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고는 2014년 한 해 동안 대중들과 대놓고 썸을 탔다.‘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모두가 이 노래를 따라 불렀고 바꿔 불렀다. 소유와의‘썸’이후 빈지노와의‘너를 원해’를 발표하며 연타 홈런을 친 정기고는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정기고의 진짜‘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썸’은 확실히 ‘2014년의 노래’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우선 맞다. 하하. 그리고 정말 빈말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소유나 나나 우리 앨범을 기획한 회사의 어느 누구도 ‘썸’의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실감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실감하게 된다. 

이제까지 작사, 작곡을 직접 해왔지만 ‘썸’의 경우는 공동 작사에 그쳤다. 어떻게 보면 당신이 온전히 만들지 않은 첫 번째 곡이다.

적응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썸’은 개인 앨범의 노래가 아니라 소유와 함께 부르는 듀엣곡이었고, 기획 단계부터 내 앨범과 성격이 달랐기 때문에 납득할 수 있었다. 

 

공동 작업을 하며 많이 배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뭘 배우고 느꼈는지 궁금하다.

성질을 죽이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법을 배웠다. 하하. 농담이고, 적절히 타협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지금까지는 앨범 제작의 모든 과정을 내 마음대로 해왔는데 회사에 들어오고 많은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욕심을 많이 내려놓았다.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맡아서 진행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고 결과도 좋았다. ‘내가 다 관여하지 않아도 앨범이 나오는구나. 게다가 훌륭한 결과가 나오는구나’ 하고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좋았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없을 수는 없겠다.

결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다. 내 생각으로 진행해야만 만들어질 수 있는 내 음악의 색깔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쉬움일 뿐이다. 내 방식대로 만든 앨범에서도 아쉬움이 남아 있듯이 항상 남는 그런 아쉬움.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를 활용한 수많은 유행어가 탄생했다. 그중 가장 맘에 드는 건?  

TV를 잘 보지 않는다. 수많은 유행어가 있었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히 아는 건 별로 없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내가 부른 한 음료수의 광고 음악인 “야채인 듯 과일인 듯 야채 같은 너.”

어머니께서 특히 좋아하시겠다. 운영하는 식당의 손님이 많이 늘어난 걸로 알고 있다. 물론 거기엔 당신의 사진 한 장 붙여두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좋아하시기보다 걱정이 크다. 괜히 가게 때문에 아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노심초사다. 몸을 사리는 걸 보면 나보다 더 연예인이다. 그만큼 아들 걱정을 많이 한다.

 

오랜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 기뻐하면서도 자신의 오빠를 빼앗긴 기분을 느낄 것 같다.

정말 그렇다. 하하. 처음에는 너무 많은 게 바뀌어서 어리둥절하고 서운한 마음도 있을 거다. 그냥 나를, 그리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아무도 나를 모를 때 나를 응원해주던 팬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내가 증명했으니까, 우린 서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창 음악에 빠져 있을 때 당신이 귀에 달고 산 앨범은 누구의 것이었나?

윤종신, 김현철, 유희열, 윤상, 015B 등 여러 뮤지션의 음악을 많이 들었고 20대가 되고 나서 흑인음악에 빠졌다. 지금 내가 만드는 음악들, 특히 가사의 감성은 어린 시절 여러 뮤지션의 음악을 듣던 그때에 많이 만들어진 것 같다.

 

당신의 음악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본다면?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할 뿐, 이번에는 어떤 장르를 만들어볼까? 생각하고 만든 적은 없다. 어떤 장르에 더 주력한다거나 어떤 스타일을 들려준다기보다 그냥 지금은 뭐든 들려주고 싶은 마음 자체가 너무 크다. 지금 쓰고 있는 내 노래들을.

 

더 좋은 뮤지션이 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또 어떤 노력을 하나?

잘 살기 위해 노력한다. 뮤지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가 음악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기 위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려 하고 있다. 음악적인 기교도 중요하겠지만 그런 내 삶에서 나오는 영감이 더 중요하다. 

 

빈지노와의 ‘너를 원해’를 통해 확실한 ‘남남케미’를 터트렸다.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그는 내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인정받고 있는 재능 있는 친구다. ‘너를 원해’를 작업할 때는 새벽에 카페에서 둘이 만나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곡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공유했다. 그 후에 빈지노가 녹음을 해서 보내줬고 작업은 아주 부드럽게 마무리됐다.

꼭 한번 같이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너무 많아서 손꼽기가 어렵다. 그래도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한번 꼽아보자면 ‘Q-Tip’.

 

‘썸’ 이후로 어떤 것들이 달라졌나?
우선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 식당 가서 밥을 먹는데 나를 알아보고 갑자기 ‘썸’이라도 틀어주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가장 큰 변화는 이제는 정말 많은 사람이 내 음악을 들어준다는 거다. 좋건 싫건 우선 들어본다는 게 얼마나 큰 차이인지 모른다. 아무리   노래를 열심히 만들어도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만큼 안타까운 건 없으니까. 

데뷔하고 정기고라는 이름을 알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긴 시간 동안 음악이 아닌 다른 걸 생각한 적은 없었나?

뻔한 답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좋아서 했다.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 생각한 게 있었다. 돈을 따라가지 않고 정말 ‘멋’있는 거, 진짜 내 음악을 하면 조금 오래 걸릴지는 몰라도 분명히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자신 있었고 내 음악에 대해서 의심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았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올해가 가기 전에 해야 할 한 가지 일은?

당연히 ‘썸’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사랑받는 곡을 평생 한 곡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하고 싶은 한 가지 일은 앨범의 마스터링. 꼭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썸타고 있는 뭔가가 있나?

술과 작업.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틀어박혀서 작업을 하거나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면서 작업할 때도 있고. 

 

가장 궁금한 건…. 점점 더 잘생겨진다는 거다. 비결이 뭔가?

전적으로 메이크업과 헤어를 해주는 선생님들 덕분이다. 내게 새 삶을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