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킴 카다시안의 그늘에서 벗어나 톱 모델로, 패셔니스타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켄달 제너. 10대 시절 외모 콤플렉스와
언니의 유명세를 극복하고 어린 시절 꿈을 이룬 켄달 제너는 여전히 비상 중이다.

 

수영복은 베르사체(Versace), 펌프스는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팔찌는 발맹(Balmain). 남자 모델이 입은 턱시도와 셔츠는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넥타이는 랙앤본(Rag & Bone).

수영복은 베르사체(Versace), 펌프스는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팔찌는 발맹(Balmain). 남자 모델이 입은 턱시도와 셔츠는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넥타이는 랙앤본(Rag & Bone).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아이콘을 꼽으라면 단연 켄달 제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킴 카다시안의 의붓동생으로 불렸던 켄달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러브콜을 받는 톱 모델이자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인스타그램 스타로 발돋움했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피부로 지난 11월 에스티 로더의 뮤즈로 선정되기도 한 그녀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이 모두 탐내는 모델이 되었다. 하지만 10대 초반만 해도 켄달은 여드름과 피부 트러블로 고민하던 내성적인 소녀였다. “9학년이 됐을 때 여름이 나기 시작했는데 마침 교정기까지 착용하고 있었어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수 없을 정도로 의기소침했어요. 자신감이 바닥까지 추락했다고 할까요? 제가 상대방을 쳐다보지 않으면 그 사람의 눈에도 제가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10대 시절을 관통하며 누구나 경험하는 성장통이지만 켄달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각했다. 사춘기를 겪던 켄달은 숨을 곳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는 수많은 스타가 청소년기를 지나며 일시적으로 못난이 시절을 겪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식상하지만 켄달의 진솔한 고백은 동정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지금도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눈을 쳐다보기가 힘들어요. 금세 얼굴이 빨개지거나 긴장하게 되요.” 하지만 그 상대방이 카메라를 든 사진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카메라 앞에 서면서 점점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저 자신을 믿어야 했죠.”

 

수영복은 아장 프로보카퇴르(Agent Provocateur).

수영복은 아장 프로보카퇴르(Agent Provocateur). 

수영복은 아장 프로보카퇴르.

수영복은 아장 프로보카퇴르. 

켄달은 자신이 셀러브리티라는 사실을 애써 알리려 하지 않는다.
“켄달에게는 침착함과 우아함, 그리고 기품이 있어요. 또래 10대 소녀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매력적인 요소죠.” 

켄달은 10대 초반부터 리얼리티 TV쇼 <키핑 업 위드 더 카다시안(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에서 킴 카다시안의 여동생으로 출연하며 매주 카메라 앞에 서왔다. 촬영팀 앞에서 언니들에게 탐폰 사용법을 배우기까지 했다. 11세 이후로 켄달에게 완벽한 사생활이란 존재하지 않은 셈이다. “너무 어릴 때부터 카메라에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기 때문에 그 전의 삶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동생 카일리와 저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환경에서 자라야 했고, 그건 때때로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지우고 싶을 만큼 힘든 기억은 아니었어요.”

2011년 가을, 켄달은 오랫동안 다져온 톱 모델의 꿈에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처음에는 크고 작은 패션쇼와 몇 가지 잡지 화보 촬영을 하는 게 전부였지만 마크 제이콥스가 자신의 2014년 가을 시즌 런웨이 쇼에 그녀를 캐스팅한 후 모든 것이 변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순식간에 다른 세상으로 이동한 것처럼! 안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톱을 입은 그녀의 사진이 인터넷을 도배했고, 샤넬과 지방시 같은 빅 쇼에 연달아 서게 된 것. 켄달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주인공인 마크 제이콥스는 이렇게 말했다. “켄달은 모델이 갖춰야 하는 모든 자질을 갖추고 있어요. 흥미롭고 카리스마가 있으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옷을 입어도 근사하게 소화해낸다는 거죠.” 2015년 봄 시즌, 밀라노와 파리에서도 돌체앤가바나, 발맹, 샤넬, 지방시의 쇼에 서며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 그리고 몇 달 전, 모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기회인 에스티 로더 광고 캠페인의 모델이 되었다. 

이러한 성공은 보통의 리얼리티 TV 스타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TV에 나와 와인잔을 던지며 단 1초의 유명세를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말이다. 패션계에서 혐오스럽게 받아들이는 이 같은 절박함을 켄달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뮤즈로서의 모델(Model as Muse)>의 공동 저자인 콜 요하난은 “켄달은 자신이 셀러브리티라는 사실을 애써 알리려 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이런 그녀의 고고한 태도는 광고주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켄달은 전혀 리얼리티 TV 스타로 느껴지지 않아요. 제너에게는 침착함과 우아함, 그리고 기품이 있어요. 또래 10대 소녀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매력적인 요소죠.” 에스티 로더의 글로벌 대표이사인 제인 헤르츠마크 후디스의 설명이다. 160억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SNS 스타인 것 역시 장점이다. “디지털 세대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그녀가 과연 훌륭한 톱 모델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몇 시즌 더 기다려보면 알 수 있겠죠.” 요하난이 덧붙인다.

 

수영복은 아장 프로보카퇴르. 팔찌는 발맹.

수영복은 아장 프로보카퇴르. 팔찌는 발맹. 

모델로서의 이른 성공과 성숙한 아우라만 바라보면 켄달이 겨우 95년생으로, 아직 10대 소녀임을 깜빡 잊곤 하지만 대부분의 19세 소녀가 그렇듯 때때로 모순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많은 수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켄달은 “책임감은 느끼지 않아요. 날 팔로우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하면 되죠”라는 대답을 던지는가 하면, “가능한 한 최고의 롤 모델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켄달이 지금 가장 핫한 모델이라는 역할을 그 누구보다 잘 소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벌리힐스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만났을 때 켄달은 매 순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리얼리티 스타의 모습이 아니었다. 검은색 스키니 진과 풍성한 회색 스웨터, 날렵한 검은색 앵클 부츠 차림에, 여드름으로 고생했던 과거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메이크업과 포니테일로 묶은 반짝이는 검정 머리까지, 켄달의 모습은 완벽한 톱 모델 그 자체였다.

어릴 때부터 모델에 대한 환상을 키워온 켄달과 카일리는 뒷마당에서 직접 사진을 촬영한 다음 ‘켄달의 모델링 북’이라는 이름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도 했다. “잡지를 보며 강인한 모습의 여성들에게 매료되고는 했어요. 저 역시 언젠가는 10대 소녀, 소년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죠.” 인스타그램과 파파라치 컷을 통해 감각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던 켄달과 카일리는 얼마 전 톱숍과 협업해 자신들의 이름을 딴 컬렉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녀들이 평소 즐겨 입는 플라워 패턴의 톱과 데님 쇼츠, 검은색 맥시 드레스 등으로 구성됐다.

리얼리티 TV 쇼의 촬영은 계속되고 있고, 켄달의 일거수일투족 역시 여전히 대중 앞에 노출되고 있지만 그녀는 아직도 언니 킴 카다시안의 ‘조용한 동생’ 역을 자처한다. 남자친구에 대해 요란하게 떠들지도, 가족의 유명세를 이용해 모델 활동에 특혜받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특별 대우를 받고 싶지 않아요. 포트폴리오에 제 성을 기재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예요.” 마크 제이콥스 쇼를 준비했을 당시에도 언니들이 관여하지 않기를 바랐다. “가족 이름을 빌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녀가 미안해하며 당시를 떠올린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단 5초라도 언니들이 아닌 제가 모든 관심을 받고 싶었어요. 만약 언니들이 프론트로에 앉아 있었다면 ‘오, 킴이 켄달의 첫 번째 패션쇼에 참석했어!’라며 난리법석이 났겠죠.” 모델로서의 커리어는 이제 시작일 뿐이고, 켄달은 신인들이 겪는 그 어떤 징크스도 감수하고 싶지 않다. 켄달은 속삭이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킴 언니를 사랑해요. 하지만 1분이라도 ‘지금 주인공은 켄달 제너야.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지’라는 평가를 받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