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세 개의 뮤지엄이 문을 열었다. 직접 세 공간을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왔다.

1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의 1층을 장식한 코헤이 나와의 ‘Deer Family' 2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 모텔의 옥상 카페 3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장환 작가의 ‘영웅No 2'

세계 100대 컬렉터에 세 번이나 이름을 올린 적 있는 컬렉터이자 씨 킴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아라리오의 김창일 회장은 아마 국내 미술계에서 가장 문제적인 인물일거다. 그리고 올가을, 그의 이름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자주 회자될 전망이다. 지난 9월, 옛 공간 사옥을 개조해 아라리오 인 스페이스의 문을 연 것에 이어 10월 1일, 세 개의 아라리오 뮤지엄이 동시 개관을 알렸으니까. 그것도 모두 제주에! “뮤지엄이라는 단어를 꼭 쓰고 싶었어요. 이건 제 꿈이 이뤄진거나 같습니다.” 직접 작품 설명에 나선 김창일 회장은 일정 내내 기운이 넘쳤다. 

 

제주에 문을 연 세 곳의 아라리오 뮤지엄의 작품 리스트는 근사하다. 앤디 워홀, 키스 해링, 지그마르 폴케를 비롯 30여 명 작가의 작품이 세 개의 뮤지엄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어쩌면 작품보다 더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공간이다.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는 오래전 폐관한 영화관, 탑동시네마의 건물을 개조해 지었다. 영화관의 거대한 스크린과 수백 개의 좌석이 놓였던 자리를 차지한 것은 대형 작품이다. 인도 빈민촌 출신의 아티스트 수보드 굽타의 거대한 배와 소가죽 수백 장을 이어 앉아 있는 사람 형상을 감싼 장환의 작품은, 말끔한 전시장에 놓였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현재의 공간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오래된 모텔을 탈바꿈한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 모텔은 더욱 강력하다. 처음 들어서면 그저 오래된 빌딩을 개조한 것 같은 인상이지만, 2층에 오르는 순간 ‘모텔’이라는 폐쇄적이고 독특한 공간의 정체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모텔에 있던 침구와 가구, 벽의 낙서, 판박이 스티커 등을 그대로 살려 2층 공간 전체를 꾸민 아오노 후미야키의 작품 때문이다. 작고 낡은 욕조가 놓인 화장실, 나무 창틀의 문풍지까지 살린 오래된 모텔의 공간적  특성은 때로는 에로틱하고, 때로는 기괴한 전시 작품의 매력을 드높인다. 한 작가의 작품만 전시할 예정인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 바이크 역시 공간과 밀착되어 있다. 참, 아라리오 뮤지엄의 개관이 제주의 관광 지도를 바꿀지도 모르겠다. 아트숍과 카페가 자리한 탑동시네마  바로 옆에 이미 발빠르게 카페와 이탤리언 레스토랑, 베이커리가 연달아 문을 열 예정이다. 동문 모텔의 옥상 카페도 근사하긴 매한가지다. 그리고 내년 3월에는, 동문 모텔Ⅱ가 문을 연다. 아라리오가 제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