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있는 전자음, 흥얼거리게 되는 멜로디, 한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목소리.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접합해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캐스커가 싱글 앨범 <Wish>를 들고 왔다. 여전히 캐스커스러운, 그러나 어떠한 방식으로든 진화하는 그들을 만났다.

 

1. 겨울의 끝에서 만난 캐스커의 준오와 융진 2. 지난 12월에 선보인 싱글 앨범

1. 겨울의 끝에서 만난 캐스커의 준오와 융진 2. 지난 12월에 선보인 싱글 앨범

앨범 재킷은 두 사람의 아이디어인가?
준오 크리스마스라고 모든 사람이 행복한 건 아니다. 외로운 사람은 더 외로운 날인데 그 시즌에 나오는 음악은 따뜻하고 행복한 게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그렇지 않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재킷은 원래 두 사람이 걸어가는 사진이었는데 한 사람을 과감하게 오려냈다.

노래의 느낌과 잘 어울린다. 정작 두 사람은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냈는지 궁금하다.
융진 크리스마스에는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고 비싸다. 그래서 집에 있었다.
준오 나도 크리스마스에는 밖에 잘 안 나간다. 도대체 크리스마스 날의 행복한 이미지는 누가 만든 건지 모르겠다. 사람들 만나서 얘기해보면 다들 한 것도 없던데.

‘Wish’라는 노래를 만들어놓고 연인과 행복한 연말을 보냈다고 하면 배신감 느낄 것 같았는데 다행이다.
준오 크리스마스 날 우리 음악 듣고 있다는 문자를 많이 받았다. 사실 크리스마스뿐 아니라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같은 특수 이벤트 날을 노리고 만든 거다.

싱글 앨범을 발매한 건 처음이다.
융진 곡 자체가 겨울에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고 시즌에 맞춰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해오던 일정과 무관하게 진행한 거라서 홍보하고 활동할 계획은 없었다.

함께한 시간이 7년 정도 되었다. 이제 척하면 척이겠다.
준오 처음엔 역할이 정확하게 분담되어 있었고 자기 일을 알아서 하는 식이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받아들이는 크기가 점점 커져가는 걸 느낀다.

음악 작업 이외의 시간도 공유하는 편인가?
준오 집이 멀다. 융진이는 안산에, 나는 강남에 산다. 게다가 둘 다 웬만하면 집에 있는 편이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매일 전화는 하면서 생사여부 정도는 확인한다.

캐스커에게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꼽아본다면?
융진 사람들이 들었을 때 ‘어떻게 들어도 이건 캐스커야’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우린 항상 변하고 있고 다른 걸 한다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는 건 좋은 음악 하고 싶은 마음이다.
준오 ‘어떤 얘기를 할 것인가’가 변하지 않는다. 가사에서 전해지는 이미지가 일관되지만 그걸 담는 그릇은 계속 변해가고 있다. 앨범을 만드는 건 쉬워졌는데 노래를 만드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해본다면?
준오 우리 노래에는 마치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 가사가 많다. 일렉트로닉이라는 장르 자체가 스토리텔링이 배제되는 음악이다. 가사가 없는 음악도 많다.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사람들이 우리를 떠올렸을 때 음악도 음악이지만 가사를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상처받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그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 부분만큼은 가져가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캐스커의 노래 중 유일하게 밝은 노래는 고양이에 대한 노래인 것 같다. 고양이는 잘 지내나?
준오 물론이다. 벌써 8살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고양이 노래가 꽤 많다.

두 사람 모두 강의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준오 컴퓨터로 작곡하는 강의를 하고 있는데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회사원도 있고 대학생도 있고 대학 교수님도 있다. 전혀 다른 사람들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모여 있다. 그들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 많은 자극이 된다.
융진 나는 보컬을 가르친다. 사실 노래를 하긴 하지만 스스로 가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너무 외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나의 일에 좀 더 가까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캐스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길 바라나?
준오 여전한 가운데 뭔가 사건이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 다른 전환의 계기가 있어서 다른 페이지로 넘어갔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트위터를 하면서 우리 음악을 듣는 해외 팬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먼저 가까운 일본에서 정식으로 앨범을 발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멋진 소식이다. 올해는 정규 앨범도 만날 수 있겠지?
준오 서두르지는 않지만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올가을이나 겨울쯤이 될 것 같다.

New Music & Concert

1. 데미안 라이스 <Live from the Union Chapel>
라이브 앨범에 트랙 2곡이 추가, 발매되었다. 슬리브 케이스가 아닌 디지털 팩으로 특별 제작되었으며 객원 보컬 리사 해니건의 매력적인 음성도 감상할 수 있다. 워너뮤직

2. 샤를로트 갱스부르 <Stage Whisper>
<뉴욕타임스>가 ‘여자 가수로서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보여준 첫 음반’이라고 극찬한 전 앨범 <IRM> 세션에서 엄선된 8곡과 커버곡을 함께 담았다. 워너뮤직

3. 세자리아 에보라 <The Essential Cesaria Evora>
지난 12월 타계한 아프리카 여가수 세자리아 에보라의 베스트 앨범이 발매됐다. 2장의 CD에는 대표곡 총 32곡이 담겨 있다. 노래하며 삶을 견뎌낸 한 여인의 역사가 담겨 있다. 소니뮤직

4. 최성일 <Nostalgia>
일본에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성일의 한국 데뷔 앨범이다. 영화 <박치기>에 삽입되어 일본에서 화제가 된 ‘임진강’을 비롯, 사계절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멜로디를 담았다. CNLR

5. 레이첼 야마가타 내한공연
레이첼 야마가타가 1년 만에 다시 한국 팬들을 찾는다. 3년 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의 수록곡 ‘Even If I Don’t’, ‘Starlight’ 등의 신곡을 국내 팬들에게 처음 들려주는 자리다. 2월 26일,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