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겨울보다 여름에 맛있고, 샴페인도 그렇고, 칵테일의 계절도 분명 여름이다.
술을 위한 계절은, 물론 따로 있다. 맥주는 겨울보다 여름에 맛있고, 샴페인도 그렇고, 칵테일의 계절도 분명 여름이다. 이번 여름에는 하고많은 술 중에 하필 이 술을 마셔야 할 이유가 있다. 샴페인의 위대한 아이콘 돔페리뇽의 2003년 빈티지는 묘하다. 잔도 샴페인 잔이 아닌 화이트와인 잔을 쓴다. 샴페인 메이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해인 2003년은 여전히 기품을 갖췄으면서도 지금과는 다른 돔페리뇽을 만들어냈다. 강남 신세계백화점 랄프 로렌 매장 옆에 등장한 돔페리뇽 팝업바에서 마신 2003년 한 잔으로 여름이 시작되었다. ‘남산 침공’을 방불케 한 앱솔루트 엘릭스의 론칭 파티는 여름밤에 술만 더하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는 걸 보여줬다. 앱솔루트가 내놓은 프리미엄 보드카 엘릭스는 고급 보드카만이 가질 수 있는 부드러운 향을 온통 뿜어냈다. 일본의 명문 주조가에서 만드는 일명 ‘부엉이 맥주’, 히타치노 네스트는 한동안 화제의 중심이 될 것 같다. 생강을 직접 갈아 넣은 진저에일과 화이트에일, 클래식에일을 차례로 마셨다. 에스프레소라는 이름의 흑맥주는 얼음을 넣어 차게 마신다. 까마귀 목욕한 물 같다고 흑맥주를 질색했더라도, 이 맥주만큼은 마셔보길 권한다. 얼굴은 아롱아롱 붉게 물들어갔지만 밤이라서 안 보였다. 여름밤과 술은 그래서 단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