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고 흘러, 모든 것이 두려웠던 20대의 청춘들은 30대의 언니가 되었다. 바로 그 언니들이 10년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해 조언한다. 이들이 10년 전 자신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건네고 싶을까?

당신은 생각만큼 늙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부터 ‘성인’이 되었을까? 당신이 이제 법적으로 술을 마셔도 된다고 나라에서 선언해주었던 스무 살, 약육강식의 ‘사회’에 발을 내민 입사 첫날? 솔직히 서른일곱이 된 지금에도 그 ‘성인’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잘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실수투성이고, 좌절의 늪에서 헤엄치기도 하고, 며칠 동안 청소 한 번 안 하고 발가락으로 TV리모콘을 누르기도 한다. 그럴 때 스스로 묻게 된다. 넌 도대체 지금 몇 살이니?

‘10년 전의 나를 만난다면 무엇을 말해주겠는가?’라는 질문에 뜬금없이 ‘성인’에 대한 정의를 몰고 들어온 건, 스물일곱의 -그때는 몰랐지만- 꽃다운 나이에 내가 ‘성인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지나치게 골몰했기 때문이다. 사회가 기대하는 ‘성인’으로서의 룰에 나를 끼워 맞추기 위해서 정신적으로 나를 지나치게 혹사했던 게 가장 아쉽다. 오로지 대학 입학만을 목적으로 달렸던 10대를 보낸 우리는 20세가 되어서야 겨우 자유라는 것이 뭔지 알았다. 그제야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뭔지 배우기 시작한 내가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마치 세상을 다 아는 사람처럼 흉내를 내봤자 소용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니 사회에 나섰을 때, 선배나 상사에게 꾸지람이라도 들으면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인가’ ‘내가 꿈꿨던 커리어우먼은 이게 아니었어’ 하며 세상 끝난 것처럼 좌절하거나 세상을 욕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던 것 같다. 만약 지금 그 나이를 보내는 – 당신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 꽃다운 ‘청춘’들이 있다면, 당신은 아직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충분히 늙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너무나 빨리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한다. 스물네 살에도, 스물일곱 살에도, 물론 서른일곱 살에도 늙었다고 푸념한다. 그럴 필요 없다. 아직 깨져도 된다. 욕 좀 먹어도 된다. 실수 충분히 해도 된다. 서른일곱이 되고 보니, 나는 그때 이제 막 사회에 입문한 새내기라는 사실을 몰랐다. 드라마 속 커리어우먼처럼 잘할 줄만 알았다. 좌절할 시간에 ‘까짓 거’ 하면서 조금 더 즐겼으면 좋았을걸, ‘다음에 잘하지 뭐’ 하며 조금 더 경쾌하게 살았다면 좋았을걸.

너무 어린 나이에 남들의 기대에 맞게 내 인생을 결정하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았다면 보다 많은 것을 경험했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30대가 오고 40대가 온다. 그저 착실하게 맡은 일만 잘하면 대리 자리도 오고, 과장 자리도 오고, 차장 자리도 온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하지만 조금 더 재미난 삶, 즐거운 삶은 누구에게나 오는 건 아니었다. 고작 10년 후면 촌스러워서 들고 다니지도 못할 고가의 명품 백을 구입하는 대신 조금 더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고, 친구들을 만나고, 배낭여행도 한 번 더 하면 어떤가? 진짜 나이가 들면 몸이 힘들어서 여행을 가는 데도 2배의 경비가 든다. 또 여전히 글로벌 시대인 관계로, 현재 서른일곱의 머리로 미국에서 살기 위해 영어 공부하려니 머리가 다 아프다. 연애도 그랬다. 이른바 괜찮은 조건의 변호사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나의 욕망, 야심, 장점을 다 꼭꼭 숨기고 착한 면, 순한 면만을 부각했더니 그의 어머니가 혼수 비용 운운하며 결혼하면 회사도 때려치우고 매달 남편 월급 중 일부를 생활비로 꼬박꼬박 보내라고 했다. 도대체 왜 나는 나와 어울리지도 않는 그 마마보이에게 3년을 허송세월했나. 나를 얕잡아보지 않을 남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남자, 나를 간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그런 남자. 심지어 사회가 이야기하는 조건 좋은 남자도 내가 ‘나’다울 때 나타난다. 유혹에도 흔들리고, 나쁜 남자도 만나보고 그러면서 연애라는 게 뭔지도 배우고, 남자라는 족속이 어떤지도 좀 미리 배울걸. 그걸 몰라 나는 서른 넘어 뒤늦게 바람나서 찌질한 루저 녀석들을 만나고 다녔다. 서른 넘어 방황하고 마음에 상처를 얻으면 회복이 늦다. 새살이 늦게 돋는다. 하지만 20대 때는 모든 것이 더 쉽다. 새살도 빨리 돋고, 경험한 만큼 깨달음도 크다.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회의 기대는 당신을 먹여 살려주지도,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지도 않는다. 10년 전이었다면 나는 보다 자유롭고 싶다. 그 자유와 젊음을 보다 누리면서 신나게 지냈을 것이다. 서른이 지나고 나서야 ‘나 자신에게 솔직하자’며 뛰어다니면 추해진다. 마치 20대 대학생이 입을 법한 초미니 스커트에 핑크 블러셔를 얼굴에 칠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 창피하게도 내가 그 미니스커트 핑크블러셔였다. 그러니 20대 때는 맘껏 자유로워도 된다. 어른 노릇은 30대부터 하면 되니까. – 손혜영(칼럼니스트)

연애하기 좋은 남자, 결혼하기 좋은 남자

결혼한 여자들이 많이 가는 것으로 유명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늘 등장하는, “ 언니들 이 남자와 결혼해도 될까요?” 류의 글에 재미있는 댓글이 달렸다. 남자의 장단점은 결혼 후 뒤바뀐단다. ‘친구 많고 활발하고 인간관계 넓고 마당발’이라면 일주일에 5일은 술 먹고 들어오느라 얼굴 보기 힘들고, ‘나에게 돈을 아끼지 않는’ 남자라면, 당연히 돈 못 모았고, 결혼해서도 못 모은다. 성격이 따뜻하고 정감 있게 말하는 남자는 여자 문제로 속 썩이기 쉽고, 추진력이 있는 남자는 결혼하면 부인 말을 듣지 않는다. 반면 연애할 때 답답하고 멋없는 ‘내성적이고 친구도 없는 남자’는 가정적이고 가족을 우선하는 제법 훌륭한 남편이 된다. 약간 무심한 남자는 잔소리가 별로 없고, 아내의 결정에 하나하나 토 달지 않아서 편하다는 것. 물론, 공감을 표하는 ‘좋아요’를 누르고 싶은 부분도 있지만, 결혼한 입장에서 느끼는 건 달랐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남자를 나눈 다음, 내성적이고 무심하고 생일에 선물 하나 할 줄 모르는 안 생긴 남자에게 정착해야 하는 걸까? 이 넓은 세상에 친구 많고 쓸 데 쓰고 성격 따뜻하면서도, 동시에 가족밖에 모르고 잔소리 안 하는 남자는 왜 없을까? 우리의 임무는 동물적인 감각과 날카로운 이성을 총동원하여 전자와 후자의 장점만 가진 남자를 찾는 것이다. 100%의 남편감은 아니어도 골고루 60~70% 정도를 갖춘 남자들은 분명 있다. 또 친구를 좋아하는 것인지, 술 자체를 좋아하는 것인지, 성격상 약간 무심한 편인지 감수성 결여에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인지는 겉으로는 알 수 없다. 똑똑한 우리가 사귀면서 분간하는 수밖에.

그럼에도 슬픈 사실을 인정하자면 남자라는 개체들은 조물주가 처음에 만들다 헤맨 건지, 꼭 한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이다. 여자들은 능력 있으면서 섬세하고, 매력이 넘치면서도 가정을 잘 돌보는 등 여러 장점이 공존할 수 있는데 남자들은 장단점이 참 확실하다. 아마 그래서 괜찮은 여자는 많고, 괜찮은 남자가 적다는 말이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남자를 선택하고 어떤 남자를 포기해야 할까? 그럴 때 돌아봐야 할 것이 남자가 아닌 나다. 나도 결혼을 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연애란, 남자를 알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나의 진짜 모습을 찾는 과정이다. 많은 여자가 ‘결혼해보니 이런 남자일 줄 몰랐다’라고 불평하지만, ‘결혼해보니 내가 이런 여자일 줄 몰랐다’일 때도 많다.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내게 너무 좋은 친구가 어떤 아내, 어떤 엄마가 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결혼 생활은 그만큼 단순하면서 복잡하다. 나는 어떤 인간이고, 어떤 남자와 있어야 자유롭고 행복한지 가만히 들여다보자. 나에게도 가끔 자유를 준다면 남편이 가끔 늦는 건 이해해줄 수 있는지, 좀 보수적이더라도 경제적으로 걱정 없이 해주는 사람이 좋은지, 아니면 돈은 같이 벌고 집안일도 반반 나눠서 하고 친구처럼 수다를 떨 수 있는 남편이 더 좋은지. 옳고 그름을 나누기 전에 내가 참을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잘 살펴서 참을 만한 단점을 가진 짝을 찾아야 한다.

광고인 박웅현의 책 <여덟 단어>에 이런 글이 나온다. ‘그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할지 아닐지 아무도 모릅니다. 답을 찾지 마세요. 지혜로운 사람들은 선택한 다음에 그걸 정답으로 만들어내는 것이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걸 선택하고 후회하면서 오답으로 만들죠.’ 물론 결혼 후 이런 태도는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오답이 아니라 정답을 만들어나가기 조금 더 수월할 상대는 분명 있을 테고, 그 선택은 내가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남자를 열심히 만나보고 연애를 많이 해보라는 이야기는 지금껏 수백 번 들으셨을 테고 나 또한 제일 아쉬운 부분이라 속상하니 길게 말하지 않겠다. – 노지양(작가, 번역가)

인생에는 돈이 필요하다

현대인의 소비는 크게 물질적 소비와 경험적 소비로 나뉜다. ‘경험적 구매’와 ‘물질적 구매’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소비자마케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이 개념은, 다소 딱딱한 용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이런 것이다. 만약 당신에게 10만원의 여윳돈이 있다면 옷을 사는 데 쓰겠는가, 공연을 보는 데 쓰겠는가. 금액을 더 키워보자. 5백만원이 있다면 샤넬 백을 사겠는가, 북유럽 여행을 떠나겠는가? 털어놓자면, 매달 월급을 받기 시작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돈을 썼다. 경험적 소비를 신봉했고, 그렇다고 물질적 소비를 안 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행히 독립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동료들이 생활비로 지출하는 만큼이 고스란히 나의 여유자금이 되었다. 그 돈으로 뭐했냐 하면, 여행을 떠났고, 공연을 보고, 영화를 보고 밥을 먹었으며, 또 옷과 구두를 샀다. 부모님은 왜 한 번 갔던 곳을 또 가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여행지는 착륙할 때마다 새로운 속살을 선보였고, 그때마다 나는 여행과 도시와 매번 처음인 것처럼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하필이면 직업이 잡지사의 에디터라서 경험적 소비에 대한 당위성도 있었다. 모든 경험은 기획이 될 수 있었고, 기사가 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숫자를 다루는 회계사였다면 조금은 죄책감을 가졌을지도 모르지만.

후회는 있다. 경험적 소비를 줄였어야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20대와 30대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돈을 쓸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고, 소비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간이라는 건 점점 분명해진다. 안타까운 것은 소비를 하면서 소비를 하는 올바른 방법을 몰랐다는 것에 있다. 서른이 될 때까지 나의 저축액은 전적으로 쓰다 남은 돈이었다. 재테크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며 시작인, ‘선 저축, 후 소비’를 나는 무시했다. 저축이나 적금의 중요성을 깨달은 건, 서른이 된 후였다.

30대의 여자에게는 돈이 필요하다. 결혼을 하려면 결혼 자금이 필요하다. 스물다섯 살의 풋풋한 신부라면 핑계라도 있지, 30대에는 누구나 이렇게 묻는다. “얼마 모았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돈이 필요하다. 운동도 해야 하고, 차도 사야 하고, 차를 사면 유지를 해야 한다. 부모님에게도 새로운 계획이 생긴다. 특히 엄마가 호시탐탐 전원주택으로 이사 갈 기회를 노리면서, 언제 내쫓길지 모르는 세입자 신세가 되었다. 이렇게 내 호시절도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므로 10년 전에 나를 만난다면, 적금통장을 한아름 안겨줄 테다. 10만원, 아니 5만원이어도 좋으니까 말이다. 저축은 ‘습관’이며 ‘노하우’다. 세상에는 돈을 모으는 방법, 돈을 굴리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이 저축인데, 그 첫걸음조차 떼지 못한다면, 영원히 쓸 줄만 알게 된다. 그러면 결국 경험적이든 물질적이든 소비할 수 있는 부분은 줄어들게 된다. 아직도 저축하지 않는 당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적금 통장을 만들어라. 재테크 책을 읽으며 재테크 감각을 기르고, 신문 경제면이라도 읽으며 시장 상황을 파악하라. 돈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다 큰 언니들의 충고
●피부와 몸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말아라. 꾸준히 운동해라. 피부와 몸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남는 것이며, 거기에 돈을 아끼면 망가진 후에 복구가 어렵다.
●현명해지고 준비성 있는 사람이 되면 명예와 남자는 저절로 따라온다.
●값비싼 것도 사고, 소용없는 것도 사봐야 물건을 사는 안목이 생긴다.
●골프는 시간을 투자한 것과 정비례한다. 나이 들어서 배우려니 몸이 굳어서 어렵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어서 육아도우미를 마음껏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이는 젊었을 때 낳아라. 육아는 체력이다.
●‘걱정’하지 말아라. 지나고 보니 ‘걱정’하며 보낸 시간이 가장 아깝다. 그 시간에 차라리 고전문학 한 권을 더 읽고, 술 한 잔 더 마시고, 술김에 춤 한 번 더 춰라.
●나만의 취미나 특기를 배워놓아라. 나중에 결혼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은 특기나 취미다.
●명품 백과 의류보다 증권증서와 저축통장을 더 소중히 여겨라.
●집에 빨리 들어가지 마라. 여행을 하든, 친구를 만나든, 혼자 맛집을 돌아다니든. 그때야말로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유일한 때이니까.
●20대를 결혼 고민으로 보내지 마라. 20대에는 결혼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으니까.
●조건에 머리 굴리지 말고 뜨겁게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