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면으로 재주가 좋은 멀티 플레이어가 각광받는 요즘, 패션 브랜드 역시 옷이나 가방만 만들지 않는다. 브랜드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이 속속 문을 열고 있는데, 그곳에는 브랜드의 DNA가 종합적으로 녹아 있다.

1. 골드로 만든 초콜릿 조각을 연상시키는 칵테일바. 2. 샹들리에가비치는 유리 테이블의 골드 레스토랑.

1. 골드로 만든 초콜릿 조각을 연상시키는 칵테일바. 2. 샹들리에가
비치는 유리 테이블의 골드 레스토랑.

 

Gold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여자의 마음을 훔치는 비법을 잘 아는 디자이너다. 그리고 그들은 늘 반짝이는 골드를 화룡점정으로 얹는다. 골드 예찬론자답게 그들의 레스토랑 이름도 ‘골드’다. 황동과 금박을 입힌 유리 계단, 대리석, 스테인리스 스틸 장식과 거울, 유리 장식으로 가득 찬 450평의 2층짜리 건물은 골드의 신전 같다. 거울로 만든 테이블에 금빛 조명과 샹들리에가 반사되어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하고, 크고 작은 사각 골드 장식은 반짝임을 더한다. 돌체앤가바나 홍보 담당 최혜리는 흥겹고 경쾌한 분위기를 이곳만의 특별한 매력으로 꼽는다. 골드는 카페와 비스트로를 겸한 레스토랑으로 간단한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1층과 지중해 방식의 이탤리언 요리와 고급 와인을 선보이는 2층으로 나뉜다. 1층의 비스트로에는 넓은 흡연 구역이 따로 있어 술을 마시며 자유롭게 즐길 수 있고, 2층에는 특별한 날을 위한 룸이 마련돼 있다. 식사를 한 후 디저트나 와인 등을 구매하면 당연하게도 금색 쇼핑백에 포장해준다.
주소 Piazza Risorgimento, 20129, Milano

컬렉션의 무대 장치를 그대로 재현한 목조 구조물

컬렉션의 무대 장치를 그대로 재현한 목조 구조물

 

Rive Gauche

“누군가 우리에게 센 강을 건너오라고 설득하려면, 정말 군침이 도는 멋진 장소를 내놓아야 하겠죠. 세브르가 17번지는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에르메스의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 뒤마는 세브르가 17번지를 이렇게 평했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겨울, 센 강 근처의 수영장이었던 이 부지에 에르메스 리브 고쉬 매장을 열었다. 건축가 드니 몽텔이 디자인한 리브 고쉬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밀짚 바구니처럼 엮은 거대한 목조 구조물. 크리스토프 르메르의 데뷔 컬렉션을 축하라도 하는 듯 이번 시즌 무대 장치로 쓰였던 목조 구조물이 매장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이 근사한 공간에서는 에르메스 컬렉션 외에 17가지의 차를 맛볼 수있는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벨벳 같은 감촉의 농밀한 차, 뒷맛이 길고 목 넘김이 부드러운 차, 풀 냄새, 꽃향기, 버터 향기와 불 맛이 느껴지는 차 등 미각을 자극할 17가지 맛의 차가 고심 끝에 선정되었다고. 차뿐만 아니라 카르파초, 세라노, 리소토 등 간단한 음식과 디저트도 정갈한 맛으로 유명하다.
주소 17 Rue de Sevres, 75006 Paris

간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바

간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바

 

 

Trussardi Cafe

질 좋은 소재로 정직하게 만든 트루사르디의 제품처럼 트루사르디 카페도 화려한 샹들리에나 가구 없이도 우아하다. 나무 바닥과 흰 대리석, 초록색 넝쿨이 조화를 이루는 카페에는 꾸미지 않은 고즈넉한 멋이 흐른다. “위치가 정말 끝내주는 곳이에요. 유럽 3대 극장 중 하나인 라 스칼라 극장 바로 옆에 자리해 있어서 찾아가기도 쉽고 운 좋으면 극장에 왔다가 들른 셀러브리티도 볼 수 있다고 들었어요. 특히 큼직한 통유리창이 압권이죠.” 토즈의 홍보 담당 김수림은 저녁보다는 점심 때 통유리로 들어오는 햇살을 만끽하며 브런치를 즐겨보라고 권한다. 계란프라이를 곁들인 채소클럽샌드위치, 호박과 고추냉이를 곁들인 연어스테이크 등 모두 웰빙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의 풍경 디자이너 패트릭 블랑크가 친환경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든 야외 정원도 멋지다.
주소 Piazza Della Scala, 5, Milano

1.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통유리의 레스토랑. 2. 차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

1.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통유리의 레스토랑. 2. 차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

 

 

Beige Alain Ducasse

샤넬의 정신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레스토랑. 샤넬과 프랑스의 스타 셰프 알랭 뒤카스가 함께 만든 레스토랑 ‘베이지 알랭 뒤카스 도쿄’ 는 말 그대로 샤넬의 정신으로 만든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샤넬을 상징하는 색, ‘베이지’에서 이름을 땄다. 빌딩 디자인과 다이닝 설비는 뉴욕의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주방은 프랑스 디자이너 폴 발레가, 유니폼 디자인은 칼 라거펠트가 맡았다. 그야말로 거장이 총출동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샤넬을 상징하는 트위드 소재와 베이지색 가죽을 주조로 한 인테리어는 더없이 우아하다. “샤넬과 함께 잘 먹고 잘사는 법을 연구했어요. 음식도 컬렉션의 형식을 따르죠. 모두 샤넬 스타일을 고수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알랭 뒤카스의 말처럼 베이지의 음식은 시즌에 따라 색감과 재료를 달리해 만든다. 점심에는 간단한 건강식 요리를, 오후에는 스낵이나 달콤한 디저트류를, 디너에는 풀코스 요리와 와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주소 Chanel Building 10th floor, 3-5-3 Ginza, Chuo-ku Tokyo

1. 밀라노의 엠포리오 아르마니 카페. 2. 긴자 타워의 아르마니 레스토랑.

1. 밀라노의 엠포리오 아르마니 카페. 2. 긴자 타워의 아르마니 레스토랑.

 

 

Bar Prive

자신의 이름을 딴 다양한 라인의 의상부터 액세서리, 가구, 시계, 그리고 심지어 호텔까지 소유하고 있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레스토랑에도 관심을 가졌다. 간단한 아침과 브런치, 간식을 즐길 수 있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카페’는 밀라노와 파리, 런던, 두바이에 있다. 카페에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검은색, 붉은색, 청록색의 강렬한 색감, 사각 기둥과 둥근 테이블, 유리와 패브릭의 시각적 대비가 그의 의상과 많이 닮아 있다고 말한다. 아침에는 크루아상, 요거트, 스무디, 시리얼, 카푸치노 등의 메뉴를, 정오에는 비즈니스 런치로 매주 메뉴가 바뀐다. 특히 모차렐라와 토마토 드레싱의 카프레제, 토마토와 바질이 든 그라냐노 페네, 아몬드 타르트 등의 전통 이탈리아 음식이 일품이다. 이 모든 음식은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다.
아르마니 레스토랑(긴자 타워) | 주소 5-5-4 Armani Ginza Tower 10F, Chuo-Ku, Japan
아르마니 바(홍콩) | 주소 2/F, Armani/Chater House, 11 Chater Road, Central, Hong Kong
아르마니 카페(밀라노) | 주소 Via Croce Rossa, 2, 20121, Milano
아르마니 레스토랑(뉴욕) | 주소 717 5th Ave, NY 10022, USA

푸른색과 조화를 이루는 붉은 로고 간판

푸른색과 조화를 이루는 붉은 로고 간판

 

 

Cafe DiMarc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밀라노 카페는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미술관과 노천카페, 부티크가 줄지어 있는 브레라 지역에 위치한 이 카페 겸 매장은 15세기 대성당 산타 마리아 델카르미네와 마주한다. 마크 제이콥스의 건축가 친구인 스테판 잭리치가 주거용이었던 기존의 건물에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감성을 불어넣었다. 프레임 없는 창문으로 매장 안이 선명하게 들여다보이는데, 유럽풍 외관과 마크 제이콥스식 위트를 살린 인테리어가 묘한 어울림을 낸다. “빵이 진짜 맛있다는 소문이 자자해요. 특히 크루아상이 맛있어요. 식사 대용으로 즐길 수 있는 메뉴도 있더라고요. 서울의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플래그십 숍에 이 카페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에요.” 마크 제이콥스 홍보 담당 이철의의 말이다.
주소 Piazza del Carmine, 6, Milano

갤러리처럼 꾸며진 레스토랑 내부

갤러리처럼 꾸며진 레스토랑 내부

 

Ralph’s

랄프 로렌 역시 미국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토털 패션 하우스로서 위치를 단단히 하고 있다. 그런 자신감으로 그는 파리 중심에 가장 미국적인 레스토랑을 열었다. 레스토랑 곳곳에 자리한 목재 가구와 벽난로, 농촌 풍경을 담은 그림, 말 안장 등의 장식품은 대리석 벽과 어우러져 남성적인 우아함을 풍긴다. 메뉴와 식자재는 모두 미국에서 공급받는다. 스테이크에 사용되는 고기는 미국 콜로라도에 위치한 랄프로렌의 목장에서 온 것이고, 메릴랜드 크랩, 뉴욕 치즈 케이크 등 전통 미국식 메뉴가 자리하고 있다. 셀러브리티도 이 특별한 공간을 자주 찾는데, 배우 장쯔이는 랄프스의 당근 케이크를 특히 좋아한다고.
주소 173 Boulevard Saint Germain, 75006, Paris

1. 와인과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바. 2. 불가리 긴자 타워의 외관.

1. 와인과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바. 2. 불가리 긴자 타워의 외관.

 

Il Ristorante

일본 도쿄에 위치한 불가리의 긴자 타워는 불가리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1층은 주얼리와 시계, 2층은 가방, 3층은 하이엔드 주얼리로 구성되며, 이건물 8, 9, 10층에 이탤리언 레스토랑 ‘일 리스토란테’가 자리한다. 원목 바닥과 검은색 가구가 조화를 이루는 실내는 고풍스럽고 정갈한 분위기를 풍긴다. 하이엔드 주얼리의 호사스러움보다는 불가리의 우아하고 클래식한 면모를 더 닮았다. 여기에 9m 높이의 거대한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자연스러운 화려함을 더한다. 별실과 라운지 공간은 8층에, 레스토랑은 9층과 10층을 합친 공간에 위치하며 11층은 정원이 있는 테라스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도쿄 중심가 풍경이 장관이에요. 정갈하면서도 감칠맛이 도는 이탈리아 음식은 다 맛있어서 하나만 꼽기가 어려울 정도예요.” 불가리 홍보 담당 배지인의 말이다. 레스토랑을 이끄는 셰프인 미셸 델 아퀼라의 말에 따르면 불가리의 제품에 영감을 준 요소를 반영해 메뉴를 만든다고 한다. 지중해 랍스터 리소토와 송로버섯을 곁들인 고베 소고기 등이 대표적인 메뉴이며, 접시 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데코는 패션 하우스의 레스토랑이 남다른 이유를 증명한다.
주소 Ginza Tower 2-7-12 Ginza, Chuo-ku Tok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