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아름답게 떠나고 상쾌한 마음으로 새로이 출발하기 위해 알아둬야 할 이사에 관한 모든 것.

달팽이처럼 내 집을 갖고 평생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때로는 취학, 취업, 이직, 결혼, 출산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 맞춰서, 때로는 늘어난 짐과 심경의 변화를 이유로 우리는 이사를 한다. 하지만 이사는 짐을 쌌다가 새 집에 다시 그 짐을 내리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집을 내놓고, 이사 갈 집을 예산에 맞춰 고르고, 양측의 이사 시기를 조율하고, 최종 날짜를 잡고, 목돈이 오가는 과정과 계약서, 등기부등본 등 서류상 내용을 책임지고, 계약을 맺는 사이에서 오가는 모든 신경전까지 감수해야 한다. 매일 어딘가로 출근해야 하고 가야 할 곳도, 만날 이들도 많은 일상을 보내면서 해내기에는 결코 간단치 않은 그 일, 이사를 잘해내기 위한 방법들을 모았다.

1 아름다운 이는 떠난 자리도 아름답다
전 집주인과 아름답게 이별하는 것이야말로 순조로운 이사의 첫걸음이다.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최소 두 달 전에는 집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계약기간을 마치고 이사할 때도 마찬가지. 계약기간 만료 두 달 전까지 이 사를 가겠다고 확실히 말하지 않을 경우 ‘묵시적 갱신’에 의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될 수 있다.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급하게 이사를 할 때는 집주인과의 합의가 더욱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이사로 계약을 파기한 세입자 때문에 생겨난 손해를 고스란히 책임지고 싶어 하는 집주인이 어디 있겠나! 설상가상으로 원하는 이사 시기에 맞춰 집주인이 계약금을 돌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안 될 수도 있다. 집주인이 계약금을 주기 전에는 아무리 이사가 급해도 절대 짐을 빼지 말 것. 짐을 옮기는 순간,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계약금 반환 소송을 할 권리조차 사라져버린다.

2 성공적인 바통터치
집을 내놓는 순간부터 내가 살던 곳이 어떤지 객관적인 ‘매물’로 바라보게 된다. 이사 올 때만 해도 깨끗했지만 지금은 기름으로 찌든 가스레인지나, 고양이 때문에 엉망진창이 된 벽지가 거슬리는 것처럼 말이다. 거주 기간 동안 생긴 훼손에 대해서는 집주인과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포장이사 업체 이용 시 전문 청소인이 동행하거나, 반려동물의 털과 냄새를 제거하는 업체에 청소를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 집만큼이나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가야 할 것이 각종 공과금이다. 전기요금은 한국전력공사에, 상하수도 요금은 다산콜센터나 상하수도 사업소의 홈페이지에서, 도시가스는 도시가스공사에서 확인하면 된다. 자동이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면 이 역시 담당 공사에 전화해 해지하자. 인터넷과 지역 케이블 방송을 약정으로 가입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약정을 채우지 못하고 이사할 경우 위약금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해지가 어렵다면 다음 세입자에게 양도하는 것이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중고거래 카페 등에서 양도받을 사람을 찾는 방법도 있다. 우체국 사이트에 들어가 주소 이전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도 잊지 말 것. 최근 3개월간 받은 우편물이 재발송될 경우, 자동으로 새로운 주소로 발송된다.

3 새 집 고르기
이사의 핵심은 결국 ‘좋은 집’을 찾는 것이다. 물론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집을 고르기에 앞서, 예산 범위 내에서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면 큰 길에 인접해 있거나, 인근에 치안센터가 있는 집을 알아보는 것이 우선일 거다. 그래도 누구나 꼭 확인해야 하는 기본 사항도 있다. 첫째는 ‘유지비’다. 월세만큼 꼬박꼬박 나가는 관리비와 냉난방비, 수도세와 전기세 등 고정비용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계산해봐야 한다. 관리비에 대해 사전에 합의를 못했다면, 집주인에게 고지서를 보여달라고 하거나 이전 세입자에게 대략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채광은 어떨까? 남향이 좋다는 게 일반적이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해가 뜨는 순간 ‘자동 기상’이 되는 동향도,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가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나쁘지 않다. 커튼을 달기 전까지 주말의 달콤한 늦잠은 포기해야겠지만 말이다. 해가 오후 늦게까지 들어 겨울에는 조금 더 따뜻하고, 여름에는 더운 것은 서향집의 장단점이다. 중요한 것은 방향보다는 해가 얼마나 ‘드느냐’다. 집에 여러 식물이 잘 자라고 있다면 그 집은 괜찮은 일조량을 가진 집일 확률이 높다. 수압 확인도 중요하다. 큰일을 보고 물을 내릴 때마다 불안에 떨어본 사람이라면 집을 보러 간 어머니들이 굳이 남의 집 변기 물을 내려보고, 싱크대 수도꼭지를 열어본 까닭을 이해할 거다. 부엌에서 물을 사용하면 화장실 수도의 수압이 약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동시에도 한 번쯤 틀어볼 것. 화장실과 싱크대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다. 이런 냄새는 정화시설물이나 배관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집 안을 아무리 청소하고, 방향제를 뿌려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수구 냄새를 견딜 자신이 없다면 잊지 말고 체크하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면 되도록이면 다양한 시간대에 그 동네를 방문해야 한다. 낮에는 밝고 안전해 보이던 거리가 밤이 되면 캄캄하거나 취객들이 휘청대는 동네로 변하는 경우도 흔하니까.

4 교통, 얼마나 중요할까?
은둔을 선택했거나 차가 있지 않은 이상, 근처의 대중교통은 삶의 질은 물론, 삶의 태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옥철’이라고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출퇴근 시간을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삶이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역세권이면 교통편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역과 가깝다고 해도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 노선이 아니거나, 환승역과 동떨어져 있다면 별다른 의미가 없다. 버스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근처 버스 정류장의 버스 노선을 실시간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면 앱에 집주소를 입력해 근방의 대중교통을 꼼꼼히 살피자. 지하철역과는 동떨어져 있더라도 의외로 회사 근방까지 가는 버스가 있을 수도 있고, 심야버스 노선이 있거나 마을버스 정류장이 가까이 있을 수도 있다. 야근이 잦아 택시를 이용하는 일이 많다면, 거리 계산을 통해 대략의 택시요금을 측정해보는 것도 좋겠다.

5 포장이사, 어디에 맡길까?
포장이사업체는 양날의 검과 같다. 좋은 업체를 만났을 경우 짐이 순간이동하는 놀라운 체험을하게 되지만, 반대로 돈을 길바닥에 버린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업체도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포장이사업체 피해사례 중 60%가 해결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업체를 고르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믿을 만한 업체인지 궁금하다면 정식 등록업체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사업허가증과 피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일단 합격! 가격은 지역의 포장이사업체 여러 곳에 전화해 대략적인 시세를 파악한 후, 방문 견적 서비스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정확한 견적 없이 신청을 했다가 당일에 일손이나 차량이 부족해지거나, 급작스럽게 비용이 추가되는 황당한 경우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짐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늦어도 2주 전에는 이삿짐센터 물색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차량의 종류와 대수, 파견 인원, 작업 시간까지 정확하게 지정할 것. 다급하게 ‘해치우듯’ 이사를 하는 것이 불안하다면, 하루에 한 집 이사만 책임지는 ‘1일 1가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결국 내 물건을 챙겨야 하는 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 것. 분실 제품은 없는지 훼손 제품은 없는지 이사 당일에 적극적으로 챙겨야 한다. 분실이나 훼손 사실을 당일에 확인하는 즉시 사진을 촬영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6 이사 갈 집 알아두기
포장이사센터는 이삿짐을 옮겨주고 청소도 해주지만, 동선과 인테리어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빠른 작업을 위해서는 이사할 집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창문을 통해 짐을 올리려고 했는데 서랍장이 창틀에 걸리거나, 이사 가는 동네의 도로 진입폭이 좁아 트럭이 들어가지 못한다면 어떨까? 대충 눈대중으로 배치해둔 가구가 창문을 가리거나, 벽으로 튀어나온다면? 안 그래도 정신없는 이사 날, 예상치 않았던 문제로 골머리가 아파질 거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질 필요가 있다. 이사를 하기 전 진입로를 확인하고, 직접 벽의 너비와 창문 높이 등을 측정해 가구 배치를 계획하는 거다. 이때에는 해당 가구가 스위치나 콘센트를 가리지는 않는지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한 가지 더! 냉장고와 세탁기처럼 꼭 필요한, 그러나 큰 덩치를 자랑하는 가전제품을 어디에 둘지도 생각해볼 것. 세수하고 샤워하기엔 충분해 보이던 욕실 공간이 세탁기가 들어가는 순간 서 있기도 힘든 곳으로 둔갑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7 마무리, 계약까지 확실하게
지난해 법무부가 국토교통부, 서울시, 그리고 학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주택임대차계약서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로써 어떤 부동산과 집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계약서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집 계약에 확인이 필요한 모든 내역을 한 장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서식은 인터넷이나 주민센터에서 받을 수 있으니 표준계약서를 적극 활용하자. 최종 잔금을 치르기 전에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www.iros.go.kr)에서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는 것은 기본이다. 현재 집이 누구의 명의로 되어 있는지, 은행대출이 얼마나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미납국세 열람제도를 통해 집주인의 미납 세금 여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세를 납입하지 않았을 경우, 집주인이 파산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경매 금액을 가장 먼저 나라에서 가져가기 때문이다. 자동적으로 세입자는 변제 순위가 밀리게 되고,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집주인의 재무상황을 내 것처럼 꼼꼼히 확인하자.

완벽한 이사를 위하여
1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면 이사를 하기 전,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지 확인은 필수다. 좀 더 명확하게 하고 싶다면 계약 시 특약사항에 조항을 넣어도 좋다. 이사 당일에 반려동물을 맡겨둘 곳도 일찌감치 확보할 것. 이삿짐 정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후 데려가는 것이 반려동물의 정서에도 좋다.
2 셀프 인테리어를 꿈꾸세요? 월세나 전세의 경우 집주인과의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최근 인테리어 개보수를 마친 집일수록 집주인은 예민하기 마련. 차라리 약간 낡은 집이 창틀과 몰딩, 도배와 장판, 조명 교체 등 간단한 작업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변모하는 경우가 많다.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면 평소 좋아하던 카페나 호텔 객실을 떠올리며 인테리어 콘셉트를 확실하게 정할 것!
3 내 계약금을 지켜줘 집주인이라고 상황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것이다.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할 때 확정일자를 받아두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중 하나인 우선변제권에 의해 계약금을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대한주택보증이 보증하는 전세금반환보증 제도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매달 몇 만원의 보증료를 내면 수도권의 경우에는 3억, 지방에는 2억 이하의 주택에 대해 전세금을 보장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