고 있다. 포털 사이트가 돈 버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포털 사이트의 핵심 기능이자 존재 이유였던 ‘정보제공’ 능력조차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 아닐까?
‘복사 + 붙여 넣기’ 식의 콘텐츠, 지식인의 수많은 광고성 답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파워블로거와 수많은 그 워너비들 속에서 우리는 또 어떤 게 진짜 정보에 근접한 것인지 한번 더 의심해야만 한다. 구글이 최소한 정보를 직접 작성하는 사이트에 광고를 유치하려고 하고, 노골적인 광고 글을 제한하는 태도를 보이는 반면,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원문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장치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검색 점유율을 높여 키워드 광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블로그와 지식인 등에 원문 글을 퍼 나르는 것을 묵인하기도 한다. 해당 기사를 실제로 작성한 언론사의 페이지보다 해당 자료를 복사해간 블로그나 카페, 혹은 유명 커뮤니티의 페이지가 먼저 노출되는 일도 흔하다 보니, 콘텐츠의 질은 점점 하락할 수 밖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특정 검색어가 순식간에 인기검색어 순위에서 사라지는 것을 몇 번 목격하다 보면 포털 사이트에 대한 신뢰 역시 떨어진다. 그래서 슬프게도, 우리는 그토록 오랜 시간 포털이 구축해놓은 세계에 머물면서도 정작 그 검색 결과들을 점차 신뢰하지 않는다.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트는 “검색엔진을 통해 우리가 예전보다 더 똑똑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확실히 우리는 예전보다 많은 사실을 알게 된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이리저리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는 대로 이끄는 지금의 눈길과 손길에, 사유가 존재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인터넷 메인 창에서 포털 사이트를 없애보면 어떨까? 다행히도 아직 세상에는 선별되고 근사한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들이 가득하다. 단지 포털 사이트의 메인화면에 존재하지 않을 뿐이다. 웹툰은 도저히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포털 사이트의 웹툰 페이지만 즐겨찾기에 추가해두면 되고, 뉴스가 궁금하다면 신뢰하는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직접 방문하면 된다. 텅 빈 첫 페이지가 처음에는 어색하고 가난하게 느껴지겠지만 곧 알게 될 거다. 어떤 게 내가 원하던 진짜 정보였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