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여자에게 반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부터 걸 그룹의 무대를 넋 놓고 바라볼 때, 친구인 그녀가 새삼 여자로 보이는 순간까지. 여자의 매력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 그때 그 옷차림을 알아보았다.

영화 의 줄리아 로버츠

영화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

“나는 왜 혼자일까?”라는 고민에 빠진 여자들에게 희망이 보인다. 그동안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 혹은 ‘(아무리 해도 애인)안 생겨요’ 같은 말도 안 되는 신조어로 우리의 자신감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던가. 남자를 반하게 만드는 건 김태희나 한가인처럼 누더기를 걸쳐도 예쁜, 태생적으로 매력적인 여자들의 특권이라 생각하며 남자들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절망하기엔 이르다. 여자의 매력을 완성하는 데에는 센스 있는 옷차림, 성적 매력, 유쾌한 애티튜드 등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당신에게 반했다. 단지 소심해진 여자의 마음이 그와의 거리를 멀어지게 했을 뿐. 남자와 여자의 보는 눈은 분명히 다르고, 남자들은 아름다움에 대해 꽤 다양한 기준과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을 반하게 하는 여자의 옷차림은 무엇인가요?”

남자는 옷과 애티튜드의 조합에 반한다
모델부터 에디터, 연예인까지 늘 매력적이고 예쁜 여자들에 둘러싸여 사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준성은 예쁜 것만 좋아할 것 같지만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남성 아이템을 건드리는 여자들이 좋아요. 왜, 남자들만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거 있잖아요. 구두나 시계 같은. 그런데 그걸 자연스럽게 입고, 신는 거죠. 고등학생 때였나? 친구가 누굴 만나러 가는데 따라간 적이 있어요. 그 자리에서 첫사랑을 만났죠.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는데 거기에 나이키 에어포스 운동화를 신은 그녀가 무척 예뻤어요. 특히 그녀가 신고 있었던 건 에어포스 시리즈 중에서도 투명한 파란색 밑창이 깔린, 당시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희귀 아이템으로 꼽히던 것이었거든요. 그녀가 그 운동화를 어떻게 알고 신었는지도 신기하고, 뭔가 그녀와 나의 관심사가 일치하는 것 같아서 반가웠지요. 또 그걸 교복 아래에 아무렇지도 않게 신은 게 어찌나 당차던지! 투박한 운동화 위로 하얗게 뻗은 종아리의 이질감까지 예뻐 보였어요.” 그는 이후 지금까지도 하이힐보다는 운동화 같은 단화를 신은 여자에게 끌린다고 한다. 높은 굽 때문에 위태롭게 걷는 것보다 단화를 신은 여자의 강단 있고 경쾌한 걸음걸이가 건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남자들의 아이템을 입는다고 해서 꼭 보이시할 필요는 없다. 남성 아이템을 옷차림에 활용하되 여성미를 강조하는 것이 포인트. 어떤 상황에서도 여성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남자들은 입을 모아 얘기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큼직한 화이트 셔츠를 입고 방 안을 뒹굴던 오드리 헵번은 새빨간 립스틱을 발랐기에 더없이 예뻐 보였다. 또 <귀여운 여인>에서 매춘부로 나왔던 줄리아 로버츠는 요란한 미니 원피스를 톤 다운하는 비상 처방으로 리처드 기어의 화이트 셔츠를 걸쳤는데, 소매를 걷어 올리고 셔츠의 밑단을 예쁘게 묶으며 말 그대로 귀여운 여인이 되었다. 매거진 <크로노스>의 스타일 디렉터 이현상도 이런 매력에 공감했다. “남자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는 아이템을 여자가 근사하게 입었을 때의 임팩트는 정말 크죠.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여자의 옷차림은 심플한 블라우스에 테일러드 팬츠를 매치하는 거예요. 단정하면서 도도해 보이거든요. 제가 아는 선배 중에도 꼭 그렇게 옷을 입는 사람이 있어요. 제 마음속 베스트드레서랄까요? 그녀는 팬츠 슈트를 즐겨 입는데 실루엣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핏을 맞춘다든가 섬세한 소재의 상의를 매치해 특유의 여성스러움을 드러내요.” 그는 여자들이 남자들의 아이템을 활용하되 자신에게 잘 어울리게만 입는다면 남자로 하여금 묘한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매력 지수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시계나 운동화 같은 기술적인 요소가 들어간 아이템은 그 유대감을 더 확실하게 형성해준다고. 단, 마니아처럼 지나친 정보력과 아이템에 대한 집착은 매력을 오히려 반감시킬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제복을 비롯한 단정한 정장 차림 또한 남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옷차림 중 하나다. 하지만 주종 관계를 암시하는 뻔한 옷을 떠올리는 건 금물. 단아한 외모에 상반되는 화끈한 성적 취향 같은 건 일본 AV에서나 다룰 법한 남자들의 환상일 뿐, 현실 속의 남자들, 특히 ‘내 여자’를 생각하는 남자들은 그보다 훨씬 섬세한 시각을 가지고 제복을 바라봤다.
익명을 유지해주길 바라던 스타일리스트 C가 말했다. “전 여자친구는 스튜어디스였어요. 그녀는 항공사 유니폼을 단정하게 차려입었을 때 정말 아름다워 보였죠. 물론 평소에도 사랑스러웠지만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에 유독 당당해진 걸음걸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나 말투 등 어딘가 모르게 세련된 몸짓을 보면 새삼 ‘이 여자가 내 여자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더 매력적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배웅하고 마중하러 인천국제공항까지 수십 번을 왕복했어요. 오로지 그녀의 유니폼 입은 모습을 보기 위해서 말이에요!”
패션 사진가 목정욱도 정장에 따른 여자의 애티튜드 변화에 크게 공감했다. “정장을 갖춰 입은 여자가 예뻐 보이는 이유는 자연스럽게 몸을 곧추세우고 자세를 바로잡게 되기 때문이에요. 펜슬 스커트를 입으면 스커트폭이 좁아서 조심스럽게 걸어야 하잖아요. 또 단추를 걸어 잠근 재킷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단정하게 떨어지는 어깨선, 곧게 뻗은 목선과 등의 굴곡이 우아해 보여요. 그건 남자들에게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매력이거든요. 여자의 몸은 위로 곧게 뻗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데 정장은 그걸 만들어주는 최적의 의상이라고 생각해요.”
소녀시대가 귀여운 여동생에서 군인들의 관물대를 점령한 여신으로 거듭난 것 또한 해군을 연상시키는 제복을 입고 ‘소원을 말해봐’를 불렀을 때였다. 각 잡힌 재킷을 입은 그녀들은 양손으로 허리를 짚고는 등을 꼿꼿이 세우고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각선미 춤’에 남자들은 일제히 쓰러지고 말았다. 남자들에게 제복이 주는 의미는 나를 거칠게 다뤄줄 것 같은 포르노적인 상상이 아닌, 여자의 몸짓과 자세를 당당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우아한 도구다. 스타일리스트 C와 사진가 목정욱이 자신들의 취향을 밝히면서 “오해 사지 않게 정확히 잘 써달라”고 당부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섹스 어필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섹스 어필은 남자를 반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걸 그룹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평소 걸 그룹의 노래를 즐겨 듣는 사진가 정원영은 섹스 어필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전 섹시한 여자가 예뻐요. 특별히 좋아하는 옷차림을 굳이 꼽자면 슬릿이 들어간 스커트 같은 거죠. 물론 일상에서 슬릿 스커트를 입은 여자를 보기는 어렵지만요. 하지만 그 의상이 내포하는, 갑작스럽게 닥친 섹시함의 묘미가 더 중요한 포인트예요.” 그래서일까, ‘성인식’으로 갑자기 성인이 된 박지윤도, ‘나 혼자’를 부르며 외로움을 토로하던 씨스타도, 최근 ‘썸씽’으로 컴백하며 성숙한 매력을 드러낸 걸스데이도 이전의 소녀 같은 이미지를 뒤엎는 확실한 방법이 필요할 때 모두 슬릿 스커트를 선택했다. 얌전할 것만 같은 스커트 사이로 갑자기 다리가 드러날 때, 전혀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노출된 살갗을 보며 남자들은 당황하고 또 묘한 흥분을 느낀다고 한다.
또 다른 익명의 컨트리뷰터, PR매니저 J는 그 뜻밖의 섹스 어필에 오랜 친구가 갑자기 여자로 보였다고 했다. “회사 동료로 4년을 알고 지내던 친구가 있었어요. 원래 이상형과도 거리가 먼 데다 알고 지낸 지 워낙 오래돼서 전혀 이성으로 다가오지 않았죠. 그러다 어느 날 같이 지하철을 탈 일이 생겼어요. 그런데 그녀가 한쪽 손을 들어서 손잡이를 잡는 순간 소매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손목이 드러난 거예요. 갑자기 보이는 살갗에 조금 당황했는데, 그녀의 손가락이 그렇게 가지런한지, 또 손목이 그렇게 가늘었는지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러고 보니 그녀는 목부터 어깨로 이어지는 선도 예쁘고, 바지를 입었을 때 살짝 드러나는 발목도 참 예쁘더라고요. 그녀는 날씬한 몸매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타이트한 옷은 입지 않았는데 그게 더 매력적이었어요. 가끔씩 드러나는 살결이나, 옷이 몸에 감기면서 실루엣이 드러날 때 훨씬 섹시해 보였으니까요.” 남자들에게 섹스 어필은 소녀와 여자를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다. 단, 은밀하거나 전혀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다가올 때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것을 기억하자. 노골적인 섹시함은 남자들의 반감만 일으킬 뿐이다.
반면 첫사랑의 아이콘, 전지현과 수지를 모두 아우르는 수식어는 바로 청순함이다. 흔히 여자들은 하얗고 말간 얼굴, 긴 생머리와 가냘픈 몸매를 타고나야 한다고 절망하지만 <레옹>의 패션 에디터 이영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청순함은 단순한 스타일과 직결돼요. 잡지 화보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꾸민 옷차림은 절대 청순하지 않죠. 흰 티셔츠와 청바지의 조합이 괜히 남자들의 로망이겠어요? 화려한 것보다는 소박한 옷차림, 향수보다는 섬유유연제 향이 날 것 같은 느낌이 훨씬 자연스러워요. 그리고 이건 생김새와는 별다른 문제예요. 억지로 꾸미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 애티튜드가 예쁜 거거든요. 파스텔톤 일색의 힘없는 옷차림,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카락은 청순이 아니에요. 청승이죠.” 그는 남자들에게 청순함이란 생기와 건강미를 포함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기사의 인터뷰이들이 세상의 남자들을 모두 대변한다고 할 수 없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있다. 단순하고 말초적일 것만 같은 남자들의 취향에도 미묘한 뉘앙스와 다양한 시각 차이가 있다는 것. 애초부터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이상형이다. 이 세상 수많은 남자의 미적 기준에 맞춰 억지로 꾸미기보다 남이 절대 가지지 못한 나만의 매력이 잘 드러나도록 했을 때, 그는 이미 당신에게 반해 있을지 모른다.

남자가 반하는 옷차림의 예

1 세련된 정장이 여자의 실루엣을 예쁘게 다듬어준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많다. 2 슬릿 스커트는 단순히 다리를 드러내기 때문이 아니라 기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살갗을 노출한다는 의미에서 섹시하다. 3 화이트 셔츠 같은 남성 아이템을 입을 때, 절대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 4 옷차림은 단순할수록 여자 본연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잘 드러낸다. 5 아찔한 하이힐보다 단화의 안정된 걸음걸이를 선호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

1 세련된 정장이 여자의 실루엣을 예쁘게 다듬어준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많다. 2 슬릿 스커트는 단순히 다리를 드러내기 때문이 아니라 기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살갗을 노출한다는 의미에서 섹시하다. 3 화이트 셔츠 같은 남성 아이템을 입을 때, 절대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 4 옷차림은 단순할수록 여자 본연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잘 드러낸다. 5 아찔한 하이힐보다 단화의 안정된 걸음걸이를 선호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