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누워 밤하늘을 빼곡히 수놓은 별을 감사하고 싶다면, 풍미 가득한 아라비아의 음식과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이국적인 아라비아 여행을 꿈꾸는 몽상가를 위한 곳이 바로 카스르 알 사랍 리조트이다.

아랍에미레이트 리와 사막에 장엄한 요새처럼 건축된 카스르 알 사랍 리조트의 전경.

여행은 정체된 내 삶이 아닌 다른 것을 경험하기 위해 시작하는데, 결국 그 속에서 다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다. 여행에 관한 심리, 이론은 접어두고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여행을 갈구하는 부분은 결국 휴식과 낯섦이다. 조금 더 로맨틱하게 말한다면 ‘도망치는 것’이다. 그러나 낯섦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지와, 온전한 휴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지는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에디터는 많은 곳을 경험했다고 자부하지만 이 두 가지 욕구를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곳은 의외로 드물었다. 어딘가 한쪽이 기울기 마련이었다. 카스르 알 사랍 리조트(Qasr al Sarab Desert Resort by Anantara)는 거짓말처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낯섦’과 ‘온전한 휴식’을 내게 주었다.

아랍에미리트의 리와 사막에 위치한 카스르 알 사랍 리조트는 아난타라 계열의 리조트로 작은 마을 크기에 가까운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인천공항에서 새벽 1시에 에티하드 항공을 타고 10시간 동안 잠을 청하면 아침 6시에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한다. 현재까지는 유일한 직항 노선이다. 아침에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해서 렌터카를 타고 사막을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하니 사막이 위용을 뽐내며 점점 거대한 몸집을 드러냈다. 추억 속의 호주 사막은 초라하게 느껴졌고, 아프리카의 사막은 척박했다는 기억으로 재편될 정도로 독보적으로 아름다운 사막이었다. 굴곡진 사막의 사구는 시간의 추이에 따라 칼같이 날카로운 그림자를 남기고, 모래는 더없이 부드럽고 우아한 색을 하고 있었다.

1 사막을 바라보면서 수영을 하는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는 카스르 알 사랍 리조트. 2 아랍의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은 로비 입구. 3 개인 풀이 있는 투 베드룸 빌라. 4 유목민의 전통을 상징하는 가구와 소품으로 장식한 방의 내부. 5 리조트 안을 산책하다 보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분수.

눈앞에 펼쳐진 장엄한 요새
1시간 30분 정도를 달리니 멀리에 리조트가 나타났다. 사구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 마치 신기루처럼 서 있었다. 로비에 도착하니 리조트의 외관과 내부는 마치 아라비아의 고전 영화를 위해 만들어놓은 세트장에 와 있는 듯 시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곳이 지은 지 고작 5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탄하고 있는 사이에 컨시어지는 나에게 이곳은 아부다비의 서쪽 지역인 알 가르비아에 거주한 부족을 지켜주던 고대 아라비안 요새를 본떠 지었다고 설명해주었다. 카스르 알 사랍 리조트를 지은 건축가들은 아부다비와 알 아인에 남아 있는 거의 모든 요새와 전통 건물을 일일이 방문하고 조사하는 데에만 수개월을 보냈다고 한다.
200개가 넘는 전통적인 아라비아식 객실 중 하나로 들어섰다. 순간, 따뜻하고 낭만적인 기운이 느껴졌는데, 그 지역의 수제 가구와 고급 양탄자, 자수가 놓인 천이 곳곳에 놓여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컨시어지는 이곳에 제왕의 도피처를 연상시키는 빌라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 빌라에는 집사가 따로 있고 킹 사이즈 침대가 있는 두 개의 침실, 트윈 사이즈 침대가 있는 한 개의 침실, 공용 라운지, 식료품 저장실, 개인 수영장, 테라스, 테라스 욕조와 샤워실이 있는, 한마디로 개인의 왕궁이란다. ‘출장이 아닌 여행으로 온다면 그곳을 예약해야지’. 그러나 그건 다음번에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의 방 역시 유목민의 전통을 상징하는 물건과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문화를 섬세하게 상기시키는 것들로 꾸며져 있었으니까. 짐을 대충 풀고서 리조트 안을 산책했는데, 기다리던 풍경과 마주했다. 사막이 둘러싼 에메랄드빛 야외 수영장이라니! <콘데나스트 트래블러>에서 왜 이 수영장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수영장 리스트에 올렸는지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며칠만 머물면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를 깨끗이 씻어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라비아의 맛에 빠지다
어느 나라를 가도 고급 리조트의 식사는 대체로 만족스럽지만 그렇기에 ‘맛의 모험’ 같은 여행 초기의 염원과는 한 발걸음 멀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차를 타고 시내를 나가고, 전통 시장을 찾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조트 안에 도발적인 음식이 풍부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카스르 알 사랍 리조트는 사막에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다양하지 않다면 몹시 괴로울 것이다. 그러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구의 모양과 눈앞에 펼쳐진 사막의 놀라운 광활함에 둘러싸여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 특히 풍미가 더할 나위 없는 아랍 음식을 맘껏 즐긴 추억은 지금도 미소를 띠게 한다. 베두인 텐트에서의 식사든, 수영장 라운지의 선베드에 기대어 보내는 느긋한 오후의 식사든, 이곳에서의 모든 식사 경험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의 한 페이지로 남았다.
인상 깊었던 레스토랑이 몇 곳 있는데, 알 팔라지(Al Falaj)의 유목민 스타일 저녁식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곳은 모든 방문객의 필수 코스. 흔한 저녁 식사의 기대치를 훨씬 넘어서서, 정찬과 아랍식 유흥이 하나의 호화로운 예술을 이루고 있어 그 지역 유산에 다면적으로 빠져들게 했다. 모닥불을 둘러싼 텐트 바닥에 아라비아식으로 낮게 앉아 전통 방식의 레시피로 조리한 메제흐(Mezzeh, 시리아의 한 지역) 지역 음식을 맛보니 유목민이 된 기분이 들었다. 아라비안 커피와 달콤한 차의 풍부한 향과 맛은 훌륭한 마무리였다. 진정한 아랍의 풍습을 경험하는 완벽한 방법이기도 했다. 알 와하(Al Waha)는 호텔과 수영장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역시 중동지방과 세계 각 나라의 음식을 아랍에미리트의 손길을 담아 눈앞에서 조리하는 화려한 뷔페 레스토랑이다. 조식을 먹기 위해 걷는 산책길이 이처럼 즐거웠던 적이 언제던가? 지역 특산 과일은 넘쳐났고, 베이커리 코너에는 페이스트리, 갓 조리한 와플, 팬케이크가 다양해 향신료에 약한 투숙객을 안심시켰다. 뜨거운 그릴 요리와 수프, 요거트뿐만 아니라 저녁에는 허브로 양념한 육즙이 풍부한 양고기와 유목민 음식, 혹은 과일과 푹 삶은 고기가 우리네 갈비찜을 연상시키는 모로코 요리인 타진을 즐길 수 있었다. 향신료의 풍미는 우리를 아랍의 심장부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밤하늘을 촘촘하게 장식한 별을 보며 숙소에 돌아와서는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분위기의 욕실로 향했다. 전통 양식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욕조는 혼자만의 시간을 고요하게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다.

사막의 낮과 밤
무엇보다 명불허전은 리조트를 감싸고 있는 리와 사막이었다. 이 사막에는 아라비아의 전통이 스며 있었고, 유산이 가득했다. 리와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 사막 중 하나인 알하리 사막의 한 부분으로 멕시코만 연안에서 남쪽으로 110km, 아부다비에서 남서쪽으로 240km 떨어져 있는 곳으로 아랍에미리트와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예멘까지 이어진다. 황홀한 것은 모래언덕의 구조가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계속 바뀐다는 것이다. 사막의 바람은 사구를 하루에 500m까지 옮길 수 있단다. 그 모양은 유지하면서! 1만8천 년 전 빙하기 동안 형성되었기 때문에 굴, 악어, 민물 연체동물 껍질, 타조알 껍질 같은 각종 화석이 발견된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사막을 숙소에서 몇 발걸음만 옮기면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해질녘이 되면 연인들이 사구의 능선을 산책하며 사랑을 속삭였다. 모래언덕에 걸터앉아 동서 방향으로 수킬로미터 펼쳐진 긴 자연 계곡을 내려다보는 사막 산책은 새벽과 저녁에 가장 근사했다. 특히 저녁이 되면 사막은 깊고 검은 바다처럼 보여 오싹하기까지 한 장관을 선사했다. 오전의 태양은 몹시 뜨거웠지만 낙타 꼭대기에 앉아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사막을 가로지르며 아라비아의 장대한 사막을 경험한 것도 경이로운 일이었다. 9천 제곱킬로미터인 그들의 자연적인 서식지에서 보호받고 있는 샌드가젤, 아라비아오릭스, 아라비아토끼 같은 야생 동물을 잠깐씩 바라보는 것도, 수백 년 전처럼 사막의 아름다운 붉은 황토색 모래언덕 위에 자리 잡고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단순하게 저녁을 보내는 것도 어설픈 몽상가를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광대한 모래언덕과 황홀한 사막을 배경으로 이 지역의 삶의 방식에 빠져들고, 진정한 아랍의 관습을 만끽하는 기분이란! 태양 속에서 빛나는 붉은 모래언덕과 숨이 멎는 듯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차가워진 현실의 삶을 아랍의 태양처럼 뜨겁게 달궈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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