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파스타는 소울 푸드다. 소박한 토마토 파스타부터 호화스러운 트뤼플 소스 파스타까지, 수많은 파스타가 우리의 입맛과 식탁을 사로잡은 지 오래.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면의 정체를 찾아 떠났다.

1 카사 디 노아의 셰프 다비데 2 할머니의 레시피를 그대로 가져온 탈리아텔레 베르디 알라구

카사 디 노아의 셰프 다비데 2 할머니의 레시피를 그대로 가져온 탈리아텔레 베르디 알라구

 

 

다비데 디메오 at 카사 디 노아
Reggio Emilia × Tagliatelle Verdi Al Ragu

 

더블린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한국인 아내와 함께 서울에 온 지 2년째. 귀여운 아들 노아까지 행복한 세 사람이 있는 카사 디 노아는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당신의 고향인 레지오 에밀리아를 소개한다면?
레지오 에밀리아는 볼로냐와 가까운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다. 유명한 식재료 원산지들이 도시 가까이에 있어 이탈리아 음 식을 배우기에 매우 좋은 지역이다. 파르메산 치즈가 유명한 파르마와도 20킬로미터 거리이고, 발사믹 식초의 원산지인 모데나와도 가깝다.

 

당신에게 고향의 맛이란 어떤 것인가?
우리 레스토랑의 시그니처이기도 한 라구 소스다. 고기 간 것에 양파, 채소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 라구 소스는 볼로냐에서 발생해 볼로네즈 소스라고도 불린다. 할머니가 살아 계시던 때에 주말이면 가족들이 함께 탈리아텔레 면과 소스를 함께 만들곤 했다. 우리 레스토랑의 파스타 면은 지금도 거의 직접 만드는데 아내는 라비올리를 예쁘게 잘 만든다.

파스타를 레스토랑의 메인 메뉴로 내세운 이유는?
어린 시절 자주 외식을 하던 레스토랑은 간단한 전채 요리 하나와 메인인 파스타까지 두 가지를 코스로 선보이는 곳이었다. 언제나 사람들이 붐비던 고향의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은 파스타를 좋아하지 않나! 진짜 이탤리언 파스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 파스타에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한국의 식재료도 있나?
물론! 뇨키를 만들 때면 제주도 감자를 꼭 이용한다. 뇨키는 라자냐와 함께 우리 식당의 시그니처 요리인데 제주 감자는 수분함유량이 낮아 반죽할 때 허물어지거나 녹는 일이 없다. 그리고 채소는 언제나 그 나라의 제철 채소를 쓰는 게 최고다. 늦은 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무화과를 디저트에 사용했다. 아이스크림 위에도 올리고, 치즈 케이크 위에도 장식했다.

탈리아텔레 베르디 알 라구(Tagliatelle Verdi Al Ragu)
다비데 셰프의 할머니가 만들던 레시피를 그대로 가져왔다. 달걀과 시금치가 들어간 탈리아텔레 면을 라구 소스에 요리한 파스타로 볼로냐의 라구 소스는 소고기만 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다비데는 돼지고기도 사용한다. 두 가지 고기가 섞이면 좀 더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기 때문! 할머니의 비법이 담긴 라구 소스를 이용한 뇨키와 라자냐는 카사 디 노아의 시그니처 메뉴이기도 하다.

 

 

 

1 브레라의 오너, 지오반니 2 로마식 카르보나라 파스타, 토나렐리 카시오 에 페페

1 브레라의 오너, 지오반니 2 로마식 카르보나라 파스타, 토나렐리 카시오 에 페페

 

 

지오반니 탐버리니 at 브레라
Rome × Tonnarelli Cacio e Pepe

 

이태원과 멀지 않은 버티고개역 근처에 이탤리언 레스토랑 브레라가 지난봄 등장했다. 로마에서 온 남자, 브레라의 오너 지오반니 탐버리니는 진짜 이탤리언 파스타를 먹을 준비가 됐냐고 묻는다.

로마의 음식문화는 어떤지 궁금하다.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로마 사람들도 파스타를 좋아한다. 하지만 대도시라는 특성상,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이탈리아 음식을 대표할 만한 특색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지금 로마의 음식문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됐다. 전쟁이 끝나며 그리스를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이 유입되며 발전한 셈이다.

어릴 때 집에서 즐겨 먹은 파스타는 무엇인가?
어머니는 매일 토마토 소스를 만들어놓고 출근하셨다. 그러면 점심시간쯤 학교에서 돌아와 파스타 면을 삶아 그 소스와 함께 먹곤 했다. 토마토 소스에 파르마지아노 치즈를 뿌려 먹는 단순한 파스타였지만 영양 면에서도 완벽했다. 소스와 채소에서 비타민, 치즈에서 지방과 단백질, 파스타에서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 있으니까!

이탈리아에서는 소스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물론! 판매하는 소스는 맛이 없다. 여름에는 토마토를 사서 바로 으깨어 소스를 만들고, 토마토 맛이 덜한 겨울에는 여름에 난 토마토 전체를 밀봉한 캔을 이용하면 된다. 여기에 이탈리아나 스페인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있으면 대부분의 음식이 완벽해진다. 할머니는 냄비에서 물이 막 증발하기 시작할 때가 토마토 소스가 완성된 신호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당신이 사랑하는 이탈리아의 또 다른 식재료는 무엇인가?
로마에서는 바질과 오레가노, 파슬리가 무척 저렴하다. 슈퍼에서 물건을 사면 그냥 가져가라고 할 정도다. 바질은 제노바산 바질이 최고지만, 글쎄, 로마에 산다고 해서 늘 제노바산 바질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태원이 아닌 버티고개역 근처에 레스토랑을 차린 이유가 궁금하다.
내 기준에 이태원은 뭐랄까, 좀 정신이 없다! 이곳은 이태원과 가깝지만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그리고 레스토랑에 오는 한국인 손님은 해외에 거주했던 경험이 있거나 영어가 친숙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미 이탤리언 요리가 어떤지 이해하고, 그 맛을 기대하고 오는 손님이 많다고 할까.

한국식 이탤리언 요리와 브레라에서 만드는 이탤리언 요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국 사람들은 마늘을 무척 사랑한다. 그리고 맵고 강한 양념은 좋아하는 반면 소금의 짠맛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어떤 한국 음식은 양념이 너무 강해서 내가 닭고기를 먹는 건지, 돼지고기를 먹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파스타에 소스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 가장 대표적인 게 카르보나라인데, 한국의 카르보나라는 크림 소스가 걸쭉한데 이탈리아에서는 크림을 넣지 않는다.

변화하는 한국의 파스타 문화를 느끼나?
한국에 근사한 이탤리언 레스토랑은 많지만 진짜 이탤리언 파스타를 선보이는 곳은 브레라를 포함 5~6곳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 후면 좀 달라지겠지. 아, 내가 말하는 한국은 서울을 기준으로 이야기한 거다.

토나렐리 카시오 에 페페(Tonnarelli Cacio e Pepe) 토나렐리는 두껍고, 긴 면으로 밀, 달걀, 시몰리나, 옐로 파우더를 한데 반죽해 만든다. 카시오는 이탈리어로 치즈, 페페는 후추라는 뜻. 메뉴명에 들어간 재료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치즈와 후추 모두 맛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재료를 넣는다고 해도 맛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로마 사람들의 절반은 아마도 매일 이 파스타를 먹을 거다. 어떤 치즈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맛이 달라진다는 게 이 파스타의 재미있는 점이다. 우리 레스토랑에서는 염소 치즈를 사용한다.

 

1 직접 만든 콘킬리에 면을 사용한 콘킬리에 알라 2 트라파네즈 시칠리아에서 사랑에 빠진 올리비에리 부부

1 직접 만든 콘킬리에 면을 사용한 콘킬리에 알라 2 트라파네즈 시칠리아에서 사랑에 빠진 올리비에리 부부

 

 

엔리코 & 피오레 올리비에리 at 츄리츄리
Sicilia × Conchiglie Alla Trapanese

 

로마 남자 엔리코는 와인을 공부하기 위해 찾은 시칠리아에서 시칠리아 토박이인 피오레(필리파 피오렌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한국에 온 두 사람은 시칠리아 레스토랑의 문을 열었다. 츄리츄리는 시칠리아 말로 꽃이라는 뜻이다. 알면 알수록 매력 넘치는 시칠리아 음식의 세계로.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내에서도 독창적인 식문화로 유명하다. 처음 시칠리아에 갔을 때, 음식문화가 당신의 고향과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나? 

중학생 때 처음으로 시칠리아를 방문했다. 어업을 하는 아버지 친구분의 초대로 휴가처럼 떠난 여행이었는데 늘 직접 배를 타고 나가 잡은 생선으로 바로 요리를 해 먹었던 게 생각난다. 맑은 지중해에서 잡힌 생선들은 어찌나 신선하고 맛이 풍부하던지! 특별히 요리를 하지 않고 그냥 굽기만 해도 맛있어서 어린 마음에도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특히 시칠리아와 사르데냐의 참치는 최고다. 대대적인 포획이 이뤄지는 5~6월에는 바다가 피로 물들 정도다. 듣기엔 잔인하지만 정말 질 좋은 참치들이다. 그렇게 잡힌 참치는 대부분 일본으로 간다.

시칠리아 여자인 피오레와 사랑에 빠졌을 때, 그녀가 처음으로 당신에게 만들어 준 요리도 생선 요리였나?
맞다. 오징어를 이용한 칼라마리도 있었고, 생선을 튀긴 것도 있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새끼 문어 요리도 기억이 난다. 새끼 문어를 본 적 있나? 한국의 주꾸미만 한 크기다. 맛도 비슷했던 것 같다.

 

해산물이 풍부한 것 외에 또 시칠리아 식문화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시칠리아는 다른 지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식민지배를 한 프랑스를 비롯 스페인과 아랍문화의 영향도 남아 있다. 피스타치오와 사프란도 시칠리아에서 자주 쓰는 요리 재료다. 같은 시칠리아 내에서도 조금 차이가 있어서 피오레의 고향인 팔레르모는 아랍권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카타니아는 스페인 영향이 도드라진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을 때에는 제과업이 발달했는데 츄리츄리의 디저트도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레시피를 활용한 것이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파스타는?
팔레르모 지역에서는 링 파스타인 아넬리티를 많이 먹는다. 아넬로는 이탈리아어로 동그랗다는 뜻으로, 이 안에 토마토 소스, 가지, 리코타 치즈 등을 넣어 먹곤 한다.

 

와인을 공부했으니 와인을 선택할 때에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한국에 온 것도 사실은 와인 사업 때문이었다. 와인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시칠리아산 와인을 포함한 훌륭한 와인을 갖춰두었으니 믿어도 좋다. 하지만 우리 레스토랑이 있는 홍대에는 와인을 주문하는 손님이 많지 않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 로 생각해보면 강남이나 청담에서 식사를 할 때는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이 와인을 종종 시켰던 것 같은데, 홍대에서 식사할 때는 왜 와인을 주문하는 일이 드문 걸까?
약간 심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

 

콘킬리에 알라 트라파네즈(Conchiglie Alla Trapanese) 콘킬리에 면을 사용한 파스타. 트라파네즈는 시칠리아 섬에 있는 도시 이름으로 시칠리아 사람들이 애용하는 소스인 바질이 들어간 페스토 소스를 활용했다. 앤초비, 방울토마토, 아몬드를 조금씩 넣어 풍부한 맛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