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공원과 한남동, 가로수길과 양재천, 상수동과 북촌까지 시차 없는 서울로 여행을 떠났다. 마음먹고 여행한다면, 그 어떤 도시보다 매력 있는 바로 그 동네로.

1 창가를 바라보며 앉을 수 있는 오버더카운터 내부. 1-2 전시하고있는 디자인 제품들. 2 프렌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류니끄. 3 최근해밀턴 호텔에 2호점을 오픈한 이코복스 커피. 4 감각적인 제품으로가득한 코발트숍&카페. 5 초콜릿 카페 고디바.

여전히 가로수길

누군가는 가로수길이 강남의 명동이 되었다고 말한다. 가로수길의 가로수는 여전하지만 그 뒤로 위치한 가게들은 지난 1~2년 사이 적게는 한 번, 많게는 서너 번씩 새로운 간판을 내달았다.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그 거리에서 더 이상 예전의 호젓한 분위기를 찾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로수길은 강남에서 가장 핫한 거리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정든 가게가 하루아침에 흔적을 감추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무조건 나쁘다 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새로운 레스토랑과 멀티숍, 레스토랑이 들어서는 지금의 가로수길을 찾고 즐기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할 테니 말이다. 세로수길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며 확장되고 있는 이곳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세로수길 안으로 들어갈수록 예전의 가로수길과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거다. 마침 가로수길을 대표하던 그 이름들이 돌아오고 있다.

1. 오버더카운터 오버더카운터는 먹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더해진 레스토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부엉이 캐릭터에 시선을 빼앗기고, 유럽의 오랜 책방에서 가져온 듯한 책 안에 꽂혀 있는 메뉴판, 부엉이 도장과 레스토랑 곳곳을 채운 그림과 치약, 앞치마 등의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와일드베리티, 캐러멜 소스를 곁들인 미니배와 아이스크림 등 마리메코와의 협업 메뉴를 선보이며 이 메뉴들은 마리메코의 그릇에 담겨 배달된다. 진한 달콤함이 오감을 자극하는 초코 케이크가 특히 유명하며 파니니 샌드위치, 프랑스식 퀴시는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없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1-13 문의 02-520-8727

2. 류니끄 오너셰프인 류태환이 반갑게 맞이하는 류니끄는 일식과 프렌치 요리를 바탕으로, ‘유니크한’ 메뉴를 선보인다. 요리에 대한 철학과 테크닉, 이야기라는 세 가지 요소에 가치를 두는 셰프의 마인드 덕분에 메뉴는 계절마다 그 모양과 맛을 달리한다. 6만6천원, 8만8천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는 디너 코스를 천천히 음미하고 있노라면 호사스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현재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만든 ‘헌정’이라는 디너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부드럽게 익힌 송어 위에 코코넛 밀크를 넣어 만든 부드러운 소스를 두르고 연어알을 올린 류태환식 송어 요리를 만들어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0-1 문의 02-546-9279

3. 이코복스 커피 커피키친에서 이코복스 커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커피 맛은 여전하다. 자체적으로 구비한 로스팅 기계로 일주일에 두 번씩 원두를 볶는 것에는 변함없으니 당연한 일일 거다. 모든 커피를 대표메뉴라 부를 만하지만 굳이 하나만 꼽으라면 ‘크림을 얹은 커피’라는 뜻의 카페콘파나를 꼽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식 커피로,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맛보는 것 이상의 커피 맛을 재현했다’고 하니 의심 많은 이라면 직접 마셔보는 편이 빠르다. 엄선한 스페셜티급 이상의 다양한 생두를 맛볼 수 있는 이코복스, 수많은 커피숍을 제쳐두고 세로수길의 이 커피집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4-10 문의 02-545-2010

4. 코발트숍&카페 혼자만 알고 싶은 카페를 묻는다면 단연 코발트숍&카페를 꼽겠다. 가로수길 초년 멤버로 지난해 세로수길 중에서도 꽤 깊숙한 곳에 다시 자리 잡았다. 지하는 카페로 1층은 갖고 싶은 물건으로 가득한 셀렉트숍으로 알차게 단장했다. 카페에는 매주 꽃시장에서 들여오는 꽃이 가지런히 창가에 놓여 있고 <판타스틱 맨>, <모노클>, <월페이퍼> 등 보통의 카페에서 찾을 수 없는 잡지를 맘껏 보고 읽을 수 있다. 신진 디자이너의 재기 발랄한 리빙 제품과 친환경 제품, 뷰티 제품까지 다양하게 구비했다. 가끔은 공연장과 벼룩시장으로 변신할 예정이라 하니 기대해도 좋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160길 35-5 문의 02-3446-1510

5. 고디바 벨기에 태생의 고디바 플래그십 스토어는 지난 12월, 가로수길에 안착했다. 줄을 서서 사 먹는 홍콩에 비하면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이지만 명품 초콜릿 맛을 전파하며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1층은 테이크아웃 전문 공간으로, 2층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카페로 꾸며졌다. 푹신한 소파를 구비한 2층 카페에서는 한입 크기의 고디바 초콜릿은 물론 고디바만의 비밀 레시피로 만들어지는 대표 음료 ‘초콜렉사’를 맛보는 고디바 홀릭들로 붐빈다. 다양한 라인의 초콜릿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훌쩍 가버리고, 한 손에 선물 세트를 들고 나오기 일쑤인 중독성이 강한 곳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5-6 문의 02-517-3979

6 유행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멀티숍, 쿤위드어뷰. 7 1만5천 장의 LP를보유한 음악바, 트래픽. 8 재기발랄한 디자인 제품으로 채워진 디자인 파일럿.8-2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주는 귀여운 조명. 9 화분과 꽃으로 장식한블룸앤구떼의 입구. 10 슬로푸드 가드닝을 지향하는 만큼 건강한 인테리어를자랑하는 에이블. 10-2 에이블의 인기 메뉴인 청포도 주스와 레드디톡스 주스.

6. 쿤위드어뷰 패션 라이프 스타일 멀티숍 쿤위드어뷰는 판매하는 아이템은 물론 놓여 있는 소품조차 평범한 것을 거부한다. 태국 쇼핑의 1순위 브랜드인 그레이하운드와 세컨드 레이블인 플레이하운드 매장으로 꾸며진 지하 1층, 자전거와 향수, 베어브릭 등의 아이템으로 꾸며진 1층, 유행이 한눈에 보이는 여성복, 남성복이 빼곡하게 걸린 2, 3층을 지나면 인테리어 소품과 IT기기, 키치한 컬러와 흥미로운 리빙 소품이 가득한 4층에 다다른다. 5층은 프라이빗 라운지로 지하 1층에서 4층까지 마음에 드는 제품들을 모아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물론 VIP에게만 제공되는 호사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6-5 문의 02-3443-4508

7. 트래픽 트래픽이 가로수길에 문을 연 지 10년이 되었다. 한 달에도 수많은 가게가 문을 닫고 다시 열기를 반복하는 이곳에서, 그것도 옷가게나 커피숍이 아닌 ‘음악바’라는 사실이 놀라운데 최근 압구정에 2호점까지 오픈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오영길 대표가 스무 살 때부터 모았다는 1만5천여 장의 LP가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롤링 스톤스, 잭슨 브라운, 이글스, 로드 스튜어트 등 그 시절의 그 노래가 듣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곳으로 향하면 된다. 단골 손님이 좋아하는 음악을 기억해 알아서 틀어주는 센스 만점 디제이도 만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8-5 B1 문의 02-3444-7359

8. 디자인파일럿 전 세계의 크고 작은 디자인 박람회와 전시를 통해 배출되는 신인디자이너와 신진브랜드의 제품을 선별해 판매하는 디자인파일럿. 가로수길에 위치한 쇼룸에서는 직접 수입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공간은 협소하지만 종이로 만든 시계와 강아지 모양의 조명, 옷걸이, 패브릭 의자, 문구 용품과 쿠션 등 구비한 아이템은 그 종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제품 종류에 따라 간단한 선물 포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홈페이지(designpilot.net)에서도 구입할 수 있으며 EMS로 배송 가능하다고 하니 해외 거주자들도 맘껏 둘러볼 수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9-10 문의 02-516-5331

9. 블룸앤구떼 자취를 감추었던 블룸앤구떼가 드디어 돌아왔다. 유럽의 마켓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입맛을 다시게 하는 케이크와 꽃바구니가 가득 놓인 걸 보면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지하에는 꽃집과 작은 테이블이 놓였고, 계단을 올라가 화덕을 지나면 햇살이 그대로 내리쬐는 널찍한 테이블을 만날 수 있다. 백년초 가루를 넣은 생크림 케이크, 캐러멜과 무화과를 넣은 케이크 등 트레이드마크인 케이크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고, 데리야키 치킨 샌드위치, 리코타 치즈 파니니, 펜네 치즈 그라탱 등 브런치 메뉴에도 힘을 실었다. 점심 시간에는 세트 메뉴도 선보인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4-6 문의 02-541-1530

10. 에이블 에이블은 지난해 오픈과 동시에 가로수길의 핫플레이스로 안착했다. 휴롬으로 천연 생과일 주스를 만들고, 옥상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로 샐러드를 만드는 이곳은 ‘슬로푸드 가드닝’을 지향한다. 시럽과 물을 전혀 넣지 않고 만드는 청포도 주스, 에이블 비타민, 레드디톡스 주스는 그 이름만큼이나 건강한 맛으로 기분까지 좋아지게 한다. 한쪽에 자리한 ‘달시’라는 플라워숍에서는 꽃꽂이 강의도 한다. 동백 나무, 소여물통으로 만든 냉동고와 재활용한 패브릭을 입힌 앤티크 의자 등 ‘에이블’스러운 소품도 놓치지 말것.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7-5 2층 문의 02-3445-7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