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여행을 떠나는 수고 자체가 부담이라면 시내 호텔을 유람할 수밖에. 방과 식당만 있는 줄 알았던 호텔은 지금.

총주방장의 부엌 학교

파크하얏트 서울
부티크 호텔인 파크하얏트는 작은 규모라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것이 많다. 한 달에 한 번씩 이메일로 배달 오는 뉴스레터는 늘 구미를 당기게 한다. 특히 총주방장 스테파노 디 살보(Stefano di Salvo)가 직접 진행하는 쿠킹 클래스는 10명 이하의 소규모로 진행된다. 코너스톤 레스토랑 오픈 키친 앞에서 셰프가 직접 여러 메뉴를 시연하는데, 이달의 테마는 ‘브런치’. 브런치라면 달걀 요리 3종을 가르쳐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구,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활용한 푸짐한 브런치 상차림을 알려줬다. “크림을 쓰지 않고, 간단한 재료로 쉽게 만드는 음식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메뉴들이죠.” 셰프의 호언장담처럼, 그야말로 총주방장의 자존심이 걸린 쿠킹 클래스는 친절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다. 오고 가는 질문에 답변하면서도 손은 순식간에 요리 하나하나를 완성하고, 완성된 음식을 바로 바에 앉은 학생의 접시에 올려주는 방식은 밥을 먹을 때도 꼭 카운터에 앉는 사람들이라면 귀가 솔깃할 것 같다. 다섯 메뉴 중 ‘셰프의 페이버릿’인 이탈리아식 레몬 치킨은 입맛 없는 여름철에 더 빛을 발할 음식이라 레시피를 옮겨본다. 닭 한 마리를 적당히 토막 내어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한 후 허브와 마늘로 재운다. 팬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두르고 치킨 겉면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잘 굽는다. 올리브유에 적신 대파에 구운 닭고기, 치킨 스톡, 레몬껍질을 넣고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익혀 수프를 만든다. 닭고기를 건져낸 수프에 올리브유, 레몬주스를 넣고 한 번 갈아서, 소금과 후춧가루로 마지막 간을 한다. 수프에 다시 닭고기를 넣고 끓이면 완성. 닭고기는 풍요롭고, 수프는 빵도둑이다. 진짜 맛있다.

TIP 티 클래스와 위스키 클래스도 10명 이하의 소규모로 진행되는데, 웨이팅 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인기 있다. 티 클래스를 맡고 있는 ‘차 마시는 신사’ 추 지배인은 공복에 마셔도 되는 차와 감기에 걸리면 마시면 안 되는 차까지 친절하게 일러준다.
TIP 매달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파크하얏트 스파, 파크 클럽. 7월~8월에는 ‘서머 케어 패키지(Summer Care Package)’를 선보인다. 기존 페이셜 트리트먼트에 8만원 상당의 2종 마스크 팩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패키지인데, 이집트 미라를 연상시키는 머미 마스크(Mummy Mask)가 흥미롭다. 라벤더 화장수에 적신 수십 장의 거즈를 겹겹이 쌓아 올려 얼굴 근육을 고정하고 피부에 생기와 탄력을 되찾아준다고. 스파 이용 당일 동안 피트니스 스튜디오와 사우나,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심지어 혼자든

W호텔 서울
노르웨이에서 온 스타일리시한 보스(VOSS) 스파클링 워터 1병, 레스토랑 ‘키친(Kitchen)’의 오가닉 조식 뷔페도 한 사람씩. 여기에 어웨이 스파(Away Spa)의 스웨디시 보디 트리트먼트 한 시간 코스가 들어 있는 ‘리브 웰 포 투’ 패키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W의 자랑인 어웨이 스파는 편안함을 강조하는 다른 스파 체인과 달리 시크한 것이 특징이다. 온통 흰색으로 둘러싸인 스파룸은 조명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데, 평온함을 주는 그린, 청량하고 깨끗한 블루부터 온통 핑크색으로 물드는 마젠타 등 6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보디 트리트먼트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스웨디시 마사지는 보습력이 뛰어난 스위트 아몬드 오일을 사용한 마사지로, 원하는 세기를 고를 수 있고, 테라피스트의 손과 몸이 가장 많이 겹쳐지는 트리트먼트 중 하나라 마음을 안정시킨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일이 많다면 분명 어깨와 등, 목이 뭉쳐 있을 텐데, 이렇듯 불편한 부위를 집중해서 받아보길. 실연당하고 외롭고, 거기다 피곤하기까지 한 친구에게 이별 처방으로, 리브웰 포 투 패키지를 권했다. 몸과 마음을 함께 회복할 수 있는 최고의 여행이 될 테니까.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고, 조용히 쉬고 싶다면 혼자만을 위한 패키지, ‘리브웰 포 원’이 있다. 리브웰 포 투를 모두 1인분으로 곱게 세팅한 패키지로, 가격은 39만원부터. 리브웰 포 투의 가격은 56만원부터. 참, 이 패키지를 이용하면 시내 호텔 중에서도 조용하고 깔끔하기로 유명한 실내 수영장 WET과 피트니스 센터 SWEAT, 온천수가 나오는 사우나 워터존(WATER Zone)을 이용할 수 있다. 호텔 숙박객들도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곳인데, 야외 테라스에 놓인 향긋한 히노키 욕조에 앉아서 한강의 야경을 질리도록 볼 수 있다.

TIP 임신한 친구에게 ‘베이비 미 패키지’를 선물하면 단번에 최고의 이모로 등극할 수 있다. 원더풀 룸에서 1박을 머물면서, 어웨이 스파에서 임부를 위한 산전관리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는데, 스페셜 오일을 사용해 튼살을 방지해주고, 선물도 준다.

야간 배영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둥근 달이 떠 있는 하늘을 보면서 배영을 하고 싶은 작은 소망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야외 수영장 대부분이 늦어도 10시면 문을 닫기 때문. 유일하게 자정까지 수영할 수 있는 야외수영장은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딱 한 곳. 생각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곳 야외수영장의 분위기는 낮이나 밤이나 좋다. 8월 31일까지 월요일에서 목요일에는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야외 수영장이 열려 있다. 밤이 되면 수영장은 코발트빛으로, 곳곳의 조명은 호박색으로 빛난다. 늦은 시간까지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이곳이 풀빌라인가 한다. 금, 토, 일이 나란히 이어지는 주말 밤에는 야외수영장을 열지 않는데, 대신 풀사이드 뷔페가 열린다. 다양한 바비큐 요리를 주방장이 직접 구워준다. 우리는 성인이니까 7만5천원. 세금과 봉사료 포함이다.

TIP 정말 많이 마실 자신이 있다면, 호텔 가든테라스에서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열리는 무제한 맥주파티에 참여해보길. 하이트 생맥주로 마시겠다면 1인당 2만5천원, 아사히 생맥주를 마시겠다면 4만8천원. 폭립과 훈제연어, 피시앤칩스 등 맥주 안주도 챙겨 주는 곳.

제주 해변으로 가요

롯데호텔 제주
롯데호텔 제주의 ‘마이 쿨 서머 패키지’는 커플용, 가족용 두 가지다. 다섯 살 꼬마에게도, 스물다섯 살 여자에게도 어울리는 헬로키티가 그려진 비치타월과 비치볼은 일단 받아두길. 커플을 위한 패키지는 한라산 전망 디럭스 룸과 2인 조식, 가족을 위한 패키지에는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슈페리어 레이크 객실과 4인 조식이 포함된다. 해변에서 놀다 짠물에 지치면, 호텔 수영장에서도 논다. 360도 회전 워터 슬라이드를 타고 어지러운 머리는 자쿠지에 잠깐 앉아 있으면 해결된다. 3박 이상 머물면, 잘 놀 줄 안다며 치킨윙과 기네스 맥주 2병 등이 룸서비스로 온다.

신라호텔 제주
일찍 준비하는 자는 더 싸게 논다. 제주 신라의 ‘럭셔리 서머 얼리버드 & 에어텔 패키지’를 위해서는 좀 부지런해질 필요가 있다. 7월 17일과 19일에 투숙할 수 있는 여행을 6월 24일까지 예약하면 39만~ 59만원으로 제주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밤 12시까지 문라이트 스위밍을 즐길 수 있는데, 밤하늘 아래에서 핀란드식 건식 사우나와 숨비 자쿠지, 실내외가 연결되어 있는 수영장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역시 밤에 노는 게 최고다 싶다. 하루가 1시간 같다.

TIP 캠핑이 꿈인데 막상 떠나려니 무섭거나, 친구들과 여행에서 꼭 바비큐를 먹고 싶다면 제주 신라의 캠핑 & 셀프 바비큐 존을 이용해보길. 호텔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이 캠핑존은 캠핑 장비와 바비큐 구이 세트가 모두 마련되어 있어서, 몸만 가면 된다. 밤이면 캠핑의 주인공, 모닥불이 타닥타닥 탄다. 조금 춥다 싶어서 보면 무릎 담요와 히터가 있고, 텐트 안에는 침낭이 있다. 캠핑존 운영이 끝나는 밤 12시가 될 때까지는, 이곳에서 잠자리 복불복도 할 수 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

그랜드 하얏트 호텔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참 운도 좋지. 수영장에서는 강남과 강북이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남산이 든든하게 서 있으니 물만 마셔도 맛있지만, 이제는 풀 사이드 바비큐를 꼭 한번 먹어야 여름 같다. 대형 참숯 그릴에서 빠르게 재료를 구워 재료 고유의 맛과 함께 훈연된 맛, 살짝 탄 맛까지 즐길 수 있는 바비큐는 분명 여름의 맛. 좋은 재료에 로즈메리, 에스프레소, 오레가노 등의 향신료를 적절히 사용한 맛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깊다. 다양한 종류의 샐러드와 애피타이저, 구운 감자와 채소, 라타투이, 수프, 파에야 등 풍부한 사이드 디시도 장점이다. 생맥주와 와인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프리 플로 옵션도 즐길 수 있고, 특히 올해는 목요일과 금요일이면 디제잉 공연이 펼쳐진다. 그러니까 비만 안 오면 된다. 성인 6만5천원, 와인이나 생맥주를 끝까지 마셔볼 생각이라면 10만5천원.

TIP 그랜드 하얏트 델리의 페이스트리 셰프는 독일 사람이다. 작년 <얼루어>의 일곱 번째 생일케이크를 만들어준 바로 그 사람! 이 셰프가 온 뒤로 하얏트 델리에는 ‘독일빵 달력’이라는 게 생겼다. 천연 효모로 발효시켜 인공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으며, 통밀,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 다양한 곡물이 풍부하게 들어간 독일식 건강 빵이 매일 아침 8시에 준비된다. 이달의 빵이 궁금하다면, 웹사이트에서 독일 빵 달력부터 확인해보길.
TIP 하루쯤 야외수영장을 이용하고 싶다면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서머 어웨이 큰 패키지를 이용해보길. 그랜드룸과 조식, 야외수영장과 실내수영장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의 가격은 27만4천원부터.

얼굴 마주보기

신라호텔
신라호텔에는 우리나라에 딱 한 곳뿐인 겔랑 스파(Guerlain SPA)가 있다. 겔랑에서 운영하며, 그래서 모두 겔랑 제품만 쓴다. 스파에 들어서면 우선 자신의 신체 상태와 피부 상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긴 설문을 받는다.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지부터 집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케어까지 설명해주는 컨설팅 프로그램은 이렇게 시작된다. 설문을 작성하는 동안 겔랑의 스크럽과 바디세럼을 사용한 15분 동안의 족욕 서비스는 모든 서비스에 제공된다고. 로넨펠트의 티가 어우러지고, 창밖으로 남산이 보이는 이 시간은 왜 지치고 피곤할수록 스파가 필요한지 새삼 일깨운다. 겔랑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페이스 트리트먼트도, 보디 트리트먼트도 훌륭하다. 특히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스파는 모든 단계가 제품 테이스팅이나 다름없는데, 마사지가 끝난 후에 피부 상태에 따른 제품도 추천받을 수 있다. 또 페이스 트리트먼트는, 겔랑에서 스파만을 위해 제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한번 받아보면, 피부에서 빛이 난다. 여기서 고민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맨 얼굴로 집까지 갈 것인가, 무료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을 것인가. 겔랑 스파에서 추천하는 코스는 보디와 페이스를 결합한 2시간 패키지. 이 스파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스파 패키지도 있다. 비즈니스층에 위치한 그랜드 디럭스룸 1박에 겔랑 스파 2시간 트리트먼트와 조식, 비즈니스 라운지 해피 아워와 무료 발렛 파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의 가격은 54만원. 한편, ‘오트 뷔페’를 선보이는 신라호텔의 자랑 파크뷰는 이제 랍스터까지 등장했다!

반짝반짝 새 호텔

웨스틴 조선호텔
조선호텔이 장장 2년 만의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개장했다. 그간 로비 출입마저 쉽지 않았고, 뒷문에서 체크인을 하면서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가장 달라진 점은 역시 객실과 수영장이 아닐까. 노후된 가구와 물품을 교체하고,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은 객실은 한층 모던해졌다. 뒤집힌 요트에서 영감을 받은 실내수영장은, 통유리 천장 덕분에 실외수영장과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환하다. 수영장에 딱 하나 있는 파빌리온은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다. 수영장과 함께 가장 많이 달라진 곳 중 하나인 피트니스 클럽은 여느 호텔과 다르게 벽과 바닥을 블랙으로 깔아 한층 더 고급스럽고, 남자들이 더 자주 사용하는 기구와 여자들이 더 자주 사용하는 기구를 따로 배치해 한층 편안해졌다. 운동하고 난 여자는 예뻐도, 기구와 씨름하고 있는 여자는 숨고 싶을 때가 많다는 걸 세심하게 고려했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곳은 나인스게이트. 원구단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나인스게이트는 오래 입고 있었던 정통 프렌치의 옷을 벗고 캐주얼한 그릴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해온 역사와 전통 때문인지, 여전히 점잖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남아 있다.

TIP 리뉴얼 후 1층에는 라운지 카페 겸 바와 페이야드 숍이 들어왔다. 해가 진 후의 분위기가 좋아서, 어디 안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