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입는 멋진 패션 피플인 김나영이 책을 냈다. 책 속에는 김나영이라는 사람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집과 그녀가 좋아하는 아이템 등 김나영만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는 재미도 있다. 마치 정답지를 내고 성적표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SNS에서 책에 대한 반응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는 김나영과 패션에 대해 인터뷰를 나눴다.

어떻게 처음 책을 쓸 생각을 했는가?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 ‘내가 책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술렁거렸다. 생각보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말하는 건 자신 없지만 책이라면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사람들이 과연 내 이야기를 좋아할지 걱정되지만, 그래도 내 책이라면 꼭 읽겠다는 친구들의 응원 덕분에 신이 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 제목을 ‘거지꼴을 못 면해도 좋아’와 ‘마음에 들어’ 중에서 결정했다는데. <무한도전>에 출연했을 때 박명수 선배가 건넨 멘트에서 착안한 제목이 ‘거지꼴을 못 면해도 좋아’였다. 둘 중에서 어떤 것을 제목으로 할지 결정하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두 개의 제목을 모두 공개했다. 5,000명이 넘는 팬이 의견을 말해줬다. 그래서인지 제목에 더 애착이 간다.

김나영의 패션에 대해 이야기할 때 푸시버튼의 디자이너 박승건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를 통해서 패션에 눈떴는지? 박승건을 안 게 3년쯤 된 것 같은데 그 즈음부터 서서히 바뀐 것 같다. 전에는 단순히 옷을 좋아했다면, 그를 통해서 어떻게 입는지에 대한 방법을 알게 됐다. 내가 막연하게 계획을 세우는 타입이라면 그는 세세하게 기획하는 편이다.

파리 컬렉션장에서 당신의 옷차림이 주목받으면서 재미있는 예능인 김나영이 패셔니스타로 바뀌는 터닝 포인트가 된 거 같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변하다 보니까 시청자들은 ‘쟤, 갑자기 왜 저래’, ‘고급스럽지 않고 재미있는 캐릭터였는데’라고 많이 생소해했을 것 같다. 사실은 그 전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내 모습인데 말이다. 파리 컬렉션 이후 내 삶은 한마디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빠르게 변했다. 홍콩 매거진 커버를 찍었고, 의류 광고 모델도 됐다. 이젠 포털 사이트에 김나영을 치면 연관 검색어가 옷이다. 인생 제2막이라고 할까.

패셔니스타 김나영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지 않은지. 책 소개 중에 ‘새 옷 좀 사 입으면 안 돼요. 예뻐지기 위해 투자 좀 하면 안 되는 거예요’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패션을 처음 시작하면서 분명 ‘욕먹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욕먹을 게 있으면 욕을 먹는 게 맞는 것 같다. 매일 노래방 같이 가서 막 놀던 애가 어느 날부터 멋 내고 패션쇼장에 앉아 있으면 재수 없을 수 있지 않나. 당연한 일이다. 내가 낯설고 멀어진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패션은 예전부터 꾸던 꿈이고, 방송은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를 포기할 순 없다. 방송에서 나에게 원하는 모습이 있기 때문에 조금 몸을 사리면 ‘쟤, 왜 저래’란 반응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이건 내가 풀어야 할 숙제고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다.

블로그에 ‘I have a passion for fasion’(나는 패션을 향한 열정이 있다)는 구절이 있는데, 좌우명인가? 맞다. 방송을 오래 하면서 순간순간 열심히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늘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패션이라는 꿈이 생겼으니까 즐기면서 일해보고 싶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패션에 대한 열정이 지금 나를 만들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한 건 오직 열정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게 없다면, 지금 그냥 웃기기 위해 열심히 방송만 하고 있었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지금도 조금씩 하고 있지만, 나만의 패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블로그를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지만,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