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결국 자신의 이름을 건 공간을 가지게 된 여덟 명의 남자. 자신의 모습과 꼭 닮은 공간에 서 있는 그들을 만났다.

주연성 | 바이크숍 ‘베스파’ 운영
베스파의 시작
2007년, 처음 사업을 구상할 때 고민이 많았다.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원래 관심이 많았던 베스파가 떠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베스파(Vespa)라는 브랜드에 대한 국내 인지도나 바이크 문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했지만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기에 도전할 수있었다. 한남동에 베스파 코리아의 첫 번째 매장을 열었고, 베스파를 중심으로 ‘Ruby’, ‘E-solex’ 등 유니크한 바이크 수입은 물론 다양한 무역 사업을 하는 ‘YS 컴퍼니’의 대표가 되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순수함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일이라 생각한다. 제품에 대한 올바른 문화가 만들어져야 자연스러운 소비와 지출이 이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베스파라는 브랜드가 상품을 넘어서 문화로 인식되고 전파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고객과 가깝게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나의 업무다.

시행착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장과 환율, 수입 시기와 수입량 때문에 몸 고생, 마음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처로 큰 어려움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운이 좋았고 시기도 잘 맞아떨어졌다.

다른 바이크숍과의 차별점
단순히 디자인이 예쁘고 성능이 좋다는 이유로, 고가의 명품이라는 이유로 고객을 설득하기는 힘들다. 베스파는 단순한 바이크를 넘어선 문화다. 제품을 통해 고객의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브랜드 철학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하루 일과
8시 반에 출근해 간단히 스케줄을 확인하고 서울 각 지역에 있는 매장들을 오가며 매장 매니저들, 고객들을 만난다. 어떤 스태프들보다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고객을 대하려고 한다. 그들과 매장을 오가며 베스파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희망 사항
길에 세워져 있는, 누군가의 베스파를 보기만 해도 뿌뜻하다. 베스파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베스파를 알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새롭고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간, 언제든지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530 YS 글로벌 센터 문의 1577-5756

황성순 | 뮤직 바, ‘나우 라운지’ 운영
나우 라운지의 시작
15년을 축구선수로 활동했다. 무릎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축구 코치로 활동하다가 카페 ‘레이브 카페(Reve Cafe)’와 뮤직 바 ‘나우 라운지(Now Lounge)’를 오픈했다. 장사가 아닌 사업을 위해서 커피와 와인의 수요를 알아보기 위해 가게를 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재미도 있어서 계속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카페를 먼저 열었고 음악과 술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카페 바로 앞에 자리가 나서 바로 계약을 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시행착오
가로수길에 카페를 열기 위해 계약 9개월 전부터 거의 매일같이 이곳에 드나들었다. 전문 기관에서 커피를 배우고 디저트 메뉴를 개발해서 레이브 카페가 탄생했다. 눈에 띄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손님이 많이 없었다. 전단을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는데 의외로 그것을 보고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가로수길 이라는 동네
카페를 열기 위해 가로수길, 삼청동, 홍대 등 많은 곳을 둘러보았는데 내게는 이 동네가 가장 잘 맞았다. 세로수길이라 불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번잡하지 않고 주택가 사이에 있어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가 있다.

인테리어
카페는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에 중점을 두었다. 블랙과 화이트, 아이보리로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벽 조명과 천장의 조명으로 따뜻한 방과 같은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 라운지는 좀 더 자유롭게 음악과 술을 즐길 수 있도록 산뜻하고 미니멀한 클럽 느낌을 연출해보았다. 통유리창과 화려한 조명으로 세련된 라운지를 만들고 싶었다.

하루 일과
오후 한두 시쯤 카페로 출근하고 5시가 되면 라운지의 문을 연다. 새벽 4시까지 손님들과 함께하면서 가게를 지킨다. 단골 손님이 오면 아침 6시, 7시에 끝날 때도 있는데 해가 떠 있을 때 집에 들어가면 마치 공부하다가 밤 샌 것처럼 기분이 좋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나우 라운지만 가지고 있는 것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느끼는 모든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는 분위기가 참 독특해, 모히토가 맛있어, 친절해서 좋아 등등 손님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 제공할 수 있는 진심이 담긴 서비스를 보여주고 싶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4-21번지 문의 02-514-2261

황재국 | 뮤직 스토어 ‘헨즈’ 운영
헨즈의 시작
댄서들과 어울리며 춤도 추고 DJ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음악을 들었다. 그러다 3년 전 신촌에 ‘Mo’ Jazzy Tree’라는 작은 카페를 열었다. 커피와 레코드, 레이블 의류를 판매하고, DJ 친구들이 디제잉을 하기도 하고 라디오 공개방송도 진행하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었지만 3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이후에 ‘모자’라는 아이템에 끌려 6개월 동안 디자이너 밑에서 공부하고 ’브리즈웨이(Breezeway)’라는 브랜드를 론칭했고 한 달 전에 ‘헨즈(Henz)’를 오픈하게 되었다.

헨즈의 콘셉트
한마디로 ‘뮤직 스토어’로 정의할 수 있다. 옷과 모자는 물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레코드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실력 있는 뮤지션과 함께 작업을 하고, 결과물을 보여주는 그런 곳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헨즈의 아이템
그래픽 디자이너 ‘Zaktan’이 디렉팅하고 있는 브랜드 ‘Wack’은 헨즈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Director’s Cut’이라는 타이틀 아래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Wack’이라는 단어에 적합하게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유통과 마케팅, 판매를 함께할 예정이다. 그동안 브리즈웨이가 전개한 모자 역시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만날 수 있다. 또한 매시즌 국내외 DJ의 믹스 CD를 소개하려고 한다.

홍대라는 동네
홍대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다. 지금의 홍대는 너무 상업화되어서 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 동네만 한 곳이 없다.

시행착오
미국의 소규모 언더그라운드 레이블과 일하다보니 시스템적으로도 어려움이 있고, 판매 레코드도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더 다양한 음반과 제품을 소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희망 사항 편하게 와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해외 뮤지션들이 서울에 왔을 때 꼭 한번 들르는 숍이 되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18-18번지 문의 070-8748-9876

조늘해 | 셀렉트숍 ‘옥인상점’ 운영
옥인상점의 시작
가구디자인을 전공했고 지금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동네 소식지 및 커뮤니티 <서촌 라이프>의 설재우와 함께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동업자인 설재우가 어린 시절부터 자주 가던 오락실이었다. 운영하던 할머니가 문을 닫자 뜬금없는 장소로 변하는 게 아쉬워 ‘오락실만큼 재미있는 곳을 만들자’는 생각이 들어 옥인상점을 열게 되었다.

옥인상점이라는 이름
가게가 위치한 옥인동의 이름을 먼저 생각했고 ‘옥인’ 뒤에 ‘숍’이나 ‘스토어’보다는 ’상점’이라는 단어가 훨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어 자연스럽게 ‘옥인상점’이라 지었다.

옥인상점의 아이템
‘쿼터블’이라는 미국의 디자인 기프트 브랜드를 독점으로 선보인다. 쿼터블은 뉴욕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기프트 브랜드로 세계적인 예술가, 철학자, 문학인들의 감동적인 메시지를 타이포그래피와 정사각형 사이즈만 이용해 담아내는 브랜드다. 가방, 엽서, 액자, 머그잔, 마그넷 등의 다양한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내가 만든 가구와 소품 등의 디자인 작품들을 올해 8월부터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서촌이라는 동네
서촌은 아주 오래된 동네다. 100년 전 골목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고 뒤에는 인왕산이 있고, 앞에는 청와대와 경복궁이 있다. 서울 시내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풍경이다. 이중섭, 이상, 윤동주 등 수많은 예술가가 이 동네를 사랑했고 거쳐갔다. 친숙하고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예술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곳이다.

시행착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지만 개인 작업실에 들어와서 구경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떻게 보여지고 어떻게만들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공간 배치도 여러 번 바꾸었고, 주방을 전부 들어내기도 했다.

하루 일과
출근 시간은 유동적이지만 보통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손님이 없을 때는 주로 컴퓨터를 이용한 디자인 작업을 하고 뭔가 만들고 붙이고 자르는 공예 작업도 한다. 주거지역 안에 위치한 만큼 소음이 없는 작업을 위주로 진행하려고 한다.

즐거운 순간
옥인상점은 단순한 셀렉트숍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다. 그런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고, 그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만족과 즐거움을 얻게 된다. 사정상 며칠 문을 열지 못하면 주민들이 무슨 일 있었냐고 걱정을 한다. 갓 구웠다며 빵을 가져오는 빵집 누나도 있고, 커피를 가져오는 카페 동생도 있다.

옥인상점만 가지고 있는 것
옥인상점은 프로젝트 셀렉트숍으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작품을 전시하고, 서촌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특별한 공간이다. 단순한 상업 공간이기보다는 ‘서촌’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공작소의 개념으로 운영된다. 이것이 ‘옥인상점 by 서촌공작소’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156-7번지 문의 010-5505-4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