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과 스파, 미용실과 파인다이닝, 요리 학원과 요가 학원까지 값비싼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찾아 비교 체험을 했다. 저마다의 정체성으로 무장한 같고도 다른 두 장소를 낱낱이 밝힌다.

달빛 아래 신라호텔
은근한 비가 내렸지만 야외수영장 어번아일랜드는 아름답기만 했다. 초록으로 물든 남산에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는데, 그 풍경이 아름다워 비가 오는 게 더 반가울 정도였다. 수영장과 자쿠지를 오가며 한바탕 물놀이를 한 다음 재료와 지역별로 다른 풍미를 내는 수제 맥주와 바비큐 플레이트를 주문했다. 모두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수제 맥주 네 가지를 맛본 뒤 그중 두 가지를 추가로 즐길 수도 있다. 소안심, 돼지고기, 오리고기, 소시지 등이 듬뿍 담긴 바비큐 플레이트는 그야말로 숯불향 속에서 육류 각자의 매력이 증폭된 맛. 그 다음에는 실내수영장에서 점점 어둠에 잠기는 서울을 지켜봤다. 시간을 보니 이미 해피아워! 낮에는 애프터눈 세트를, 저녁에는 정찬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음식과 와인, 맥주 등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를 놓칠 수 없는 일. 절인 올리브를 비롯한 전채요리와 해산물 요리, 스테이크, 디저트 메뉴가 풍성하게 차려져 있는 라운지에서 멋진 디너를 즐겼다. 이렇듯  신라호텔에서는 즐길거리가 너무나 많다. 그래서 객실에는 늦은 밤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라호텔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객실이다. 폭신한 침구, 근사한 서울 전망, 세심한 서비스 등 우리가 좋은 호텔에 묵을 때 기대하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 다음 날 아침, 안 먹던 아침까지 든든하게 챙겨먹고 호텔을 나설 때까지, 상쾌하지 않은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 인비테이션 투 서머 패키지
34만원부터(세금 및 봉사료 별도). 조식과 오후부터 저녁까지 라운지에서 무제한으로 음식과 음료, 어번 아일랜드에서의 맥주 플레이트와 비비큐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은행 뒤 신신호텔 
그곳에서는 다른 시간이 펼쳐지는 것 같다. 명동을 지나 한국은행 쪽으로 오면 오가는 사람들의 수는 적어지고, 랜드마크인 한국은행이 눈에 들어온다. 그 골목 안쪽에 신신호텔이 있다. 안쪽의 로비에는 여러 개의 노란색 배로 만든 스마일 설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옆에 있는 흑백 사진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1964년 신신호텔 전신의 모습이니까. 1964년부터 30년간 같은 자리에서 호텔과 사우나를 운영해온 이곳은 잠시 문을 닫았다가 2013년에 새롭게 탄생했다. 홍콩이나 일본에 가면 즐겨 찾던 제대로 된 부티크 호텔이 등장한 것이다. 작은 호텔이지만 카드 키를 인식해야만 비로소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등 보안과 서비스가 철저하고, 1층의  다인힐은 호텔 손님들의 아침 식사는 물론 인근 직장인의 점심 식사, 회식 등으로 인기 있는 브루클린 스타일의 아메리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어메니티로는 아베다의 제품이 준비되어 있고, 세탁 서비스도 가능한, 작지만 제대로 된 호텔이다.  모노톤의 인테리어는 노란색 줄무늬로 생동감을 얻는다. 이 노란색 줄무늬는 목욕 가운과 투숙객에게 선물로 증정하는 에코백에서도 이어진다. 가장 바쁜 도심에 위치해 있지만, 어딘가 한가로운 느낌이 드는 건, 답답하지 않은 전망 덕분이다. 밤에는 서울의 밤을 지키는 건물들이 근사한 풍경을  만들고, 아침이 되면 아름다운 한국은행과 정원이 품위 있는 서울의 아침을 비춘다. 이런 출근길이라면, 꽤 근사하다. – 허윤선(피처 디렉터)

+ 어썸 쿨 패키지
13만원부터(세금 별도). 다인홀에서 즐기는 홈메이드 아메리칸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