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과 스파, 미용실과 파인다이닝, 요리 학원과 요가 학원까지 값비싼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찾아 비교 체험을 했다. 저마다의 정체성으로 무장한 같고도 다른 두 장소를 낱낱이 밝힌다.

피에르 가니에르, 궁극의 요리

한국의 미식가들 사이에서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의 존재는 각별하다. 미슐랭 스타가 없는 한국에서, 미슐랭 스타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가 진두지휘하는 곳이니까! 소공동 롯데호텔의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의 35층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가 식사의 시작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토록 비밀스럽고 웅장한 레스토랑 입구는 없으니 말이다. 월요일 6시. 레스토랑은 한적했고, 창가에 앉으니 서울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실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의 가격은 사악하다고 해도 좋다. 런치 가격이 서울의 웬만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디너 가격과 맞먹으며, 저녁 식사와 와인을 함께 즐기려면 1인당 20만원 이상은 쓸 각오를 해야 한다. ‘6 발작(6 rue Blazac)’은 그의 아름다운 요리를 다채롭게 조금씩 맛보기에 가장 좋은 선택이다. 네 종류로 제공되는 빵에 버터를 듬뿍 발라 먹으며 서울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한 상처럼 다섯 종류의 아뮈즈 부슈가 차려진다. 사과향의 구아바젤리, 푸아그라 아이스크림과 크레페 등 모두 호사스러운 한입 거리다. 접시에 담긴 음식들은 빛깔부터 위치까지 모든 게 완벽하게 아름다운 한편, 어렵다. 식재료와 먹는 법, 순서에 대한 설명을 들어도 올리브 타프나드, 조개 마히니에르는 낯설어도 너무 낯설으니까. 실제로 올리브 타프나드는 올리브를 갈아 넣은 소스, 조개 마리니에르는 조개 국물로 맛을 낸, 익숙한 요리인데도 말이다. 특별히 엄청나게 수다를 떨거나, 일부러 천천히 먹지도 않았는데 시간은 8시가 지나고 있었다. 기다리다 못해 디저트와 프티 푸를 한꺼번에 달라고 부탁했다. 잘 부풀어 오른 별 모양의 초콜릿 수프레가 나왔을 때 마침, 35층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격식 있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별 모양의 수플레를 보며 행복한 기분에 잠겨,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해치운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 6 발작 코스 요리 
세금 및 봉사료 포함 18만원. 식전주와 5가지 아뮈즈 부슈와 3종류의 메인, 디저트, 프티 푸가 포함되어 있다.  

룬 비올렛, 괜찮은 비스트로 

라 룬 비올렛, ‘보라색 달’이라는 신비로운 이름을 가진 프렌치 레스토랑은 동교동에 수년째 자리 잡고 있다.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기본기에 충실한 프랑스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평. 레스토랑에 도착한 시간은 금요일 오후 9시. 저녁을 시작하기에는 다소 늦었지만, 술을 마시기에는 더없이 완벽한 시간이었다. 테이블과 프랑스의 비스트로처럼 꾸며놓은 벽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고, 안쪽 공간에서 보이는 자그마한 오픈 키친에서는 단골 손님과 대화를 나누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셰프들이 보였다. 라 룬 비올렛의 와인은 2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스페인산 화이트 와인 한 병을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첫 번째 요리는 연어 그라블락스! 친근하게 설명하면 연어 샐러드다. 식재료 자체는 새로울 것 없었지만 시트러스와 향신료로 간한 연어와, 비트 퓌레가 입맛을 돋웠다. 마침 와인이 나왔고 이어지는 음식의 향연을 보며 생각했다. 이곳에서 코스요리를 먹지 않는 것처럼 바보 같은 일은 없다고! 수란을 곁들인 라타투이, 프렌치프라이를 곁들인 비스트로 비프, 수비드한 삼겹살 등 라 룬 비올렛의 대표 메뉴를 모두 조금씩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니, 조금씩이 아니라 둘이 나눠 먹기에 넉넉한 양이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홀 분위기도 한층 차분해져, 취기를 느끼며 하우스 레드 와인 한 잔을 주문했다. 소고기 육즙에 소고기를 삶아낸 기름진 비스트로 비프는 와인 안주로 적격이니까. 생각보다 긴 코스가 끝나고, 디저트인 에클레어와 커피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가격을 고려하면 음식의 수준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다만 연인과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보다는, 와인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한껏 즐기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찾으면 더 좋을 곳이다. 비스트로라는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로맨틱함이나, 세련됨과는 꽤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 자주 찾을 것 같긴 하다. – 이마루(피처 에디터)

 

+ 디너 코스 요리
3만5천원으로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와 음료를 포함해 총 6~7가지 요리를 고루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