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등학생은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사회성 부족한 공부벌레(Nerd), 이해할 수 없는 괴짜(Geek), 예쁘고 잘 노는 치어리더, 돈 많은 집 아들딸 프레피(Preppy), 운동 잘하고 인기 많은 쿼터백(Quarterback).

미국 고등학생은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사회성 부족한 공부벌레(Nerd), 이해할 수 없는 괴짜(Geek), 예쁘고 잘 노는 치어리더, 돈 많은 집 아들딸 프레피(Preppy), 운동 잘하고 인기 많은 쿼터백(Quarterback). 미안한 말이지만 MGMT의 두 남자인 벤과 앤드류는 정말 너드 같이 생겼다. 방에 틀어박혀 심각한 책이나 들여다봤을 것 같은 이들이 전자음이 쩌렁쩌렁한 사이키델릭 록의 후계자가 될 줄이야. 1집에 이은 2집 발매 후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 서울에서 열렸고, 둘에서 다섯이 되어버린 MGMT를 W호텔에서 만났다. 공연 6시간 전이었다.

“앤드류와 커스틴 던스트와의 스캔들은 사실이 아니에요. 그냥 만나는 정도였죠.” 대학 동창생인 이들은 1집 앨범인 한 장으로 그들은 치어리더며, 프롬 퀸이며 원하는 걸 다 가질 수 있을 스타가 되었지만 그들이 정작 가진 건 커스틴 던스트도, 무엇도 아닌 ‘밴드’ 였다“. 앤드류와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그저 음악을 가지고 놀고 있었죠. 처음엔 재미였지만, 지금처럼 매일 음악을 하는 상황에서는, 진지해지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상대적으로 차분한 벤이 말했다. MGMT는 유명세에 대해서 꽤 시니컬한 반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유명세가 없는 유명밴드가 있을 수 있을까?“ 첫 앨범에서 좀 빈정거리긴 했어요. 유명세 때문에 좋은 점도 있어요. 전 세계의 많은 팬이 우리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전히 유명해지기 위해 음악을 하진 않아요. 그점은 분명해요.” 벤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티스트로서의 MGMT가 진정 멋졌던 것은 그들이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준 1집을 복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 앨범은 좀 신비하고 엉뚱한 면이 있었죠. 두 번째 앨범은 좀 더 실질적인 사람들과 삶에 대해 노래하고 있어요. 좀 더 솔직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죠. 의도적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1집을 낸 지 2년 반이 지났고, ‘Kids’나 ‘Time to Pretend’같은 경우는 6~7년 전에 쓴 곡이에요. 그동안 저희도 변했는데, 1집 곡의 분위기를 일부러 따라가는 건 싫었어요. 그게 옳다고 생각했죠. 적어도 동기가 불순한 건 싫었거든요.” 무 려 12분에 달하는 수록곡 ‘Siberian Break’보다 더 긴 곡을 만들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더 길게요? 뭐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도 처음부터 그렇게 길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렇게 프로그레시브하고 서정적인 곡을 만들 생각도 없었고요.” 그들은 순순히 인정했다. “맞아요. 우린 좀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데가 있죠. 두 번째 앨범은 해변이 가까운 캘리포니아 집에서 작업을 했어요. 멤버들이 모여서 녹음을 했는데, 우리 중 그 누구도 음향전문가는 없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보았죠. 이게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이죠.” 벤은 이번 공연을 마무리하듯 말했다. “지난 투어에 비하면 이번 투어는 지극히 현실적이에요. 거품이 좀 가라앉았고, 우리가 정말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멋진 공연을 할 수 있었어요.”

그날, 오프닝 밴드의 공연이 끝난 오후 9시에 그들은 약속된 무대에 섰다. 예민하고 날카로운 전자음이 심장을 뒤흔들고 온 세포의 감각을 곤두세웠다. MGMT 공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왕관과 망토를 두른 사람들이 보였고, 팬클럽 사람들은 그들의 얼굴을 넣어 만든 가짜 돈을 뿌렸다. 바닥에는 숨겨 들여온 빈 맥주캔이 뒹굴었다. 그들의 음악은 술 마신 사람과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은 사람을 사이좋게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앤드류의 말이 떠올랐다. “대학교 1학년 때, 벤과 함께 ‘사이키델릭 버섯’을 시도해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마약 없이도 사이키델릭해질 수 있어요. 우리는 관객들이 이성을 잃는 걸 원하지 않아요. 자유롭게 즐기길 바라죠.”

이것은 서울에서의 첫 공연이기도 했고, MGMT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했다. 오랜 기간 음악과 카페인, 쿠키를 나눈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당분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인터뷰가 끝나고 “추천해줄 만한 한국 맥주 없어요? 괜찮은 술집은 없나요? 음악 잘 틀어주고 편하게 놀 수 있는 곳이면 좋겠는데”라고 묻던 그들에게 홍대를 말해줬다. 다음 날, MGMT가 홍대의 음악 술집 곱창전골에서 뒤풀이를 했다는 제보가 트위터 타임라인을 흔들었다. MGMT가 그곳을 분명히 마음에 들어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복고적인 것과 첨단의 것, 일찍 철든 애어른과 철들고 싶지 않은 어른이 공존하는 그들이니까. 언젠가 우리나라의 서머 록 페스티벌에 오지 않겠냐고 물었다. 답변은 친절했다. “올해는 다음 작업에 집중해야 하니 어렵겠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멋질 것 같아요.”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왠지 그들을 몇년 안에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했듯이, MGMT는 즉흥적인 구석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