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을 잘 수는 없지만 대신 숨어들 따뜻하고 아늑한 곳을 찾는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이 계절을 보내는 방식이다. 지금, 추운 바람을 피해 사람들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1 객실의 침대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볼 수 있는 네스트 호텔. 2 라이브러리 겸 로비 라운지 쿤스트 라운지에는 희귀한 아트 서적이 잔뜩 있다.

네스트 호텔
사람들이 떠난 겨울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담요를 둘둘 감은 채 책 한 번, 바다 한 번 보는 게 오랜 꿈이라면 꿈이었다. 바닷가에 사는 친구조차 없는 내게는 요원하기만 했던 이 ‘로망’을 영종도 네스트 호텔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올가을 인천 영종도에 새로 오픈한 이곳은 국내 최초로 디자인호텔스 멤버로 등재되었다. 그만큼 깔끔하고 세련되었지만,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멋이다. 서울에서 1시간이면 겨울 바다가 보이는 따뜻한 방이 내 것이 되는데, 제일 좋은 건 침대가 창가를 향해 있다는 것. 누워서 해가 뜨는 것부터 지는 것까지 볼 수 있으니, 이곳은 게으름뱅이의 천국이 분명하다. 

 

꼭 해봐야 할 일 로비에 위치한 쿤스트 라운지는 건축,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아트 서적이 가득한 라이브러리다. 이곳에서 책을 보거나, 1만원이면 즐길 수 있는 브런치나 디저트를 놓치지 말길. 특1급 호텔임에도 서울 시내 호텔에 비해 숙박료가 훨씬 저렴하고, 숙박을 하지 않아도 반나절쯤 시간을 보내기 좋다. – 허윤선(<얼루어> 피처 디렉터) 

주소 인천시 중구 운서동 2877 문의 032-743-9000, www.nesthotel.co.kr

1 언제 봐도 시원한 공항 활주로. 2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공항 풍경. 3 출출하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식당이 있다.

인천국제공항
공항이라는 장소를 무척 좋아한다. 특히, 국제선 노선이 많은 인천국제공항이 참 좋다. 명확한 목적과 목적지가 있어야만 찾는 공항이라는 장소. 이곳의 ‘공기’는 무척 다르다. 가족과 연인을 보내는 눈물, 바벨탑을 연상시키는 갖가지 언어, 조금 딱딱하지만 제복을 멋들어지게 입은 파일럿들,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게 만드는 경호원. ‘그냥’ 찾은 공항의 풍경은 정말 많이 다르다. 따뜻한 커피와 이어폰, 음악, 책을 준비해 2층 탑승동 가장 편한 벤치에 앉는다, 잠깐 잠을 자거나 책을 읽어도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 모두 이방인이다.

 

꼭 해봐야 할 일 꼭 공항철도를 이용한다. 특히 눈이 오는 날이면 가슴 먹먹한 창밖 경치가 펼쳐진다. 배가 고프면 봉피양의 평양냉면을 추운 겨울에 먹어보는 것도 좋다. – 파니핑크 홍재목(뮤지션) 

주소 인천시 중구 운서동 2851 문의 1577-2600 

1 딸기를 가득 올린 스트로베리 와플. 2 다양한 원두가 준비되어 있다.  

빈스빈스
겨울이면 빈스빈스 원마운트점을 자주 찾는다. 찬 바람을 쐬지 않아도 되는 몰은 쇼핑, 영화, 먹거리, 스노파크와 워터파크 등 모든 걸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서 추운 겨울 크게 이동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기 좋다. 특히 빈스빈스는 2층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혼자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들를 때면 와플을 꼭 먹는다. 커피 전문점이지만 와플이 인기인 탓에 와플로 더욱 유명한 집이다. 크기가 크고 다양한 종류의 와플이 있으니 자주 와도 질리지 않는다.

 

꼭 해봐야 할 일 겨울 시즌엔 딸기를 가득 올린 스트로베리 와플을 먹어보길. 시간을 잘 맞추면 매번 끼니를 챙기러 오는 길냥이들과 놀 수도 있다. – 센티멘탈 시너리(뮤지션) 

주소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2606 원마운트몰 2층 문의 031-961-6545

1 매일 아침 그날의 가장 신선한 생선으로 차리는 이꼬이의 아침 식사. 2 마치 친정집에 온 것처럼 따스하다.

이꼬이 & Stay

‘동부이촌동의 심야식당’으로 알려진 이꼬이가 제주시 한복판에 B&B ‘이꼬이 & Stay’를 열면서 몇몇 지인과 무작정 찾아간 이후 매월 두 번의 주말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아직 시집은 안 갔으나, ‘이런 게 친정집 가는 기분이겠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누구보다 여자들의 라이프를 잘 이해해주고 들어주는 정지원 대표를 만나러 가는 것이 묘미다. 1인실부터 4인실까지 다양한 룸 선택이 가능하여 그룹으로 와도 혼자 잘 수 있다는 게 장점. 서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할 게 많은 제주지만, 이곳에 머물며 끝내주는 아침상을 경험하는 건 ‘이꼬이 & Stay’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혜다. 매일 새벽장에서 공수해오는 신선한 생선 한 마리와 다양한 일본 가정식 스타일의 반찬이 올라오는 이곳의 아침상은 새삼 식도락이 주는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 만나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되돌아보게끔 한다.

 

꼭 해봐야 할 일 한라산 새벽 등반을 계획했더라도 하루 전에만 얘기하면 새벽 아침상을 든든하게 챙겨줄 것이다. 아침은 꼭 먹을 것! 저녁에는 정지원 대표의 오마카세 메뉴를 맛볼 수도 있다. – 강윤희(한섬 패션정보실) 
주소 제주시 일도1동 1306-11 문의 070-8239-9408

1, 2 나무 선반과 나무 바닥, 나무 지붕 등 산장에 온 것처럼 아늑하다. 3 과일과 허브로 만든 스쿼시.

리치 카페
가로수길과 세로수길 곳곳에 많고 많은 게 카페지만 꼭 마음에 드는 곳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카페 겸 바 어퍼웨스트(Upperwest)는 조용히 와인을 한잔하고 싶을 때 간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리치 카페는 나무와 생화가 조화된 인테리어와, 활기찬 분위기가 좋아서 자주 찾는다. 울리치 등을 판매하는 WP 스토어 편집숍 1층에 마련된 카페가 리치 카페인데, 인근에서 가장 조용하고 캐주얼한 분위기다. 직원들이 의류를 판매하다 말고 주문을 받는 모습도 좋다. 줄줄이 걸린 패딩과 코트는 보기에도 따뜻하다. 가장 좋은 건 패션 편집숍인 만큼 그달에 새로 나온 잡지가 가득 있다는 것.

 

꼭 해봐야 할 일 과일과 허브를 넣어 직접 담근 청으로 만들어주는 스쿼시가 아주 맛있다. 라임 모히토 스쿼시, 라즈베리 민트 스쿼시, 파인애플 로즈메리 스쿼시 등 각각 다른 맛과 향으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눈 내리는 날 창가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김지연(칼럼니스트)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5-7 문의 02-515-7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