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하는 두 편의 영화에서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유다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이라 해도 그녀가 이미<혜화,동>의 혜화를 넘어섰다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1년 전과 그대로다. 여전히 겨울 여자의 느낌이기도 하고.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혜화,동> 이후, 좋아하게 되었다. 아직 혜화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그런 말을 자주 듣는다.

영화와 CF에서 종종 만나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나?
<천국의 아이들> 촬영을 끝냈고 다음에 들어가려고 했던 영화가 미뤄져서 지금은 쉬고 있다.

발랄한 역할을 맡았다고 들었는데 사실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천국의 아이들>에서는 밝고 명랑한 시간제 교사 역을 맡았다. 철없고 엉뚱한 캐릭터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그전에 촬영한 <시체가 돌아왔다>도 그렇고, 일부러 밝은 캐릭터를 찾은 건가?
계속 누르다 보니 좀 답답하더라. 이번에는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게 가능해서 좋았다. 사실, 하고 싶은 마음과 별개로 밝은 캐릭터에 자신이 없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해서 정말 마음대로 했다.

마음대로 하는 거, 그게 더 힘들지 않나?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난감하더라. 그런데 촬영이 진행될수록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그걸 인정해주니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올 한 해 당신에게 유난히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뭔가?
영평상 신인여우상 받은 게 기억난다. 후보에 오를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감독님과 대종상 화제 가는 차 안에서도 우리가 여기까지 올 줄 누가 알았겠냐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었다.

벌써 데뷔 6년 차다. 고민이 많은 시기일 것 같다.
예전에는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 왜 이렇게 늦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뒤돌아보면 그게 나한테 맞았다. 1년도 쉬고, 6개월도 쉬고 그런 시간이 나에게는 약이 되었다. <혜화,동> 들어가기 전에도 1년을 쉬었는데 그 시간이 혜화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어떻게 혜화를 만나게 되었나?
우연히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 민용근 감독님이 몇 달 동안 오디션을 봤는데 계속 혜화를 못찾았다고 하더라. 첫눈에 나를 보고 혜화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한 점을 응시하고 있는 그대로가 혜화 같았다고.

그녀를 연기하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었겠다.
나름대로 표현을 한다고 하는데 모니터를 해보면 하나도 안 보였다. 덕분에 한 장면을 수십번 찍기도 했다.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들, 스태프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 현실의 나도, 혜화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던 거다.

사람을 만나는 걸 즐기지 않을 것 같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낯을 가리긴 하는데 친해지면 까불기도 한다. 딸만 셋인 집의 막내딸이다.

어느 곳, 어떤 순간에 놓여 있는 걸 좋아하나?
등산을 좋아한다. 집 가까이에 있는 남한산성에 포장된 도로 말고 등산로가 있다. 요즘에도 촬영 없는 날에는 그곳에 간다. 새소리 듣고 나무 냄새 맡고 흙 밟는 게 좋다.

어쩐지 당신과 잘 어울리는 즐거움이다. 당신을 기쁘게 해주는 말은?
누구나 예쁠 수는 있는데 매력적이긴 힘든 것 같다.‘매력적이다’라는 말의 느낌이 좋다.

당신은 특히 눈이 매력적이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나도 눈이 가장 맘에 든다. 조금만 건드려도 충혈되고 눈물이 나서 불편하긴 하지만.

유다인만 할 수 있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뭘까?
언젠가 감독님이 뭔가 과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진짜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해주더라. 몰입하게 만드는 표정이나 몸짓이 있다고.

2012년에는 어떤 일이 생기길 바라나?
<시체가 돌아왔다>, <천국의 아이들>이 곧 개봉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유다인에게 이런 면이 있었네, 잘 어울리는데?’라는 말을 들었으면 한다.

포부 말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지켜내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해본다면?
연기하는 배우라고 유난 떨지 말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것을 보든 더 깊이, 더 많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이대로 천천히 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