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새로 생긴 부티크 호텔 세 곳에서 하룻밤씩을 보냈다. 서울 시내 숙박시설 좀 다녀본 에디터의 생생한 부티크 호텔 체험.

1 런던의 스튜디오를 재현한 호텔 더 디자이너스 객실 2 빈티지 요소가 가득하다

1 런던의 스튜디오를 재현한 호텔 더 디자이너스 객실 2 빈티지 요소가 가득하다

호텔 더 디자이너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객실 디자인을 책임지는 호텔 더 디자이너스의 세 번째 호텔이 종로에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신이 나서 달려갔다. 나름 종로 지리에 익숙한 편인데도, 워낙 안쪽 골목에 자리해 있어 결국 안내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해야 했다. 삼성점과 홍대점은 대로에 있는데! 하지만 서재를 모티프로 한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곳은 별세계였다. 오늘 밤을 보낼 곳은 B동 209호. 세 가지 객실 등급 중에 중간인 스위트에 속하는 방이었다. 오픈한 지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서인지, 문을 열자마자 약품 냄새가 ‘확’ 풍겼지만 다행히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니 곧 괜찮아졌다. 대실이 가능한 곳이기에 청소 상태를 꼼꼼히 살폈으나 이상 무! 맘껏 객실 탐험을 시작했다. 런던에서 생활한 디자이너가 스튜디오 콘셉트로 꾸몄다는 객실 안은 빈티지 오브제로 가득했다. 벽면을 장식한 빈티지 트렁크와 사슴 박제, 인더스트리얼 무드의 천장과 벽돌, 색을 덧칠한 빈티지 서랍장 등. 소품 중 일부는 정말 빈티지처럼 보였다. 브랜드는 알 수 없었지만 따로 패키지 디자인을 한 어메니티가 상자에 단정하게 들어 있는 것도, 서랍장이 있는 것도 좋았다. 벽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호텔에서 숙박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스타킹과 속옷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늘 바닥이나 소파에 대충 걸쳐두곤 했으니까. 화장실의 거울과 세면대, 욕조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지만 마감은 조금 불안해 보였고, 빈티지한 샤워 꼭지는 어느 쪽이 뜨거운 물이고 어느 쪽이 찬 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등받이 부분이 높아 예쁘게 생긴 욕조도 둘이 들어가기엔 작았다. 한마디로 취향은 좋지만 꽤 까다로운 친구의 스튜디오를 하루 빌린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침대는 정말 편했다! 베개, 이불 등 침구의 무게와 촉감이 적당해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었다.
체크인 오후 3시(대실 가능) 전자기기 IPTV, 전기포트, 드라이기, HP노트북 편의시설 없음 가격 대실은 4만원부터, 숙박은 10만원부터 (스위트룸 33만원) 홈페이지 www.hotelthedesigners.com

1 잠실의 전경이 보이는 로사나 부티크 호텔 2 아침과 저녁에 문을 여는 뷔페

1 잠실의 전경이 보이는 로사나 부티크 호텔 2 아침과 저녁에 문을 여는 뷔페

로사나 부티크 호텔
우선 위치가 마음에 들었다. 석촌호수 바로 옆이라니! 아침에 눈을 떠서 호수를 한 바퀴 돌면 센트럴파크가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지난 8월 문을 열었다는 점, 숙박업체들이 모여 있는 모텔촌이 아니라는 것도 플러스 요소였다. 전화를 할 때부터 ‘비즈니스형’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부티크 호텔이라고 하기엔 외관과 로비는 마치 갓 지은 오피스텔처럼 심심했다. 스위트룸을 제외하고 욕실이 있는 유일한 등급인 트리플 객실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방에 들어선 순간의 감상은 다음과 같았다. 넓다! 비록 호수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주변 건물이 낮은 덕에 롯데월드를 비롯한 잠실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세면대와 거울, 드라이기가 침대 옆에 놓여 있는데, 덕분에 TV를 보며 하염없이 이를 닦는 게으름을 부릴 수 있었다. 다만 세면대를 밖으로 뺐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 크기에 비해 욕조가 작아도 너무 작았다. 짧디 짧은 내 한 몸조차 제대로 누일 수 없을 줄이야…. 높은 등급의 호텔들처럼 침대 헤드 부분에 객실 온도와 조명을 조절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있고, 론드리 서비스와 룸서비스를 비롯한 기본적인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하 1층에는 히노키탕이 있는 사우나가 곧 문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친구들과 롯데월드 야간 개장을 즐긴 후 하룻밤 묵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이킹을 질릴 때까지 탄 후,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고 침대에 뛰어드는 거다! 실제로 친구나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고 하니 어두침침한 모텔촌을 피해, 저렴한 가격에 넓고 깔끔한 객실에서 머물고 싶은 커플에게 추천하고 싶다.
체크인 오후 3시 전자기기 IPTV, 드라이기, 전기포트 편의시설 2층 뷔페, 사우나 신축 예정 가격 13만원부터(트리플룸 16만원) 홈페이지 www.rosanahotel.co.kr

1 전경을 바라보며목욕을 즐길 것 2 세심한 조명이 분위기를 더한다

1 전경을 바라보며목욕을 즐길 것 2 세심한 조명이 분위기를 더한다

카라쉬 호텔
지난 11월에 오픈한 카라쉬 호텔은 사당역에 자리해 있다. 총 15층 높이에 객실 63개의 부티크 호텔로 전체적으로 조도가 낮고, 블랙 컬러를 사용해 고급스럽다. 야외 테라스에서 스파를 즐길 수 있는 가든 스파 스위트는 물론이고, 방콕의 부티크 호텔을 보며 늘 부러워했던 루프탑 테라스도 마련되어 있지만 루프탑 테라스는 별도로 대관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길. 한겨울의 도심에서 가든 스파를 즐길 용기는 없어, 객실과 욕실 전체가 창문으로 되어 있는 프리미엄 더블룸을 택했다. 체크인을 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욕조에 물을 받는 것! 객실의 절반을 차지하는 화장실은 욕조와 세면대, 그리고 샤워 부스와 비데가 있는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월풀 욕조는 아니었지만 사각형 욕조는 감각적이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창밖을 바라보니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렸다. 테헤란로나 종로의 밤처럼 반짝이지는 않아도, 서울의 야경은 언제나 아름다우니까. 카라쉬 호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인테리어 소품이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행복해지는 부드러운 카펫, 조형미가 돋보이는 조명, 스툴과 소파의 소재는 고급스러웠고, 검은색 미니바까지 객실의 분위기를 통일하려고 신경 쓴 게 느껴졌다. 방콕과 아부다비에서 묵었던 부티크 호텔보다 디테일 면에서는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침대에 걸터앉아 야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룸서비스의 유혹이 잠깐 찾아왔지만, 침대의 유혹이 더 강했다. 대신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지하 1층의 레스토랑, 벨아미로 향했다. 뷔페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요거트부터 메인 식사, 디저트 커피까지 아메리칸 브렉퍼스트가 차근차근 서브됐다. 차분한 원목 테이블에 앉아 조금씩 잠을 깼다. 한쪽 벽에서는 영화 <오만과 편견>의 고전적인 영상이 흐르고, 배경음악으로 부드러운 R&B가 흘러 나왔다. 나른하게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체크인 오후 3시 전자기기 IPTV, 전기포트, 드라이기, 삼성노트북, 삼성오디오 편의시설 레스토랑 가격 24만2천원부터(프리미엄 더블 31만4천6백원) 홈페이지 www.karash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