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많다. 그리고 식문화는 그 지역의 문화를 짐작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열쇠다. 그리스와 페루, 그리고 중동 지역의 매력에 흠뻑 빠진 세 명이 <얼루어>를 위해 상을 차렸다. 그 식탁에는 각 나라의 역사, 그리고 문화가 있었다.

한옥을 개조한 카사 자밀라는 중동을 테마로 한 카페 겸 게스트 하우스다. 차도르를 입은 여학생이 보이고 이따금 아랍어가 들리는 공간의 주인은 ‘자밀라’라고 불리는 김주희. 그녀는 모로코와 요르단에 거주한 4년간 이집트, 팔레스타인, 터키 등 다양한 중동의 국가를 여행하며 아랍 문화를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며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확장 중인 그녀가 차린 아랍식 한 상.

ㅡ 날씨와 음식 북아프리카에 속하는 모로코부터 사막 위에 세워진 아랍에미리트, 흑해와 맞닿아 있는 팔레스타인까지. 아랍연맹에 속해 있는 22개 국가의 날씨를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건조하고 뜨거운 날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음식을 짜게 먹거나 달게 먹는 문화가 자연스레 발달할 수밖에 없는 이유. 달콤한 대추야자를 수시로 먹는 것은 기본, 바클라바, 하리사 등의 디저트는 ‘지옥의 달콤함’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달다.

ㅡ 할랄 푸드란 이것 중동 음식을 이야기할 때 꼭 알아야 할 개념이 할랄 푸드다. ‘할랄(Halal)’은 ‘먹을 수 있는’, ‘허락된 음식’이라는 뜻으로 중동 사람들의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 음식을 가리킨다. 전 세계 음식 시장의 16퍼센트를 차지하는 할랄 푸드를 빼놓고는 이제 세계의 음식 문화를 논할 수 없다. 할랄 푸드는 과일, 야채, 곡류 등 모든 식물성 음식과 해산물, 그리고 이슬람 율법에 따라 한 번에 도축한 양고기, 닭고기, 쇠고기를 뜻하는 말이다. 반면 돼지고기와 술처럼 엄격히 금하는 음식은 할람 푸드라고 불린다.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과자 중 국화땅콩샌드와 콘칩이 할랄 푸드에 속한다고.

ㅡ 넉넉한 아랍 사람들 아랍 사람들은 손님을 환대하기로 유명하다. 코란에도 ‘지나가는 나그네가 묵기를 청한다면 3일 동안은 극진하게 대접해야 한다’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실제 여행 중 누구를 만나도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싶으면 차나 식사를 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넉넉한 사람들의 성향은 요리에서도 드러난다. 향신료나 설탕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넣고, 식당에서 내는 음식의 양도 넘쳐난다. 넉넉한 것은 아랍 사람들의 몸집도 마찬가지다. 세계 비만율 통계에 따르면 남자 1위는 레바논, 2위는 카타르로 3위인 미국을 앞섰으며, 여자는 카타르, 사우디, 레바논이 나란히 세계비만율 1, 2, 3위를 석권했다!

 

1 닭고기 비리야니 인도는 물론 중동 지역에서도 널리 먹는 비리야니는 점도가 낮은 쌀인 안남미로 만들어야 포슬포슬한 원래의 식감을 살릴 수 있다. 올리브유를 넣은 완두콩과 당근을 쪄낸 뒤, 토마토 페이스트와 브리야니 파우더를 넣고 닭고기와 함께 익히면 된다. 음식 위에 튀긴 감자와 견과류를 올려 먹기도 한다. 닭고기 대신 양고기를 올려도 좋다.

 

2 삭슈카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브런치 요리로 모로코의 타진 요리에서 기원했다. 타진은 기다랗고 오목한 뚜껑의 냄비를 가리키는 말로 타진 요리는 우리의 찜 요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원재료의 수분을 이용해 장시간 불에 올려두는 타진 요리는 재료 고유의 맛과 영양을 고스란히 보존한 건강한 조리법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삭슈카 소스는 토마토, 양파, 각종 향신료와 재료로 소스를 만드는데, 번거롭다면 홀토마토 통조림을 사용해도 문제없다. 이 소스에 고추, 파프리카, 애호박 같이 식감 있는 채소를 올리브유와 함께 넣고 찐 뒤 계란을 올려 빵과 함께 먹는 요리다. 토마토 소스를 이용한 만큼, 우리에게도 친숙한 맛이다.

 

3 요르단 티 요르단 가정에서 자주 마시는 차로 홍차에 민트와 세이지를 넣은 티다. 민트가 들어간 티는 모로코, 요르단뿐 아니라 중동 전역에서 애용되는데 요르단 티는 허브, 세이지의 향까지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세이지의 독특한 향은 더위를 쫓아내고 정신을 맑게 한다.

 

계피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이름난 계피는, 고기 요리에 쓰인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식재료이긴 하지만 계피를 향한 중동 사람들의 사랑은 지극하다. 오래전 아랍의 무역 상인들은 계피의 출처를 비밀로 하고, 거대한 새가 둥지를 만들 때 사용하는 가지라는 헛소문을 퍼뜨렸을 정도다. 디저트와 과자에 향을 더하는 데도 사용한다.

 

5 팔각 향신료 중에서도 특히나 강한 향을 가진 팔각은 양고기처럼 강한 고기 냄새를 잡는 데 유용하다. 중국과 인도는 물론, 중동에서도 음식을 만들 때 빠지지 않는데, 쌀요리에 독특한 풍미를 더할 때도 종종 사용한다. 비리야니는 물론, 레바논과 시리아, 요르단,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널리 먹는 쿠스쿠스에도 팔각을 사용한다.

 

6 마물 동그란 모양이 중국의 월병을 닮은 마물은 우리의 송편처럼 명절에 챙겨 먹는 디저트다. 부활절과 이슬람교의 명절인 이드가 바로 중동 사람들이 마물을 먹는 날이다. 파스타면의 재료이기도 한 단단한 밀, 듀럼 밀가루인 세몰리나(Semolina)로 만든 반죽 속에는 대추야자와 피스타치오, 호두 등을 갈아 넣는다. 아랍의 다른 디저트에 비하면 달지 않은 편이다.

 

아랍식 샐러드 아랍식 샐러드는 먹기 좋게 잘게 썬 재료가 특징이다. 토마토, 오이, 양파 등 다양한 색의 채소를 작게 깍뚝썰기한 후 파슬리, 민트, 상추를 잘게 다져 넣은 뒤 올리브유와 레몬즙, 민트, 그리고 소금으로 간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큼하고 짭짤한 맛은 더운 날씨, 입맛을 되돌려놓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가장 대중적인 아랍식 샐러드로 꼽히는 파투시(Fattoush)는 잘게 찢은 빵을 샐러드 재료와 함께 그릇에 섞어 먹는 것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