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는 외로운 섬이 아니다. 흔히 록 스타에 비유되는 셰프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하는 사람들이 레스토랑의 맛을 더한다.

아리아께의 정종술 셰프(가운데)와 구매팀 수산물 담당 김경룡 과장(왼쪽), 기키자케시 이미선(오른쪽)

생선, 칼 그리고 술 | 아리아께
한 남자는 ‘스시의 정석’ 같은 초밥을 쥐고, 한 남자는 대한민국에서 발로 대동여지도를 그리며 최고의 재료를 구해온다. 이날 그는 동해에서 직접 어부와 배를 타고 잡아온 커다란 도화새우를 가져왔다. 한 여자는 냄새만으로 사케를 구분한다. 서울 신라호텔 아리아께에서는 그런 만화 같은 일이 매일 벌어진다.

이곳에는 ‘사케 소믈리에’로 불리는 기키자케시가 있어요. 왜 와인보다 청주죠?
이미선 사케(청주)는 좋은 쌀과 좋은 물과 사람의 정성으로 빚어서 만든 완벽한 술이에요. 모든 청주가 값의 고하를 떠나서,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술이에요. 일식당에서 사케가 잘 어울리는 이유는, 음식을 만들 때 다 사케가 들어가거든요. 청주는 요리에서 맛난 맛은 살리고 좋지 못한 맛은 억제하기 때문에, 요리에도 쓰고 음식과의 마리아주로도 쓰죠. 하우스 와인처럼 하우스 사케도 있어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많은 게 달라졌나요?
김경룡 그 즉시 일본 재료 사용을 모두 중단했어요. 우리 호텔은 물론 주요 일식당들이 어떤 재료를 써야 할지 고민에 빠졌죠. 그래서 전 세계 식재료를 샅샅이 뒤져 스페인산 참치, 캘리포니아산 성게알을 구했어요. 우리가 가장 먼저 썼고, 지금은 다른 호텔이나 강남 스시집에서도 쓰고 있어요.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요.
최고의 재료를 하루아침에 잃었는데, 아쉽지 않아요?
정종술 아리아께는 처음부터 긴자의 에도마에 스시를 도입했어요. 일본 장인들과 계속 교류하다 보니 그들과 함께 한국에서 에도마에 스시에 맞는 재료를 찾기도 했어요. 부산에서 붕장어를 찾았는데, 그들이 왜 이 좋은 제품을 수출만 하냐고 하더군요.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 재료를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김경룡 또 반대로 우리 재료를 일본에 알리기도 해요. 일본에 주‘ 바코’라는 오래된 민물 장어집이 있어요. 그들도 자기네 재료를 쓰지 못하니, 재료를 찾아 한국에 왔어요. 수십 종의 장어도 다 싫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강화도에서 갯벌장어를 마음에 들어 했지만 크기가 너무 크다는 거예요. 80일 동안 그 사람이 원하는 사이즈로 키워서 가져다줬어요. 양식장 주인을 막 설득했죠. 이건 국가대표 장어를 키우는 거라고. 그러고 가져다주니, 이 장어는 정말 좋다고 하더라고요.
아리아께는 누구나 인정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일식당이죠. 하지만 이제 많은 라이벌이 생기지 않았나요?
정종술 아리아께 출신 셰프들이 차린 일식당이 많죠. 우리는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요리사들은 ‘자네는 언제 졸업할 거야’라고 물어봐요. 그 얘기는 ‘가게 언제 오픈할 거야’라는 뜻이에요. 그럼 저는 그래요. “저는 안 되겠습니다. 지금 제공하는 스시가 제 솜씨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회사 구매팀에서 제일 좋은 재료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라고 얘기해요. 밖에서는 그만큼의 재료를 찾을 수 없어요. 이미 최고의 재료를 경험한 제가 밖에 나가서는 감히 자신 있게 손님을 대할 수가 없지요.
이곳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정종술 저는 이미 일본에서 최고의 재료를 경험했거든요. 우수한 재료를 취급할 줄 알고, 선별할 줄 알기 때문에 국내에서 또 그렇게 골라요. 구매팀에서 최고의 재료를 고르면, 그걸 다시 셰프의 눈으로 고르죠. 그리고 나머지는 쓰지 않습니다. 아리아께는 최고가 아니면 안 써요.
아리아께가 다른 일식당을 비교하는 표준이 되기도 하더군요. 최근 신라호텔 리노베이션에도 이곳은 그대로였어요. 변화가 필요할까요?
정종술 처음에는 생선과 밥의 밸런스를 맞추는 에도마에 스시가 자리를 잡기 힘들었습니다. 아리아께 초창기에는 전복을 술로 쪄서 올리면, 왜 죽은 전복을 삶아 주냐고 하기도 했죠. 지금의 스시가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우리는 변화가 필요 없습니다. 이미 손님들이 인정한 스시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오마카세를 주문하는 손님들은 저만큼 아리아께의 맛을 잘 아는 분들이지요. 긴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을 때, 그날만큼 긴장한 적은 없었답니다.

세컨드 키친의 에릭 셰프, 루크 매니저, 크리스틴 셰프

좋은 친구들 | 세컨드 키친
“지금 입은 앞치마는 세컨드 키친 이전에 저희가 팝업 레스토랑을 할 때 고른 색이에요. 그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우리 조리사들도 닮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맸어요. 여기에는 이 앞치마처럼 하나하나 의미가 있는 것들이 많아요.” 크리스틴 셰프와 에릭 셰프 그리고 서비스 총괄 매니저 루크. 올해 문을 연 레스토랑 중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세컨드 키친을 만든 사람들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당신들은 친한가요?
에릭, 크리스틴, 루크 우리처럼 친한 사이는 별로 없을걸요!
왜 그렇죠?
에릭 셰프하고 매니저 사이가 좋은 경우는 별로 없어요. 레스토랑에서는 ‘고객이 어떻게 했을 때 만족할 것인가’가 주된 이슈예요. 내가 귀찮고, 내가 힘든 건 고객이 만족한다면 상관없는 거죠. 그런데 보통 사이가 좋지 않은 곳은 그게 고객 중심이 아니라 내‘ 가 더 힘들다.’ ‘네가 훨씬 편하다.’ 이걸로 서로 많이 싸우는 경우가 많거든요.
루크 레스토랑의 모든 건 결국은 ‘손님’이에요. 세컨드 키친은 격식 있는 서비스보다 자연스러움에 중점을 둬요. 내가 준비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기 힘들거든요. 우선 우리가 즐거워야 손님에게도 그 즐거움이 전달될 거라고 믿어요. 그것이 저희가 꿈꾸는 레스토랑의 모습이에요.
매니저로서 어떤 욕심을 가지고 있나요?
루크 저는 늘 목말랐어요. 셰프만 목마름을 느끼는 게 아니에요. 저 역시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목마름이 있었어요. 물론 더 잘하고 싶다는 것이죠.
크리스틴 루크와 이야기하면서 서비스하는 사람들도 자기 일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크게 얘기하면 주방에서 홀을 바라보는 생각이 많이 바뀐 거죠. 그때부터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우린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일하면서 제일 힘든 거는 바라보는 곳이 같지 않은데 억지로 합을 맞추는 거죠. 목소리는 달라도 마지막에 목적이 같으면 그냥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무엇인가가 생겨요.
이곳은 두 셰프가 함께 하나의 키친을 지키죠. 어떻게 만났어요?
크리스틴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알고 지냈어요. 제가 일하는 레스토랑에 에릭이 입사했고, 우리 둘 다 라인쿡이었어요. 그때 서로 열정이나 일하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또 제 좌우명이 ‘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가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연금술사>의 구절인데, 그 좌우명도 같았어요! 다른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도 자주 전화를 하며 좋은 레시피를 공유하곤 했어요.
에릭 저희 둘다 한국에서 일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우연히 둘 다 한국에 왔을 때 함께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했어요. 홍대에 있는 친구 레스토랑을 빌려서 아주 조그맣게요. 그때 서로의 치밀함과 계획성, 책임감을 확인했죠.
세컨드 키친은 늘 예약이 늘 꽉 차 있어요. 성공했다고 생각하나요?
루크 저희 레스토랑은 문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잘되고 있어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바로 그 점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이 자리에 있고 계속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이려면 이제 시작인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 냉정한 평가도 받을 텐데요.
에릭 어느 레스토랑이나 그렇지만 100명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레스토랑은 없을 거예요. 음식이나 서비스, 아니면 분위기라도 호불호는 있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100명에 가까운 사람을 만족시키냐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죠.
루크 기본에 어긋나는 것들, 누가 봐도 아닌 것들은 당연히 수정하려고 노력했어요. 우린 우리가 즐거워야 모든 게 잘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셋이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에릭 우리는 계속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보통 레스토랑의 셰프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만요.
루크 계속 함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크리스틴 샌프란시스코에 가고 싶어요! 에릭과 제가 일하던 샌프란시스코에서 루크와 함께 식사를 하고 싶네요. 정말 맛있는 곳이 많아요.
은퇴 후에는 무엇을 하고 싶나요?
에릭 제주도에 갈 생각이에요.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면서, 사람들을 재우고 먹이고 싶어요. 내 자식들은 제주 바다에서 수영하면서 자랐으면 싶거든요.
루크 저는 셰프들이 다 사갈 만큼 좋은 재료를 농사지어서 납품할 거예요.
크리스틴 남편을 위한 원테이블 레스토랑의 주인!

중식당 홍연의 정수주 셰프와 웨스틴 조선호텔 구매팀 서귀생 주임

셰프 그리고 셰프였던 사나이 | 홍연
공인된 중국 요리 명장인 정수주 셰프. 그의 곁에는 든든한 구매팀 서귀생 주임이 있다. 한때 조리사였던 구매팀 서귀생 주임은 여전히 셰프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 눈으로 셰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구해온다. 그것이 진시황의 불로초일지라도.

올해부터 샥스핀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요?
정수주 생명과 윤리 차원에서 더 이상 홍연에서는 샥스핀 요리를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게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아쉽죠. 중국요리에서 샥스핀만큼 귀한 음식 재료는 없거든요. 그래서 대체 재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만큼 귀한 재료를 찾았나요?
서귀생 한국에서 법적으로 쓸 수 있는 재료를 모두 검토했어요. 그래서 최고의 해삼과 건전복을 구해, 더 많이 쓰기로 했죠. 셰프와 함께 열 몇 가지를 구해서 하나하나 물에 불리고, 테스트해서 가장 좋은 것을 골랐어요. 해삼을 먹는 나라가 별로 없어요. 전 세계 해삼의 90%가 중국과 홍콩에서 소비됩니다. 사실 해삼은 세계에서 우리나라 것이 가장 좋아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바다가 제 정신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시장은 좁아지고, 결국 누가 먼저 가서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의 문제죠.
또 어떤 것을 구입하나요?
서귀생 식당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요. 지금 이 의자부터 젓가락, 해삼, 나물…. 무엇이든지 구합니다. 시간이 걸릴 뿐이죠.
정수주 구매팀에게 사진만 주고 무조건 구해오라고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90%는 구해다 줘요. 나머지 10%는 구할 수는 있지만, 한국에서는 불법이라서 구입하지 않는 것뿐이죠. 중국과 홍콩으로 시장조사를 다녀오면 숙제가 생기는 거죠. 대부분 안 되는 것이니 어떻게 대체 재료를 찾을까 고민하죠. 가을을 맞아서 송이와 해산물 위주로 새 메뉴를 짰죠. 구매팀 덕분이죠.
특히 중국 재료는 살아 있는 것보다 말린 것을 선호하잖아요.
정수주 대부분의 식재료는 말렸을 때 영양가가 더 높아지고 맛도 좋아지거든요. 특히 중식에서 고급 식재료는 말린 거예요.
당신은 원래 조리사였다면서요? 서로 공감대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음식에 대해 어떤 철학을 공유하고 있나요?
정수주 좋은 재료로 제일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정직하게요.
서귀생 재료를 그대로 요리해야 가장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는 말이 있잖아요. 건해삼이나 건전복을 재료로 만드는 요리는 완성될 때까지 일주일이 걸려요. 이 경우에도 최소한의 소스로 요리합니다. 정말 맛있죠!
좋은 레스토랑의 조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수주 여러 요소가 있지만, 저는 무엇보다 재료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식당은 대부분 사장이 재료를 구해오고 그러잖아요. 구매팀은 사장이나 마찬가지죠. 사장처럼 아침에 모든 재료를 일일이 확인하고 사들이는 역할이에요.
서귀생 지금은 슈트를 입고 입지만, 사실은 점퍼 입고 일합니다. 언제 배를 타고, 언제 산을 탈지 몰라서요.

오스테리아 마티네 김주현 매니저와 김병현 셰프

우린 방금 만났어요 | 오스테리아 마티네
오스테리아 마티네는 올해로 8년을 맞았다. 티 카페로 시작해 타파스를 전공으로 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전업한 지 5년째. 변화는 모두에게 이로웠다. 김병현 셰프는 몇 달 전 새로운 매니저를 맞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친근했어요. 신기하게도 이름도 딱 한 글자만 빼고 똑같거든요.”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어요?
김병현 ‘키가 크다’였어요. 물론 예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인상이 좋았어요.
김주현 잘생겼다고 해야 하겠죠?
레스토랑에서 매니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김병현 모든 것이죠. 음식을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에 관여하니까요. 또 저희는 타파스를 내기 때문에 메뉴도 많은 편이거든요. 음식도 잘 설명해줘야 하고, 주방과 홀을 연결해주고, 또 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리하지요. 셰프가 자리를 비울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매니저의 능력이 빛을 발해요. 좋은 매니저를 만나는 건 셰프에게 정말 큰 복이에요.
레스토랑 매니저가 온라인 홍보를 맡는 경우도 많다더군요.
김주현 아주 많아요. 하지만 저희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찾아주는 손님을 잘 맞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대부분 오래된 손님이에요.
셰프와 매니저가 손발이 잘 맞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김병현모든 것은 신뢰와 이해로부터 시작해요.
김주현 그래서 매니저도 주방 교육을 받아요. 셰프가 만든 음식을 좋아해야 하고요.
마티네에서 어떤 음식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매니저 저희는 한 달에 한 번씩 식재료 프로모션을 해요. 우리나라 특산물을 이용한 특별 타파스를 선보이는데 항상 최고예요. 이달에는 버섯과 호박이었어요. 치악산 큰송이버섯과 전남 무안의 버터넛호박으로 만든 타파스가 정말 맛있었어요.
오스테리아 마티네는 어떤 레스토랑을 추구하나요?
김병현 맛과 서비스는 모두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오스테리아 마티네에 잘 어울리는 서비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정답인 것 같아요.
매니저 저희에게 최고의 칭찬은 손님으로부터 편안하게 잘 먹었다는 말을 듣는 것이랍니다. 그보다 더 좋은 칭찬이 또 있을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누구인가요?
김병현 매일 오시는 손님이 있어요. 정말로 하루에 한 번씩 오세요.
매니저 남편이랑 오시는데, 늘 같은 메뉴를 주문해요. 해산물 수프, 항정살 그릴 구이, 가리비 구이, 닭가슴살을 뺀 시저 샐러드, 로제 파스타와 남편분께선 해산물 리소토를 드세요. 직원 모두가 그분의 주문을 외우고 있죠!

더 키친 강우석 셰프와 소믈리에 겸 매니저 정승일

키친 듀오 |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넓은 화덕과 오픈 키친이 인상적인 더 키친. 셰프는 오픈 키친에서 라구 소스를 끓이고, 매니저는 이곳저곳을 바삐 다닌다. 정승일 매니저는 슈트에 포도 장식핀을 달았는데, 그건 그가 매니저이며 동시에 10년 차 소믈리에라는 뜻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만만치 않다던데요?
정승일 좋은 취향을 가지거나, 좋은 레스토랑에 대한 경험을 가진 손님이 많이 오시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희는 피자를 주력으로 내고, 또 처음부터 이 레스토랑을 ‘ 대화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저희 테이블 폭은 70cm인데 여느 파인 다이닝보다 다소 좁습니다. 그것도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좋도록 계산해서 만든 것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누구인가요?
강우석 심하게 취했던 그 손님!
정승일 매출을 많이 올려주시는 손님이죠!
셰프와 매니저는 서로 어떤 존재인가요?
강우석 저는 레스토랑을 무대라고 생각해요. 셰프가 레스토랑의 주연배우라면, 매니저는 지휘자 또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죠. 모든 것을 보고 지휘해요!
당신은 매니저이면서 소믈리에이기도 하죠.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와인이 많을 것 같아요.
정승일 좋은 와인을 알리는 건 늘 좋은 일이지만, 저는 음식을 먹을 때 하우스 와인부터 시도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소믈리에가 그 레스토랑의 음식을 고려해 잘 어울리는 와인을 골라놓은 것이고, 일행들이 와인을 원하지 않아도 마실 수 있으니까요.
이곳의 하우스 와인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어요?
정승일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각각 두 종류씩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좋은 하우스 와인은 하나의 품종이 드러나지 않는 블렌딩 와인이에요. 무게감과 질감을 고려해 두 종류를 고르죠. 편의상 하우스 와인이라고 하지만, 저희는 ‘By the glass’라고 부르고 있어요.
매니저에게 새삼 감탄한 적은 언제였나요?
강우석 저희 레스토랑의 VIP가 이곳에서 결혼 피로연을 열었어요. 저희 가게는 레스토랑이지 전문적인 연회장이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정말 잘하더군요! 그때 전문성과 집요함을 봤어요.
셰프에게 새삼 감탄한 적은요?
정승일 정말 큰소리를 내지 않아요. 늘 조용하지만 카리스마 있게 주방을 통솔하지요. 그리고 무엇이든 깊이 파는 열정과 여러 가지를 세심하게 파악하는 능력도 대단해요. 사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아주 많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외식의 흐름과 유행을 이야기할 때면 서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좋은 팀을 만드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강우석 무엇보다 ‘경청’이 아닐까요?
언젠가 함께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강우석 멋진 팀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팀으로 또 새로운 레스토랑 이나 멋진 일을 하는 것이죠. 쉬지 않고!

까사 안토니오의 오너 안토니오 파텔라와 셰프 알렉산드로 파르치.

Italian Morning | 까사 안토니오
“우리는 오래전부터 친구였어요. 1999년부터였을 거예요. 제가 일하던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처음 만났어요. 저는 셰프였고, 이 친구는 피아노를 연주했죠.” 풀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안토니오 파텔라와 사르데니아 출신 셰프 알렉산드로 파르치는 매일 아침 안토니오가 만드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당신들은 이달 우리가 만난 유일한 셰프와 오너죠.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나요? 친구와 함께 일하는 건 어때요?
알렉산드로 절대 아니에요! 그런데 정말 그 일이 일어났어요.
안토니오 우리는 오너와 셰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함께 일하는 것이죠. 알렉산드로는 그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난 내 할 일을 하고요. 멋진 음식을 요리해줘서 고맙고, 나 역시 멋진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애쓰죠. 그래서 나는 피아노를 쳐요.
서울의 이탈리아 사람으로 그동안 느낀 건 무엇인가요?
안토니오 미치지 않으면 일을 잘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그건 서울이기 때문은 아니고, 아마 어디나 마찬가지일걸요. 미쳐야만 한다는 뜻이에요. 뭔가에 도달하려면 우리는 매일 정신이 나가야 돼요!
그것이 당신의 철학인 건가요?
안토니오 절대적으로요! 가끔 나는 지나치게 미쳐버리죠.
알렉산드로 응? 난 조금만 미치는데?
매일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한다면서요? 주로 무슨 대화를 하나요?
알렉산드로 우리는 매일 아침 커피를 마셔요.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의식 같은 거예요. 주로 오늘의 메뉴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아침을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시작하는 건 이탈리아에서는 전통이에요. 한국에서는 아침으로 밥과, 국을 먹죠? 이탈리아에서는 아침 식사를 ‘콜라치오네’라고 하는데, 에스프레소와 비스킷 몇 조각을 먹어요. 가끔은 카푸치노도 먹고요.
안토니오 커피는 내가 만들어요. 셰프를 위해 내가 하는 일이에요.
까사 안토니오에 대한 어떤 철학을 공유하고 있나요?
안토니오 가장 심플한 재료로 섬세한 음식을 만드는 거예요. 정통 이탤리언 레스토랑들은 파인 다이닝이죠. 나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격도 비싸요. 나는 학생들도 찾을 수 있는 낮은 가격의 정통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다고 해서 피자, 스파게티만을 뜻하는 건 아니고요.
알렉산드로 셰프 음식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내‘ 것은 최고다’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하죠. 내가 아는 한은 밀가루, 파스파면, 토마토 소스 등 98%는 모두 이탈리아산 재료로 요리를 해요. 한국에서도 이탈리아 재료를 예전보다 쉽게 살 수 있게 되었어요.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문화적 차이도 많이 느낄 텐데요.
안토니오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화는 다르죠. 이탈리아에서는 레스토랑에서 먹고 남은 음식이 있으면 싸가는 것이 예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죠. 이탈리아에서는 자리에 앉으면 냅킨을 펴고, 빵을 주고, 무조건 와인을 따라줘요. 반면 한국에서는 음식이 모두 한꺼번에 나오길 바라죠.
알렉산드로 이탈리아에서는 애피타이저를 나눠 먹지 않아요. 만약 둘이서 똑같은 애피타이저를 먹고 싶다면 애피타이저를 두 개 시키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늘 나눠 먹는 문화가 있어요. 또 한국에서는 왜 그렇게 와인이 비싼지!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안토니오 한국에 전라도와 경상도가 있듯이 이탈리아도 여러 지역으로 나뉘어 있어요. 각 지역의 음식은 무척 다양하고 특별하죠. 우리는 지금 이탈리아의 작은 부분을 대표해서 요리하고 있는데, 함께 모든 지역을 다니면서 그 지역의 음식들을 맛보고 요리하고 싶어요.
알레산드로 그거 좋네요! 이탈리아의 모든 음식을 열거하라고 하면, 그건 정말 ‘미션임파서블’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