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모두 자신의 시간을 걷는 배우들이 있다. 이제 만개하려는 어린 배우들과 우리나라의 전설이 된 여배우 7인이 조금씩 다른 얼굴과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달콤한 의미가 이 안에 있다. 아름답다.

셔츠는 질샌더(Jil Sander).

셔츠는 질샌더(Jil Sander).

 

한혜진| 힐링 뷰티

“일상 속에서 저는, 제 얼굴을 혼자서는 더 발견할 수가 없어요.” 한혜진은 화보 촬영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배우니까 자신의 얼굴에 대해 잘 알아야만 한다. 하지만 거울이 없으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건, 배우도 우리와 똑같다. “화면에 나오는 얼굴을 보면서, 사람들이 나를 이런 이미지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아요. 오늘처럼 화보 촬영을 할 때 내 안에도 이런 게 있다는 걸 처음으로 발견하게 되요. 저는 지금도 제 얼굴을 찾고 있어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한혜진의 이미지가 있다. 그녀가 잘 알고 있듯이 똑 부러진 느낌, 순진한 느낌, 당돌한 느낌이 모두 있다. 한혜진의 얼굴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작아도 너무 작은 얼굴이 기대고 있는 목. 그녀의 목은 마치 그녀의 생각과 얼굴을 모두 지지하는 듯 다분히 의지적이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와 역할에 어울리는 이미지의 배우를 선택해야 한다면 감독은 늘 이미지를 선택한다. 그만큼 타고난 이미지와 얼굴을 바꾸는 건 어렵다. 한혜진도 가끔은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었다. “트렌디하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요. 그게 늘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사극에 더 출연하고, 신파적이면서도 강단 있는 역할을 많이 했지만 가끔은 나의 트렌디하지 못한 이목구비를 탓했죠.” 한혜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들어가면서 날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지고, 어울리는 배역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고집 있게 생긴 얼굴과 착한 얼굴이 같이 있어서 양면성을 표현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요.” 언젠가 출연했던 <야심만만>의 PD는 그녀를 기억해두었다. 그리고 <힐링 캠프>를 시작하면서 그녀에게 MC를 맡겼다. 늘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연기하지 않는 맨 얼굴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그녀 역시 사람들의 얼굴을 더 주의깊게 보게 되었다. “모든 사람의 얼굴이 아름답다고 믿어요. 얼굴은 추억 따라 변하는 것 같아요. 언젠가, 아주 평화롭고 온화한 얼굴을 갖고 싶어요. 그런 얼굴로 연기를 하면 좋겠어요.” 그렇게 믿는 한혜진의 지금.

드레스는 샴페인 토킹(Champaign Talking).

드레스는 샴페인 토킹(Champaign Tal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