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집밥의 맛을 안다. 하지만 손맛 좋은 친구 어머니가 차려준 밥처럼 유별나게 맛있는 상도 있는 법이다. 진짜 맛있는 집밥을 차리는 7개의 식당.

1 육회비빔밥정식과 함께 오른 시래기찜과 김치찜, 그리고 장조림 2 해방촌 언덕길에 자리해 있다

1 육회비빔밥정식과 함께 오른 시래기찜과 김치찜, 그리고 장조림 2 해방촌 언덕길에 자리해 있다

1 미수식당
엄마와 딸이 함께 식당을 차리면 어떤 모습일까? 미수식당이 상상만 해도 흐뭇한 풍경을 실현다. ‘살찌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포스터가 존재감을 자랑하는 이 작은 식당은 지난해 12월, 해방촌에 문을 열었다. 미수식당의 ‘미수’는 엄마의 이름. 해산물은 노량진, 한우는 마장동, 제철 반찬은 가까운 시장에서 사오는 부지런한 모녀는 밑반찬도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만든다. 대표 메뉴인 한우아롱사태 시래기찜과 김치찜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고기가 듬뿍 들어간다는 것. 점심에는 밑반찬과 함께 오르고, 늦은 저녁에는 푸짐한 안주가 되어 술을 부른다. 5백원에 계란프라이 한 장, 2천원에 계란말이 한 줄을 추가해주는 센스는 직장 생활을 경험한 딸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딸은 소문난 주당이기도 하다. 제주 고소리술, 매실원주 등 엄선한 전통주 리스트가 그 증거. 이쯤 되면 밥을 먹으러 와야 할지, 술을 마시러 와야 할지 헷갈릴 정도다.
가격 점심메뉴 미수곰탕 1만원, 김치찜정식 8천원, 육회비빔밥 1만2천원, 저녁메뉴 장조림 1만2천원, 시래기찜 3만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24-17 문의 02-794-4522

 

1 강된장에 비벼 먹는 생채비빔밥 정식 2 지리산 야생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들

1 강된장에 비벼 먹는 생채비빔밥 정식 2 지리산 야생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들

2 에코밥상
‘친환경’이라는 말을 내세우는 곳은 많지만 온전히 친환경 재료만 쓰는 곳은 드물다. 에코밥상은 바로 그 드문 가게 중 하나다. 에코생협,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안전한 먹거리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에코밥상은 간장, 강된장, 고추장 등 양념까지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발효한 것을 사용한다. 그래서일까. 메뉴판에 적힌 우리나물 비빔밥, 우리콩 된장찌개의 ‘우리’라는 표현이 더욱 진실되게 느껴진다. 한상차림부터 삼겹살찜, 유정란찜처럼 단품 메뉴까지 고르게 선보이는데, 단품 메뉴는 무주산 머루와인 등 국내 과일주와 곁들이면 좋다. 에코밥상의 벽은 지리산에 사는 김은영 작가가 그린 야생화들로 채워져 있다. 제 계절을 맞이하면 힘껏 꽃잎을 벌이는 생명력 강한 꽃들처럼, 건강한 음식을 먹은 우리 몸도 활짝 피어날 지 혹시 모를 일이다.
가격 생채비빔밥과 강된장 1만5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적선동 94 후빌딩 2층 문의 02-732-9136

 

1 숯불닭갈비정식과 파니니그릴 떡갈비정식. 반찬은 2인 기준이다 2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실내

1 숯불닭갈비정식과 파니니그릴 떡갈비정식. 반찬은 2인 기준이다 2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실내

3 더 심플한 테이블
지난 2월, 합정동의 20년 된 다가구 주택을 개조한 건축물에 믿음직한 밥집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더 심플한 테이블. 더 심플한 테이블은 가산디지털단지, 을지로 등 오피스타운에 자리한 백반집 봉태민에서 시작됐다. 35년 동안 음식점을 운영해온 형의 장모님의 노하우와 직장인들의 검증에 힘입어 한정식에 가까운 밥상을 선보이고자 만든 곳이니 이쯤 되면 가족 사업이라고도 할 만하다. 도매시장인 양평동 영일시장에서 새벽 장을 봐온 재료로 매 아침 반찬을 준비하고, 10년 넘게 거래해온 업체들로부터 질 좋은 고기와 쌀, 계란을 공수해오는 이곳의 정식 메뉴는 파니니그릴떡갈비, 숯불닭갈비, 제육볶음 딱 세 가지뿐이다. 하지만 질릴 일은 없다. 기본 반찬이 매일 바뀌는 데다가, 중국식 파보쌈, 잘 익힌 파김치와 함께 나오는 육전 등 특선요리도 마련되어 있으니까. 더 좋은 건 특선요리에는 해물찌개가 무조건 함께 나온다는 것!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먹은 새우탕 맛을 재현했다는 해물찌개는 안주로도, 밥도둑 역할로도 손색없다.
가격 숯불닭갈비정식 7천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새벽 2시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63-6 문의 070-4829-7943

 

 

1 버너에 올려 직접 끓여 먹는 통오징어 떡볶이, 그리고 갈릭베이컨 볶음밥 2 식당의 한쪽 벽면은 술로 채워져 있다

4 밥해주는 남자
요리 잘하는 남자를 거부할 여자가 얼마나 있을까? 가게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밥해주는 남자’의 모든 밑반찬은 고영석 대표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다. 엄마가 만드는 반찬은 낯설지 않다. 짠지, 오이지, 연근조림, 미역줄기 등 우리 집에서도 자주 보는 반찬이 대부분이다. 노선도 명확하다. 건강하게 먹고 싶을 땐 건강하게,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는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는 것이 이 남자의 목표. 그래서 메뉴판은 닭가슴살만 사용한 브로콜리 치킨부터 스팸에그 라이스까지 건강한 다이어트용 식사와 인스턴트 식품을 오간다. 다양한 주류 리스트와 함께 낮밤을 가리지 않고 안주도 함께 선보이니 배가 출출해질 때면 언제든지 밥해주는 남자를 찾을 것. 언제 가더라도 지금 기분에 딱 맞는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거다.
가격 통오징어 떡볶이와 볶음밥 1만2천원, 갈릭베이컨 볶음밥 6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시 중구 중림동 355 브라운스톤 1층 문의 02-312-2044

1 오늘의 별미밥상 2 창밖으로 성북동의풍경이 들어온다

1 오늘의 별미밥상 2 창밖으로 성북동의풍경이 들어온다

5 무명식당
모두가 이름을 알리지 못해 안달하는 세상에 이름이 없는 것을 내세운 식당이 있다. 무명식당이 ‘무명’을 선택한 건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아서다. 한국에서 난 식재료를 가지고 한국인 셰프가 만든 요리는 모두 무명의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김은정 이사의 철학이다. 외식업계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김은정 이사의 내공은 속초 저염낙지젓, 영광 고추장 굴비처럼 맛깔나는 식재료에서 드러난다. 매일 바뀌는 무명식당의 밥상은 두 가지. 잡곡밥과 반찬이 나오는 상은 무명밥상, 잡곡에 제철 재료가 들어간 별미밥이 나오는 상은 별미밥상이라고 불린다. 무명식당은 얼마 전 종로 식객촌에 두 번째 매장의 문을 열었다. 만화 <식객>에 등장한 전국의 음식을 모아둔 식객촌에서도 무명의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가격 무명밥상 8천원, 별미밥상 1만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주소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173-31 문의 02-743-1733

 

1 2인 기준의 K 정식은 이토록 푸짐하다 2 눈에 띄는 모던한 인테리어

1 2인 기준의 K 정식은 이토록 푸짐하다 2 눈에 띄는 모던한 인테리어

6 K
1년 전, K가 금호동에 문을 열었을 때는 뭐 하는 곳인지 살짝 엿보고 떠나는 손님이 더 많았다. 카페조차 보기 드문 금호동에 올리브색으로 외관을 칠하고, 대리석으로 바닥을 깐 식당은 낯설기 그지없었으니까. 어머니의 부대찌개 식당을 솜씨 좋게 재탄생시킨 강민상 대표는 8년째 금호동에 살고 있다. 동네에 새로운 공간을 선사하려던 마음이 K의 시작이 된 것. 인테리어는 오랜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한남동에서도 가장 모던한 마인드와 카인드의 주인, 류상엽 대표가 바로 그 친구다. 엄마와 아들은 이 새로운 공간을 함께 조금씩 채워나가는 중이다. 와인을 좋아하는 아들은 저렴하지만 훌륭한 와인을 구비해 셀러에 채웠고, 어머니는 손에 익지 않은 샐러드와 파스타 등 새로운 요리를 배웠다. K의 많은 식재료는 가까이에 자리한 재래시장인 금남시장에서 어머니가 직접 장 본 것들이다. 고등어, 전, 찌개, 두부탕수, 샐러드, 죽, 그리고 후식인 아메리카노까지 차려내는 K정식은 좋은 날, 가족들과 한 끼를 하고 싶은 동네 사람들이 자주 찾는 메뉴가 됐고, 밤에는 동네의 유일무이한 와인바가 된다. K에서 먹는 식사가 좀 더 친근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가격 K정식 1만6천원 와인 2만원대부터 영업시간 정오부터 새벽 2시까지 주소 서울시 성동구 금호동1가 1800 문의 02-2291-2826

 

1 모든 메뉴를 식판에 골라 담는다 2 에메랄드, 화이트 등 순수한 색을 사용한 내부

1 모든 메뉴를 식판에 골라 담는다 2 에메랄드, 화이트 등 순수한 색을 사용한 내부

7 순수식판
이태원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자피자를 출범시킨 트라이비푸드가 ‘집밥’에 도전했다. 그 이름하여 바로 순수식판. 순수식판이 생각하는 식판의 미덕은 바로 간편함에 있다. 식판 하나면 밥, 국, 반찬까지 한자리에서 깔끔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는 순수식판의 메뉴는 단출하다. 잡곡밥과 흰 쌀밥, 국, 5~6가지의 반찬, 그리고 차가 전부다. 매일 바뀌는 메뉴는 순수식판의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제육볶음이나 비엔나 소시지가 반찬으로 나오는 날 ‘좋아요’가 가장 많이 눌린다니, 일주일 급식 식단표를 들고 좋아하는 반찬이 나오는 날을 기다리던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허브와 감자, 무, 배추 등 온갖 채소를 화성에 자리한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는 순수식판이 문을 연 지 이제 고작 반년. 밥 먹는 시간이 좀 더 순결해졌다.
가격 6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3-28 문의 02-794-9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