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명의 <얼루어>에디터가 지난 한 달간 친환경적인 삶에 도전했다. 이 중에는 채식하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장바구니 사용하기와 같이, 모두가 알고 있지만실천하지 못했던 방법도 있었고, 유기농 화장품 체험기, 하이브리드 차 시승기처럼 친환경적인 소비의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방법도 있었다. 한 달이 지났을 때 에디터들의 삶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어쩌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작은 용기도 얻었다. 에디터의 리얼 에코라이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인쇄한 종이도 다시보기

주말을 제외하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지만,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니라는 생각에 전기도, 사무실 용품도 아낌 없이 썼다. 그러다 2년 전 <지구를 살리는 77가지 방법>이란 칼럼을 쓰면서 가정에서만큼이나 사무실에서도 환경을 위해 해야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장 먼저 실천에 옮긴 것은 스테이플러 대신 클립을 사용하는 거였다. 무심코 사용한 스테이플러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마어마한 양의 철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클립을 쓰면 재활용이 가능하고, 종이와 간단하게 분리돼 이면지를 사용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점심시간이나 회의가 있어 장시간 자리를 비울 때 컴퓨터 모니터를 끄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스크린 세이버 모드를 해두면 절전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기 사용량은 모니터를 켜두었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인쇄를 할 때는 한 장에 두 페이지가 인쇄되도록 설정한다. A4 종이 한 장을 만드는 데 탄소발자국이 2.88g남는다고. 업무 관련 서류부터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와 뉴스 프린트까지, 일주일에 수십 장이 넘는 새 종이를 사용해왔다. 처음에는 한 장에 두 페이지를 인쇄하면 글씨가 작아서 보기가 불편할 줄 알았는데, 글을 읽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두 번 넘길 걸 한 번만 넘겨도 되니 좋았다.

작은 실천에서 삶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확신이 들자 지난달부터 사무실에서 이면지 재활용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면지 수거함 만들기! 종이를 따로 모으는 통이 없다 보니 구겨지거나 찢어져서 버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통으로 쓸 만한 게 뭐 없을까 두리번거리다 인화한 사진을 담는 납작한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자의 입구 부분을 책상 귀퉁이에 붙이자 근사한 수거함이 만들어졌다. 그때그때 이면지가 나올 때마다 수거함에 넣었다. 이면지를 모으는 과제가 해결되자,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거부감 없이 이면지를 사용하게 할지가 문제였다. 먼저 A4용지 여러 묶음이 들어 있는 종이 상자의 덮개 2개를 가져와 한쪽에는 새 종이를 담고, 다른 한쪽에는 이면지를 담았다. 상자에 푯말을 붙여서 각각에 새 종이, 이면지라고 적고, 자극이 되도록 그 아래에 ‘A4용지 한 장을 사용할 때마다 탄소발자국 2.88g이 남아요’라고 적었다. 처음에는 직접 나서서 이면지를 프린터에 넣고, 이면지를 찾아서 상자를 채웠다. 시간이 지나자 이면지 함이 조금씩 채워졌고, 다른 에디터들도 프린터에 이면지를 넣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이면지가 오히려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새 종이를 쓰고 있다. 새 종이를 쓰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종이 한 장을 쓸 때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 장에 두 페이지를 인쇄하는 습관과 마찬가지로, 이면지를 활용하는 습관 역시 일단 몸에 배고 나니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요즘은 다른 팀에서 버린 상자나 바구니도 하나씩 주워 나르고 있다. 매달 하나씩 습관을 바꾸다
보면 1년 후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에디터 | 조은선

일회용품을 줄여주세요

‘한 달간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라는 미션이 떨어지는 순간,선배가 툭 던진 한 마디. “다음 주에 런던 출장이지? 비행기에 타는 순간부터 엄청난 일회용품과 마주하게 될 거야. 결코 쉽지 않을걸!” 정말이었다. 온통 일회용 용기투성이인 기내식을 앞에 두고, 양심과 본능적인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며 내린 결론은 최소한의 쓰레기만 발생시키자는 것. 다행스럽게도 대한항공 기내에서는 씻어서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런던에서 머물렀던 3일 동안은 일회용품에 대한 고민도 걱정도 없었다. 머그잔에 커피를 주고, 어떤 음식점이든 면 냅킨을 사용하고, 비닐봉투보다는 종이 봉투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작은 물건이면 당연한 듯 물건만 건네주는 상점이 대부분이었다. 쓰레기가 발생할 수 있거나 일회용 포장인 경우에 그것을 선택하겠냐고 항상 물었다. 우리나라의 ‘일상적인’ 습관과는 참 많이 달랐다. 그래서 알게 됐다.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일회용품을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한 일은 개인용 텀블러를 마련한 것이다. 일주일에 보통 5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는데, 이렇게 한 달 동안 버려지는 종이컵은 20개, 1년이면 240개다. 20년 동안 별 생각 없이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면,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내 손으로 죽이는 셈인 것이다. 지난해 전국 커피 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버려진 종이컵이 3억7백만 개란다. 1년 동안 20만 그루의 나무가 종이컵 때문에 사라진 것이다. 휴지와 나무젓가락, 그 외의 것을 합치면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나무가 지금도 죽어간단 이야기다. 그때부터 머그잔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종이컵을 주는 직원의 태도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바로 ‘환경부담금’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직원들은 씻어서 다시 사용해야 하는 머그잔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묻지도 않고 종이컵을 주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담금이 폐지된 2008년 이후 종이컵 사용량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한번 차근차근 해보기로 했다. 종이컵 대신에 텀블러, 나무젓가락 대신에 내 젓가락, 비닐봉투 대신에 에코 백, 휴지 대신에 손수건 이렇게 바꿔갔다. 작은 변화였지만 그동안의 일회용품이 얼마나 쓸데없고 필요 이상이었는지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히감기로 심하게 앓았던 이번 한 달 동안, 휴지 대신에 손수건 쓰기는 굉장한 위력을 발휘했다. 휴지 한 통을 쓰고도 부족했을 분량이 손수건 한 장으로 해결되다니! 습관을 들이다 보니, 어떤 제품을 구입할 때 항상 포장이나 용기를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됐다. 되도록 친환경적인 용기에 담긴 음식을 먹고, 제품을 구입하려고 노력한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일회용품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외쳐본다. 부디 일회용품이 아닌 친환경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에디터 | 김주현

난방비에서 시작된 절약 정신

조금만 추워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보일러 스위치에 손이 가던 나였다. 따뜻해야 감기도 안 걸리지, 몇 푼 아끼겠다고 덜덜 떨다가 약값만 더 들어간다는 게 나의 지론이었으니까. 지난겨울,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작은 집에 놀러 갔을 때에도 난방비를 줄여야 한다며 온 식구가 두꺼운 옷을 입고, 무릎담요를 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딱하게 여겼다. 그러던 중 작은집이 우리 집에 비해 난방비가 5만원 가까이 덜 나온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처음엔‘ 한 달 내내 덜덜 떨고 지낸 대가가 그 정도라면 차라리 안 하고 만다’는 쪽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집이 난방을 과도하게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전체의 보일러를 꺼버리자’는 말을 차마 환갑이 지난 부모님에게는 하기 힘들어, 일단 내 방부터 시작했다. 잠들기 전 2시간만 틀어서 방의 온도를 높인 뒤 잠들기 직전에 끄는 방법을 택했다. 대신 두꺼운 이불 안에 얇은 극세사 이불을 하나 더 추가했고, 얇은 반팔 잠옷 대신 긴 소매의 두꺼운 트레이닝복을 위아래로 입고 잠자리에 들었다. 너무 추운 날에는 수면 양말을 신기도 했다. 누가 보면 참 궁상맞다고 할 수도 있을 이 다짐을 반복하기 2주째, 엄마 손에 들린 아파트 관리비 용지를 빼앗아 지난달 난방비와 비교해보았다. 6천원 정도가 덜 나오긴 했는데, 과연 나의‘ 착한 짓’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음 달을 기약하며 이젠 오롯이 한 달을 그렇게 지내보자고 마음먹고 내 방만이 아니라, 부모님 방을 뺀 모든 방과 거실, 부엌의 보일러를 모조리 끄고 잠들었다. 관리비 나오는 날이 시험 성적표를 받는 날인 것처럼 전투적인 자세로 임했던 건, 자꾸만 초등학생밖에 안 된 사촌동생이 온몸에 담요를 두르고 있던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도 저렇게 하는데 어른인 나는 왜 이렇게 낭비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은연 중에 들었던 것 같다. 노하우도 점점 늘어났다. 잠들기 전에 따뜻한 차를 마시면 확실히 체온이 올라가 추위를 덜 느낀다. 너무 추운 날은 일회용 핫 팩과 찜질 팩을 활용했다. 등 전체를 덮을 수 있는 찜질 팩이 더 유용했다. 전기세만 축내고 몸에도 안좋은 전기장판보다 전자레인지에 1분만 돌리면 따뜻해지는 찜질 팩이 훨씬 낫다는 나름의 깨달음까지 얻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난 후 확인한 관리비 영수증의 난방비 항목에는 무려 6만원이나 적은 금액이 찍혀 있었다. 밤에만 보일러를 안 켠 것뿐인데 이 정도라니! 금액보다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절약을 몸소 실천한 내 자신이 뿌듯했다. 그 후부터는난방비는 물론 사용하지 않는 전기 제품의 코드를 무조건 뽑고, 꼭 필요할 때 말고는 방 전등을 켜지 않았으며, 비데 온열 시트의 스위치도 꺼버렸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 시작하니 절약 정신이 몸에 밴 듯한 느낌이었다. 모두가 조금씩 달라지면 지구가 달라진다. 동생을 보며 내가 달라진 것처럼 말이다. 에디터 | 윤가진

알고 보면 프레스 키트는 보물창고랍니다

한 달이면 산더미처럼 쌓이는 프레스 키트를 마감이 끝나자마자 정리하는 행위는 곧 ‘버림’을 뜻했다. 모을 수 없는 것이 한 달 후면 어김없이 산처럼 쌓여 책상을 지배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늘 아이디어가 반짝거리는 에디터들에게 원하는 것을 고르고 유용하게 사용해보라고 했고 한 명씩 관찰하기로 했다. 그것이 내가 프레스 키트를 버리는, 활용하는 가장 착하고 현명한 방법이라고 믿으며. 피처 디렉터 박훈희는 이달 수많은 연예인을 인터뷰해야 했다. 때문에 품격 있는 클립보드 가격이 만만치 않다며 가장 많은 하드보드지 파일을 가져갔는데 촬영 시안지와 연예인 한 명씩의 자료를 따로따로 분류해 그날의 핸드백 컬러와 맞춰 들고 나가는 센스를 보여줬다. 피처 에디터 조은선 역시 클립보드로 사용했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개조에 착수했다. 기사와 관련된 자료를 넣은 파일에, 취재 스케줄을 적은 크고 작은 취재 수첩에, 다이어리까지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기에 파일을 이용해 멀티 노트를 만든 것. 양면에 종이를 끼워 인쇄한 자료와 메모지까지 충분히 담았고 낱장으로 되어 있는 노트를 집게로 폴더에 고정하여 근사한 노트를 완성했다. 클립으로 미니 달력을 붙이고, 포스트잇까지 붙이자 다이어리로도 손색이 없었다. 패션 에디터 김주현 역시 컬러풀한 파일 중 핑크색을 골라 가위로 잘라 친구에게 보낼 카드를 만들었다!

피처 에디터 허윤선은 단순한 클립보드로 재활용하기 위해 디올 특유의 실버 하드보드지 파일을 골랐는데 결국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였다! 우선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떠날 때 이 파일에 스태프들의 e-티켓부터 호텔 바우처, 스케줄표 및 출장에 필요한 온갖 서류를 끼워서 떠났고 도착해서는 구름이 햇살을 가린 날, 음식 사진을 찍을 때 모자란 반사판 개수에 힘을 보탰다. 패션 에디터 이윤주는 이번 파리 컬렉션 출장에서 받은 초대장을 재활용했다. 삭막한 호텔방에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초대장을 아무렇게나 붙여두고 벽을 갤러리로 만들었다. 일주일 동안 홀로 이 아름다운 갤러리를 마주하며 시차로 잠들지 못하던 밤의 적막함을 달랬다고. 뷰티 에디터 윤가진은 아크릴 파일을 사용해 사진첩으로 활용했다. 컴퓨터 속 폴더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진 중에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100여 장을 인화해 양장본으로 만든 브랜드 소개 책자에 붙였다.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도록 옆에 손 글씨로 메모도 남기자 번듯한 앨범 한 권이 만들어졌다. 또 두꺼운 아크릴판으로 제작된 프레스 키트는 액자로 활용했다. 뷰티 에디터 안소영과 황민영은 둘 다 시제품을 넣어왔던 상자를 골랐다. 안소영은 겔랑 루즈 오토마띠끄의 옷장 형태의 여닫이 상자를 어지러운 화장대 위의 액세서리를 정리할 보석함으로 변신시켰고, 황민영은 비오템의 아쿠아수르스 제품 상자를 사용해 사무실 책상 위 잡동사니 정리함으로 활용했다. 테스트를 위한 화장품들, 마시다 만 커피잔, 물병 등으로 가득한 어지러운 책상 속에서 텀블러와 핸드폰을 꽂아두기에 제격. 마지막으로 나는 매번 아깝다고 생각되었던 프레스 키트가 알고 보면 누구에게는 필요하며 알토란 같이 재활용된다는 것을 뒤늦게 배웠다. 다른 종류의 ‘무식’ 혹은 ‘무관심’을 가까이 산재한 ‘지식’으로 재활용한 셈이다. 에디터 | 강미선

프리우스, 넌 감동이었어

매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집과 회사의 거리가 상당한 나는 매일 엄청난 탄소를 내뿜는 탄소공장장이다. 집에서 회사까지 정확히 20.2km. 매일 출퇴근만 해도 40km이상인데, 출근할 때는 막혀서 급정거를 자주 하고 퇴근할 때는 안 막혀서 급가속을 자주 한다. 그간의 환경 악행에 반성하는 마음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보기로 했다. 옆 동네에 살며 집에서 회사까지 정확히 21.5km인 후배와 ‘카풀’을 해서 이 참에 우리가 이중으로 뿜어내고 있는 탄소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합의를 보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엔진의 장점을 결합해, 도로와 주행 환경에 맞게 두 엔진이 변환되는 차로 연비가 높고 탄소와 유해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여서 친환경자동차(EcoCar)로 불린다. 프리우스는 바로 이 하이브리드 차의 상징적인 존재다. 프리우스로 출근한 첫날. 다른 에디터들이 한번씩 이 차를 타보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만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과 트렌드세터들이 프리우스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다. 프리우스와 함께하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차 어때요?”라는 질문을 받곤 했으니까.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기술에 일가견이 있는 토요타의 최첨단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한 것 외에도 모든 시스템이 디지털화되어 있다. 기어는 이동 후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렉트릭 시프트매틱이며, 디지털 계기판으로 지금 나의 운전이 전기 모드인지, 모터 모드인지, 지금의 주행이 환경에 가장 적합한지 아니면 그것보다 더 무리를 주는지를 매 순간 확인할 수 있다. 에코 범위에 들어와 있으면 으쓱하고, 에코 범위를 넘어서면 이크, 하면서 액셀에서 발을 떼게 만든다. 프리우스와 같은 하이브리드 차는 신호 대기처럼 멈출 때, 전기 모드로 시속 50km이하 저속 주행할 때나 언덕처럼 내리막길을 갈 때 전기 모드로 전환되는데, 이때는 시동을 건 차에서 느껴지는 ‘부릉부릉’이 없이 완벽한 정적 상태가 된다. 전쟁 같은 도로 위에서 잠깐의 휴식을 주는 고요함이랄까. 환경에 이롭게 디자인된 착한 차답게 클랙션 소리도 타인을 배려해서 아무리 세게 눌러도 “삐!”, “뿅!” 정도의 애교 있는 항의만 전달한다!

프리우스는 버튼만 누르는 것으로 환경 교육을 가능하게 해주는 두 모드를 탑재하고 있다. ‘EV’는 충전된 전기를 우선 사용하는 전기 모드이며 저속 주행할 때 쓰면 좋다. ‘Eco’ 모드는 나쁜 주행 습관을 가진 운전자도 쉽게 친환경 주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급가속을 방지해 탄소발생량을 줄이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이 친환경 주법은 자연스럽게 연비 절감 효과로 나타난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가격은 비슷한 차량보다 다소 비싼 편이지만, 다행히 기름값은 상당히 적게든다. 프리우스의 배기량은 1798cc, 공인 연비는 세계 최고라는 29.2km. 유가 고공행진 중인 요즘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엄청난 연비를 자랑하는데 그것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느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시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특히 이롭다고 한다. 매일 출퇴근을 해도 연료 버튼이 거북이처럼 느리게 떨어졌고, 서해로 피크닉을 떠났을 때 그 덕을 톡톡히 봤다. 29.2km까지는 아니더라도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가 23km은 되었다. 23km라니! 하지만 아무리 착하더라도 못생기면 정이 안 가는 것이 사람 마음. 프리우스의 한껏 업된 엉덩이와 작고 통통한 몸매는 볼수록 정이 갔다. 기어 아래쪽으로 클러치백이나 립밤, 선글라스 등을 둘 수 있는 공간도 여성 운전자에게 참 이로웠다. 피처 에디터로서 많은 차량을 시승하지만 다음에 저 차를 사겠다고 공언하는 일은 드물다. 프리우스가 바로 그런 차였다. 훌륭하고 착하며, 매력적인 자동차.

한 달 동안 정이 듬뿍 든 프리우스와 힘든 이별을 하고 샌프란시스코로 출장을 갔다. 미국에서 가장 고학력인 도시라는 그곳은 프리우스의 도시기
도 했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전 세계적으로 토요타 하이브리드 차의 판매량이 3백만 대를 돌파했단 소식이 와 있었다. 비슷한 가솔린 차량을 운행했을 때보다 약 1천8백만 톤의 탄소 배출 억제 효과를 본 것이다. 프리우스를 반납한 지금도 습관처럼 액셀러레이터를 살살 밟는다. 이제 인간은 자동차 없이는 살 수가 없다. 하지만 꼭 자동차를 타야 한다면 가장 먼저 ‘하이브리드’를 고려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아마 시간이 갈수록 하이브리드 차량이 세상을 점령할 것이고, 10년쯤 지나면 하이브리드가 아닌 차를 타면 부끄러운 운전자가 될지도 모른다. “지구가 이렇게 뜨거운데 하이브리드를 안 탄다니 제정신이에요?”라는 질문을 받게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보다 먼저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는 당신은, 환경은 물론 ‘에코 시크(Eco-Chic)’를 아는 사람이다. 당신의 차는 하이브리드인가, 아닌가. 에디터 | 허윤선, 취재협조 | 한국토요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