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 들어서기까지 고민 또 고민하는 건 여자만이 아니다. 결혼을 앞둔 남자들, 그들이 결혼을 주저하는 솔직한 이유를 들어봤다.

돈, 돈, 돈
설문에 답한 남자 중 70% 이상이 경제적인 이유를 꼽았다.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시작으로 결혼식 비용, 결혼 후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까지의 총체적인 비용에 대한 심각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떨구는 당신의 남자친구. 매일 밤 한숨을 쉬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하지 않으면 여유를 부리며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결혼하면 처자식까지 먹여 살리느라 등골이 휠 것 같다. 아직은 그런 고생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 박진호
◆결혼을 준비하는 동안 헤어지는 커플을 많이 봤다. ‘평생에 단 한 번’이라는 이유로 욕심을 내는 여자친구를 만족시키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일 수밖에. 결혼도 문제지만 결혼식이 더 걱정이다. – 김민성
◆전셋값은 나날이 높아지고 평범한 회사원의 월급으로 신혼집을 구하기는 너무 어렵다. 결혼과 동시에 하우스푸어. 다른 사람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나도 뉴스에 나오는 사람이 되었다. – 김기웅
◆결혼 자체는 두렵지 않지만 경제적으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하는 건 끔찍하다. 여자친구가 만족할 만한 전셋집을 구하고 난 뒤, 결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때까지 그녀가 떠나지 않아야 할 텐데. – 김경수
◆ 수도권 평균 전셋값이 2억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게다가 예비신부 집안 사정까지 고려해야 하니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 – 강전학

새로운 가족
시댁과의 고부갈등만 문제가 아니다. 처월드와의 갈등으로 부부생활에 금이 가는 사례도 부지기수. 갑자기 생겨난 장인 어른, 장모님을 “어머니, 아버지”라 부르며 살갑게 대하는 것이 무뚝뚝한 한국 남자들에게 있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실제로 ‘새로운 식구들’이 생긴다는 사실에 대해 부담감을 토로하는 남자도 많았다.
◆누군가의 남편이 되는 건 좋지만 누군가의 사위가 된다는 게 부담스럽다. 여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어색하고 몸둘 바를 모르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 이민상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와의 싸움이 잦아졌는데, 그 이유인즉슨 자신의 부모님께 살갑게 하지 않는다는 거다. 게다가 한 성격하는 여동생이 셋이나 있다. 처가 식구들에게 시달릴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힘이 빠진다. – 김민호
◆처가가 생기면 주기적으로 찾아뵙고 연락을 해야 하는데, 평소에 부모님께도 전화 한 통 안 하는 내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 전성수

자유를 달라
경제적인 이유 다음으로 두드러진 답변은 자유를 빼앗길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특히 30대를 넘긴 남자의 경우, 이왕 늦어진 거 “결혼 후에 못할 일들을 지금 다 해봐야지!”라는 식의 의지가 솟구친다는 것. 클럽도 가고, 혼자 여행도 다니고, 다양한 부류의 여자들을 만나보며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좀 더 즐기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혼한 친구 중에 행복해 보이는 커플이 없다. 5개월 전 결혼한 친구가 있는데 이혼 직전이다. 친구 아내가 친구가 가져다주는 생활비에 만족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게 남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전성수
◆아직은 결혼이라는 틀 안에 갇히는 것이 무섭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내 영역 안에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싫어하는 두 가지가 징징대는 여자와 칭얼대는 아기인데 한꺼번에 다가온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 이창희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어서 더 놀고 싶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예쁘고 능력이 좋은 여자라면 성격이 좀 맞지 않더라도 당장이라도 결혼할 생각이 있다. – 윤영일
◆불타는 금요일, 술도 한잔하고 여자들과 좀 놀아볼까 시동 걸 때 유부남 친구들은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말한다. “마누라가 오래.” 축 처진 어깨로 클럽을 퇴장하는 모습을 보면 결혼은 최대한 늦추는 것이 맞겠구나 싶다. – 전성환

이런저런 걱정들
경제적인 이유와 자유롭고 싶은 마음, 새로운 식구에 대한 부담감 외에 그들의 발목을 잡는 사연들.
◆결혼 상대를 아직 찾지 못했다. 나이가 들수록 눈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지만,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는 나의 경제력이나 외모에 만족을 못하는 것 같다. – 강준호
◆수명이 이렇게나 연장되었는데 평생 한 여자하고만 살아야 한다는 게 억울하다. – 하정수
◆나는 당장 결혼하고 싶은데 그녀는 결혼 생각이 없다. 이렇게 3년이란 시간이 지나다 보니,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그녀와 헤어져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 박준표
◆내가 철이 들지 않았는데 과연 결혼하고 가정을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결혼하고도 난 ‘애 딸린 애’, ‘나이 먹은 철부지’일 것만 같다. – 표상훈
◆나이가 들수록 점점 연애 감정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이러다 ‘사랑하는 여자’가 아닌 ‘나쁘지 않은 여자’와 결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 심영석

그럼에도 결혼했다!
결혼하지 않은 남자는 알지 못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남자들의 이야기.
◆나도 여느 남자들처럼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결혼을 미뤘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더 빨리 결혼할걸 하는 생각이 든다. 필요 없는 부분에서 지출이 확 줄어들어서인지 저축을 훨씬 많이 하게 된다. 둘이서 함께 버니 싱글일 때보다 여유로운 느낌이다. – 김일환
◆결혼하면 친구들과 자유롭게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아내들이 비슷한 나이대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플끼리 만나게 된다. 싱글일 때와는 또 다른 놀이 문화가 만들어진 느낌이다. – 김평담
◆나만의 취미 생활을 눈치 보면서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었는데, 결혼 후 함께 하는 다른 취미 생활이 생겨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게 되었다. 결론은 미리 걱정 할 필요가 없다는 것. – 박호산
◆너무 일찍 지금의 아내를 만나 오래 연애를 했기 때문에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그녀와의 결혼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결혼 생활은 생각보다 더 만족스럽다. 싱글일 때 보다 몸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와 언제나 내 편인 아내가 있어 든든하다. – 장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