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눈과 토박이의 발을 가지고 떠난 서울 여행. 가까이 있어도 잘 몰랐던 서울을 걷고 또 걸었다.

Part 2 시장에 가다
여행 기자들은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시장을 빠트리지 않는다. 신기하고 생동하면서도 그 문화권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 서울 시장 구경에 나섰다.

1. 경동시장
냄새부터 달랐다. 동대문의 먼지 냄새도, 남대문의 가래떡 굽는 냄새도, 광장시장의 빈대떡 부치는 냄새도 아닌 건조된 자연의 냄새. 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면, 경동시장은 우리나라에서 한약재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강원도와 가장 가까웠기 때문에 약령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되어 있다. 시장이 약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약재가 시장을 선택한 것. 이 경동시장에서 약재의 60%이상이 거래된다. 그래서 경동시장의 또 다른 이름은 ‘서울약령시’. 한약재를 거래하는 시장답게 약재상과 한의원, 한약방이 서로 번갈아가며 구역을 이루고 있다. 인삼, 꿀 등 단일 품목을 취급하는 곳도 있지만 대개 매장이 온갖 한약재를 함께 취급한다. 경동시장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집에서 닭백숙을 끓일 때도 이곳에 와서 엄나무나 인삼, 은행 등을 구입한다. 상인만큼 자기가 파는 품목에 통달한 사람도 없다. 상인들은 손님의 얼굴을 보고 점쟁이처럼 몸 상태를 진단하고, 즉석에서 처방까지 내린다. 물론 힌트를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말린 한약재를 보며 “왜 요즘 자꾸 마른 기침이 나는 걸까…”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려도, 소머즈처럼 알아듣고 가슴이며 폐에 좋은 한약재를 이것저것 추천하고 달이는 방법도 설명해준다. 한약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가지 재료나, 두세 가지 재료를 사서 한방차를 끓여 마실 수 있는 것. 변비에 걸렸을 경우 당귀, 우슬, 지각을 특등품으로300g씩 구입하는 데 3만원도 안 들지만, 두 달 동안 하루 세번 마실 양을 만들 수 있다.

Editor’s pick 일찍 닫는 시장이라 저녁때가 되기 전에 찾아가야 하고, 일요일도 피해야 한다. 머리를 맑게 하는 국화차를 한아름 샀다. <내 손으로 보약 만들기(최송 지음, 전나무숲)> 책을 참고해, 원하는 증상에 맞는 한약재를 구입해보길.

2. 광장시장
광장시장은 우리나라 근대 민족자본이 꽃피었던,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다. 1백 년째 성업 중인 자랑스러운 시장인 것. 과거에 이곳은 옷감을 파는 포목점과 식료품점을 비롯해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파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통사람들은 쇼핑하러 광장시장에 가지 않는다. 그럼 광장시장에 가야 할 이유는 뭐지? 단순명료한 답은 먹으러 간다는 것! 시장이 늘어서 있고, 그 위에 유리나 플라스틱을 한 겹 씌워지붕을 만드는 것이 ‘아케이드’라면 광장시장 역시 아케이드양식으로 지어진 것이 분명했다. 시장의 초입에는 아주머니들을 위한 옷가게, 신발가게, 제수용품 가게와 이바지용품 가게가 있지만 점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먹을거리에만 정신이 팔리게 된다. 광장시장의 명물 빈대떡과 순대를 파는 집이 가장먼저다. 기름을 넉넉히 부어 부쳐내는 녹두빈대떡의 맛은 반죽도 반죽이지만, 번철에 약한 불로 천천히 익히는 ‘슬로 쿠킹’이 비결인 듯했고, 일반 순대의 네 배는 더 되어 보이는 ‘초대형왕순대’는 보기 드문 진짜 찰순대. 여기에 마늘을 엄청 넣은 김치를 곁들인다. 빈대떡을 먹던 외국인 커플은 못내 순대가 궁금했는지, 손짓으로 순대를 자꾸 가리킨다. “뭐? 맛 좀 보게좀만 달라구?” 보디 랭귀지가 한국말로 자동번역 답변되는 신기한 풍경. 시장 인심답게 결국 그 커플은 순대를 한 조각씩 얻어 먹고, 아주머니가 시키는 대로 김치까지 한 조각 먹고선 연신 물을 들이켰다. 하지만 아직 배를 채우기엔 이르다. 해물집도 남아 있고, 대구탕집, 그리고 별 건 아니지만 너무 맛있어서 마약처럼 찾게 된다는 ‘마약김밥’ 집도 남아 있으니까. 광장시장에 오면 이게 문제다. 전체가 거대한 푸드코트 같은 이곳에서 맛있는 것, 먹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위장은 한계가있다는 것.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Editor’s pick 배부르게 먹고 광장시장의 올드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거리의 악사’할아버지의 색소폰 연주 듣기. 광장시장 안내, 일본인들 통역까지 해주는 분이다

3. 노량진 수산시장
노량진의 하루는 모두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새벽부터 시작된다. 그 시간은 소매상들과 음식점을 위한 경매장이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매를 거치지 않은 수산물은 판매할 수없기 때문에 서울에서 가장 많은 수산물이 이곳에서 거래된다. 경매가 썰물처럼 빠져 나간 오후 시간은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들의 순서다. 꽃게장을 담그는 사람들, 김치를 담글 때 신선한 새우나 굴 등을 사는 사람들. 아직 손이 서툰 새댁에게는 같이 넣어야 맛있다며 새우며, 미더덕을 덤으로 퍼준다. 시장은 여전히 그런 인심을 가지고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이제 미식가들의 순서. 여의도 인근에서 퇴근을 한 넥타이 부대들은 이미 단골집이 다 정해져 있다. 제주에서 올라온 값비싼 돌돔, 전복, 해삼 등의 해물을 호탕하게 구입해 근처 ‘썰어주는 집’으로 간다. 1인당 가격을 받고 회를 썰어주고, 전복은 굽거나 삶아주고 원하는 식으로 조리를 해주고, 술과 음료를 파는 것으로 매상을 올린다. 마지막에는 매운탕으로 마무리. 이렇게 먹다 보면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집 근처 횟집이나 가격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투덜거림도 들리는데, 제철 해산물을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먹을 수 있는 게 어디람. 노량진 수산시장의 고등어 배는 유난히 선명하고, 조개들은 구경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향해 물총을 쏘기 일쑤니까. 산지에서 갓 올라온 수산물이 정갈하게 올라와 있는 수산시장은 바다가 그립지만 소래포구나 강릉이 너무 멀 때 찾아가는곳이다. 그리고 어느 때나 여행자들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Editor’s pick 자연산 광어에 병어 같은 여름 생선 곁들여서회 먹기. “만날 부모님과 오다가 친구랑 왔어요. 호호호”라고 멘트를던지면 단골로 보이는 효과가 있다. 떠날 때 가리비, 명주조개, 웅피조개를 섞어 구입해서 집에서 조개찜 해먹기.

4. 답십리 고미술시장
답십리 고미술상가와 장안평 골동품 종합상가를 함께 묶어서 ‘답십리 고미술시장’이라고 부른다. 홍콩의 할리우드 로드처럼 우리가 보기에도 이국적인 고미술품과 골동품들이 죽 늘어서 있다. 세월의 더께 때문인지 여느 골동품 거리처럼 조금은 엄숙하고 어두운 느낌이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시장은 아니지만 150여 개의 점포가 성업 중. 하나같이 비싸 보여서 선뜻 가격을 묻기가 어려워도 구경만큼은 자유롭다. 심심한 주인들은 도무지 살 것처럼 보이지 않는 여행자에게도 이건 어느 시대 것이라고 설명해주기도 한다. 각 상점마다 특징이 있다. 도자기, 그림, 문짝만 파는 집도 있다. 우리나라에 주재한 대사관 직원들이 한국에 오면, 한국 가구나 벽에 걸 작품을 사기 위해서 이곳에 꼭 들른다고. 둘러보다 보니 역시 오래된 가구에 제일 욕심이 난다.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유행이 끝나면 ‘복고’의 바람이 불어서, 모던함과 전통이 조화되는 곳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답십리 고미술상가와 장안평 미술상가 모두 오전 10시쯤 문을 열고 저녁 6시반쯤 닫는데, 일요일은 쉰다.

Editor’s pick욕실이나 방 한구석에 잘만 세팅해두면 운치있을 것 같은 개다리소반. 들고 오기도 만만하고 가격도 만만하다.다리 사이가 넓은 걸 고르면 베드 트레이로도 쓸 수 있을 듯.

5. 남대문시장
뭔가 비밀이 많아 보인다. 남대문을 대표하는 건 지하에 숨어든 수입 상품 상점들. ‘남대문 수입상가’로 불릴 만큼 남대문의 특징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제품은 더 싸게, 우리나라에 없는 제품도 구할 수 있었다. 지금은 해외 구매대행으로 못 구하는 제품이 없지만 예전에는 남대문시장에서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는 만큼 남대문 수입상가의 기세도 조금은 꺾인 모습이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보따리 장수’들이 들여온다고 알려져 있다.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친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진 촬영에 민감하다. 남대문시장에서도 수입상가 쪽만 그렇다. 남대문은 각각 특화되어 있다. 어느 집은 화장품만, 어느 집은 화장품 중에서도 향수만, 어느 집은 술과 음료만 판매하는 식이다. 처음 가서 잘 모르면,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면 어디에 뭐가 있다고 가르쳐준다. 꼭 가 봐야 할 또 다른 곳은 액세서리구역이다. 수입 제품과 수제품이 뒤섞여 있는데 차분하게 잘만 고르면 너무 예쁜 액세서리들은 깜짝 놀랄 만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남대문도깨비 시장. 지하 세계로 숨어든 수입상가에서 밖으로 빠져나오면, 명동에 들른 외국인들이 너무나 재미있어 하는 시장풍경이 펼쳐진다. 온갖 프린트의 티셔츠와 귀여운 프린트의여행가방, 월드컵을 맞은 빨간 티셔츠가 인기 품목이다.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빠져든 달까.

Editor’s pick 뷰티 블로거들이 좋아하는 일본 화장품도 좋고, 액세서리들도 저렴하다. 진주알을 파는 곳에서 어울리는 목걸이를 제작할 수도 있다. 갈 때마다 사는 건 레드불 같은 에너지 드링크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식 수입되지 않은 것으로, 타우린과 카페인이 어찌나 많이 들었는지, 커피에 비할 데가 아니다.

5. 동대문시장
서울의 홍보 영상의 주인공인 동대문. 천천히 찍은 동대문의 하루를 빠르게 돌린 풍경을 보면, 동대문이야말로 절대 잠들지 않는 곳, 잠들 수 없는 곳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소매를 위주로 하는 ‘두타’와 ‘밀리오레’ 그리고 도매를 위주로 하는 ‘제일평화시장’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 동대문은 한류 열풍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의 큰손들이 왔다 하면 티셔츠 한 개도 몇 백장씩 쓸어간다. 그래서 요즘 동대문 상인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어를 배우고, 해외 고객들의 입맛에 맞춘 옷도 만든다. 살짝 지금 서울과 안 맞는 옷처럼 보이는 옷들이 가득한 숍이 있다면 우리를 위한 옷이 아닐 확률이 높다. 보통 동대문을 갈 때면 쇼핑하기 바쁘다. 하지만 이번에는 쇼핑이 아닌‘ 동대문 구경’을 해보는 건 어떨까. 드디어 완성된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 역사공원’도 가보길. 아예 지하철 역 이름까지 그렇게 바꾸는 바람에, 여행자들이 동대문역이 없어졌다, 호그와트행 열차를타는 9와 3 /4 플랫폼이라도 된 건가 싶어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고. 그냥 이름만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계속 이곳을 동대문이라고 부른다. 자하 하디드가 아무리 유명한 건축가라고 해도, 그녀가 매장을 차려 대박을 내지 않으면 별로 관심도 갖지 않는 것이 이들이다. 지방은 물론 동남아와 러시아까지 진출한 동대문이 거대한 자본을 움직이면서, 동대문만의 특별한 풍경도 생겼다. 한번 오면 다량 구입해가는 상인들을 위한 구매대행 서비스는 물론, 짐 맡아주는 서비스, 인스턴트 커피50잔 배달 서비스도 있다. 이들은 마치 결혼식 하객들처럼 버스를 대절해 와서, 버스가 떠날 때까지 ‘매입’에 여념이 없다. 도매시장 상인들은 말한다. 아무리 쇼핑몰을 운영한다고 거짓말을 해도, 그냥 쇼핑하러 온 사람들은 다 표가 난다고. 그러니 제발 샘플로 한 장만 팔라고 조르지 말라고. 그러기엔 그들은 너무 바쁘단다.

Editor’s pick 양손에 ‘봉다리’를 가득 들었으면 동대문의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와 곱창볶음 먹기. 자정 전에 쇼핑이 끝났다면 동대문 뒤편에 즐비한 양꼬치집에서 양꼬치와 칭따오한 잔으로 갈증 해소. 동북화과왕을 추천한다. 보통 새벽 2시까지만 영업한다. 마늘을 꼬치에 꿰어 마음껏 구워 먹을 수 있다.

7. 동묘 벼룩시장
황학동 벼룩시장은 결국 죽었다. 시장은 죽었어도 상인은 살아서 다른 시장을 이루기 마련이다. 떠나버린 분들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이 동묘 벼룩시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시간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 다행이다. 노천 시장인 동묘의 상점(?)은 단촐하다. 돗자리 위에 상품을 가득 쌓아놓거나 5열 횡대로 늘어놓고, 햇볕을 막아주는 파라솔이나 우산 아래 간이 의자를 편다. 그런 돗자리 몇 십 개가시장을 이룬다. 그래서 벼룩시장에 오면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시장의 정의가 새삼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벼룩시장의 특징이 남이 쓰던 것, 중고 물품 다량 보유다 보니 저걸 누가 가져다 쓸까 싶은 물건도 많다. 하지만 그 물건 또한 어떤 사람은 애타게 찾고 있을 물건이라고 생각하니 귀해 보인다. 실제로잡지 촬영에는 비둘기 깃털부터 옛날에 쌀을 푸던 됫박까지 온갖 소품이 필요한 까닭에 내 눈에는 구매욕(?)을 당기는 물품이 너무 많았다. 인테리어에 빈티지 열풍과 리폼 열풍이 부는 것도 벼룩시장에는 호재라고. 때문에 이런 시장일수록 안목이 중요하다. 고장 난 타이포라이터와 LP를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희귀한 진품이었더라는 벼룩시장의 전설도 실제로 존재하긴 하니까 말이다. 잡동사니 중에서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건지려면 매의 눈과 함께 뱀의 혀도 필요하다. 벼룩시장의 묘미는 흥정이기 때문! 황학동의 인기는 동묘에서도 여전하다. 점심 때부터 장이 서고, 늦은 저녁에는 끝나는 노천 시장이기에 비가 오는 날에는 영업을 안 한다고 봐야 한다. 특히 주말에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그렇게 인파에 치이는 것도 이런 시장의 매력이 아닐까. 시장이야말로 일상 다반사를 보여주는 곳이니까. 바로 ‘인간 시장’이라는 말처럼.

Editor’s pick당장 필요는 없지만 한번쯤 갖고 싶었던 것.오래된 안경, 오래된 인형, 오래된 의자… 그리고 어린 시절 먹던 불량 과자. 동묘 벼룩시장의 최고 인 기 상품 중 하나는 오래된 트렁크라고. 아무튼 오래된 것 중에 당신이 좋아하는 것.

8. 홍대 예술시장 프리마켓
홍대앞은 여전히 가장 젊고, 트렌디하며 변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구역이다. 이제 완전히 자리 잡은 홍대 프리마켓은 ‘예술시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자신들의 재능을 주체할 수 없는 홍대생들이 취미 삼아 만든 물건을 조금씩 팔던 것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홍대 프리마켓에 갈 때는 되도록 일찍 가는 편이 좋다. 핸드메이드 제품은 생산 수량(?)이 한정되어 있기에 일찍 가야 남들이 다 사기 전에 선점할 수 있고, 밝은 데서 봐야 제대로 고를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귀고리와 목걸이, 휴대폰 액세서리 같은 아기자기한 것들. 시장 자체가 여자들을 겨냥하므로 예쁜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그림을 그려 파는 운동화는 정말 세상 단 하나뿐이기에 마음을 끈다. 손으로 만든 노트, 무늬가 예쁜 천을 재단해 만든 다이어리도 너무 예쁘다. 다만 이 예술인들은 매우 시크해서 판매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물건을 놓고 앉아서 책을 본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자기들끼리 친목을 도모한다. 그래도 맘에 드는 물건을 하나 집어서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어보면 또 ‘무심한 듯 시크하게’ 어찌어찌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아이디어까지 얻는 쇼핑이다. 예술가의 감각과 손의 수고가 더해진 홍대 프리마켓 물건의 값이 싸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하나뿐인 물건을살 수 있고, 열심히 고르다 보면 공연도 즐길 수 있다. 놀이터에 앰프를 가져다놓고 늘 랩 공연이나 인디 밴드 공연, 통기타공연을 여는 이들이 항상 있으니까. 틈나면 열리는 소규모 공연 같은 것도 즐기다 보면 여기가 ‘예술 시장’이라는 걸 새삼 떠올리게 된다. 게다가 해가 진 홍대는 너무나 매력적이니까.

Editor’s pick 어머니의 한복천을 잘라 만들었다는 수첩. 한복 특유의 쨍한 색깔과 자수도 아티스트의 손을 거치니 모던한 작품이 된다. 일상의 포인트가 될 만한 것들을 구입하면 나중에 괜히 샀다며 땅을 칠 일이 없다. 특히 책갈피 같은 것 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