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루어>의 11년 동안 때로는 가장 멋진 파트너로, 가장 편안한 친구로 빛나는 순간을 함께해 온 11명의 사진가가 있다. 그들이 말하는 <얼루어>와 함께한 최고의 순간과 최고의 한 컷. 사진에 <얼루어> 아트 디자이너들이 자유로운 상상을 더했다.

김상곤 + 정재영
<얼루어>와의 첫 작업 오전 10시에 만난 배우 이상우와의 첫 촬영. 콘셉트는 나쁜 남자였지만, 나쁜 남자로 보이기에 그는 너무 착한 남자였다. <얼루어>와 작업한 많은 작품 중 이 사진을 고른 이유 어쩐지 오래 바라보게 되는 사진이다. 사진 속 정재영의 눈을 보며 이 생각, 저 생각 하게 된다. 그 촬영장에서 생긴 일 그에게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 척해달라고 했다. 그는 실제로 무엇인가 적었다. 촬영 후 그가 쓴 글을 읽어보았는데 못 알아본 단어 하나가 아직도 무척 궁금하다. 영감을 얻기 위해 하는 일 사진 외의 미디어를 많이 접하려고 한다. 사진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소리나 그 연속 장면을 상상할 수 있도록. <얼루어>와 함께하고 싶은 작업 대형극장의 백스테이지에서 촬영해보고 싶다. 내가 가본 그 어느 공간보다 비밀스럽고 드라마틱하며 웅장할 것 같다. 그리고 윤여정 선생님을 포트레이트 사진으로 담고 싶다. <얼루어>와 함께했던 가장 처절한 고생 또는 가장 황홀한 순간 지난 6월호에 실린, 스위스에서 촬영한 닉쿤 화보. 에디터와 나는 가장 아름다운 공간을 마지막 촬영지로 남겨두었다. 갑작스러운 천둥번개와 비가 내리기 전까지는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낙담할 때쯤, 비는 내렸지만 촬영할 만큼의 빛이 나타났다. 그때는 정말 감격스러웠다.

신선혜 + 신세경
<얼루어>와의 첫 작업 2011년 2월호인 것 같은데, 신진 사진가 몇몇이 각각 2컷씩 촬영한 패션 화보였다. <얼루어>와 작업한 많은 작품 중 이 사진을 고른 이유 신세경이란 피사체는 찍고 나서 더 좋아졌다. 그녀도 의욕적으로 잘하고 싶어 했고, 나도 잘 찍고 싶었다. 꽃과 단발머리만으로 그녀가 가진 건강한 에너지를 담을 수 있었다. 그 촬영장에서 생긴 일 스타와의 화보 촬영은 급작스럽게 진행될 때가 많은데, 이 화보는 준비할 시간이 넉넉해서 생각도 많이 하고, 톤도 많이 조정하면서 차근차근 진행했다. 영감을 얻기 위해 하는 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출장 가면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책도 많이 읽고. 하지만 가장 큰 영감은 사진에서 오는 것 같다. 메이저 잡지든, 마이너 잡지든 멋진 사진을 보면 머리가 환해진다. <얼루어>와 함께하고 싶은 작업 더 <셸비>처럼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공간을, 그 사람과 함께 담는 화보. 그리고 언젠가 틸다 스윈튼을 찍어보고 싶다. <얼루어>와 함께했던 가장 처절한 고생 또는 가장 황홀한 순간 올해 1월호에 실린 달력 화보다. 열두 명의 사진가가 한 달씩 맡아서 한 컷을 촬영하는 기획이라 그렇지 않아도 긴장됐는데, 나는 얼루어 그린 캠페인이 열리는 4월을 맡았다. 재활용 폐지를 압축한 것을 6개 정도 놓고 찍고 싶었는데, 그 한 개의 무게가 1톤이고, 기중기로 옮기는 데만 80만원이 든다는 거였다. 그야말로 ‘멘붕’이었는데 그걸 대체할 만한 기름통 의자를 간신히 찾아냈다. 그게 촬영 하루 전이었다.

최용빈 + 배두나
<얼루어>와의 첫 작업 내가 기억하는 한 이정재다. 어느 밤, 비 오는 세운상가에서 찍었는데, 소화전 같은 게 터져서 바닥에 물이 고여 반짝거렸던 게 생각난다. <얼루어>와 작업한 많은 작품 중 이 사진을 고른 이유 배두나는 카메라 앞에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래서 늘 사진가를 긴장시키는 배우다. 사진에도 어느 정도 정해진 룰이 있다. 조명을 세우면 조명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배두나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사진이 나온다. 찍을 때는 힘들어도 늘 그 이상을 보여주는 피사체다. 그 촬영장에서 생긴 일 화보 중에 배두나가 테이블 위에 누운 컷이 있다. 배우를 눕히는 과정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서로 신뢰해야 한다. 피렌체의 작은 공간에 빛이 조금씩 들어왔고, 그 빛과 배두나와 과일 바구니가 우연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배우들은 빨리 찍는 사진가를 좋아하지만, 카메라 셔터를 멈출 수 없었다. 느낌이 너무 좋아서. &영감을 얻기 위해 하는 일 나의 모든 것은 경험에서 나온다. 나는 뭐든 몸으로 익힌 것만 기억한다. 사람 얼굴이나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경험이나 추억, 이런 건 또렷하게 오래 기억하는 편이다. 뭐든 경험해보고 몸으로 느끼며 천천히 지나가는 시간을 느끼는 것. 제주에 집을 마련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얼루어>와 함께하고 싶은 작업 아프리카로 화보 촬영을 가고 싶다. 고 박용하와 아프리카를 두 번 갔다. 박용하는 그곳에 학교를 지었는데, 그 학교가 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해온 개인작업도 완성하고 싶다. <얼루어>와 함께했던 가장 처절한 고생 또는 가장 황홀한 순간 <얼루어>와의 작업 중 가장 처절했던 건 바로 동영상 작업이다. 동시에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작업이기도 하다. 기자, 스태프 등 모든 사람이 고생을 했다. 동영상이라는 게 사진가로서는 바람을 피운 거나 다름없는데, 처음에는 기대 심리가 있었지만 결과는 처절했다.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투자한 만큼 거둔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목정욱 + 이솜
<얼루어>와의 첫 작업 지난 1월호에 실린 달력 화보 중 12월 이미지를 촬영했다. 그때가 첫 작업이었다. <얼루어>와 작업한 많은 작품 중 이 사진을 고른 이유 첫 작업이어서 더욱 기억에 남기도 했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마음에 드는 B 컷도 무척 많았다. 그 촬영장에서 생긴 일 가로수길에서 한밤중에 촬영했는데, 따로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장소도, 시간도 아니었기 때문에 걱정하며 촬영 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촬영하는 동안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원하는 장면을 만날 때까지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원래는 주차하는 차량으로 붐벼 찍을 수 없는 곳인데 말이다. 영감을 얻기 위해 하는 일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다. <얼루어>와 함께하고 싶은 작업 거리에서나 아니면 SNS 등을 통해서 에디터, 헤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 함께 캐스팅한 평범한 사람들과 화보를 촬영해보고 싶다. 그렇게 캐스팅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모델로 처음 스튜디오에서 만나 촬영한다면 뭔가 재미있는 게 만들어질 것 같다. 인물로는 소설가 김승옥 선생을 만나고 싶다. <얼루어>와 함께했던 가장 처절한 고생 또는 가장 황홀한 순간 지난 5월호에 실린 ‘High Voltage’ 화보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주변의 밤거리에서 촬영했다. 한 상가의 네온사인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는데 앵글이 잡히지 않아서 스태프들이 지하차도의 지붕으로 기어 올라가서 촬영한 기억이 난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승엽 + 강소라
<얼루어>와의 첫 작업 황신혜와 채시라를 각기 다른 콘셉트로 촬영했다. <얼루어>와 작업한 많은 작품 중 이 사진을 고른 이유 아름다워서. 그 촬영장에서 생긴 일 화보를 촬영할 때 기대를 뛰어넘는 좋은 연기를 선보여줬다. 그래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영감을 얻기 위해 하는 일 여행이 최고인 것 같다. 여행을 떠나면 로케이션 장소를 물색하는 건 직업병인 것 같다. <얼루어>와 함께하고 싶은 작업 트랜스젠더들은 대부분 미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그들과 화보를 찍으면, 다른 에너지가 나올 것 같다. <얼루어>와 함께했던 가장 처절한 고생 또는 가장 황홀한 순간 얼마 전 패션과 뷰티 화보 촬영차 아부다비를 다녀왔다. 너무 뜨거워서, 이러다 내가 타 죽는 게 아닌가 싶었다. 5일 동안 그곳에서 2개의 패션 화보와 2개의 뷰티 화보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