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는 이제 ‘가깝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빠르게 소통하고 교류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컬렉션의 리뷰를 단 몇 분 안에 만날 수 있고, 디자이너와의 단독 인터뷰도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그 한 축에는 1인 미디어의 시대를 연 패션 블로거가 있다.

“싸이월드가 뭐야?”라고 묻던 시절이 있었다. 도대체 싸이월드가 뭐길래,옆에 앉은 짝은 싸이를 하느라 잠을 못 잤다며 수업시간 내내 꾸벅꾸벅 졸았던 건지. 그렇게 소셜 네트워킹이 막 물꼬를 텄을 때, 소셜 네트워킹이사람과 사람과의 교류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전문 지식의 매개체, 그리고 이제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을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사람들은 처음에는 ‘나 이렇게 지내요’라고 안부를 전하며 사진을 올리더니, ‘나 이런 곳에도 다녀왔어요’라고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좀 더넓은 공간인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전문 지식, 비평 등을 자유롭게 올리며 목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파워 블로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패션 시장에서 블로거의 영향력은 꽤나 막강하다. 이번 가을/겨울 시즌 알렉산더 왕, 마크 제이콥스, 로다테 등의 프런트 로에 타비 게빈슨, 브라이언 보이, 가랑스 도레 같은 블로거들이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던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콧대 높은 유수의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블로거에게 협력의 손길을 내민 것이니, 그들의 파워를 조금은 짐작하겠는지? 파워 블로그의 방문자 수는이미 여타 다른 매체의 구독률에 맞먹는다. 이제 너무나 유명해진 14살의 블로거인 타비 게빈슨 블로그의 하루 방문자 수는 대략 5만 명, 책까지 발간한 사토리얼리스트도 보통 2만 명이 훌쩍 넘는다(전용 어플리케이션까지 합하면 실제 방문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모녀 블로거로 유명한 제인 알드리지의 블로그는 월평균 40만 건, 사진집을 발표한 이반 로딕의블로그는 하루 2만 건 이상의 액세스 수를 자랑한다. 이렇게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읽고 또 퍼트리는 ‘1인 미디어’의 힘을 유명 브랜드들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 로다테의 디자이너 케이트와 로라 멀리비는 타비를 자신의 뮤즈라고 공언하며 그녀를 쇼에 초대하는 등의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고, 마크 제이콥스는 브라이언 보이의 이니셜을 따서 ‘BB백’을 선보였다(그의 블로그에 ‘I Love You BryanBoy!’라는 문구를 든 마크 제이콥스의 사진이 올라와 있을 정도). 버버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사토리얼리스트의 스콧 슈만에게 촬영을 의뢰했고, 코치는 에밀리, 칼라 등 4명의 블로거와 협업한 백을 출시하기도 했다. 해외 디자이너의 이런 발 빠른 대처에 우리나라 패션 하우스도 바빠졌음은 물론이다. 얼마전 열린 입생로랑의 가을/겨울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바쁘게 셔터를 누르는 블로거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세린느도 이번 시즌 프레젠테이션에서 패션 프레스를 위한 시간 이외에 블로거를 위한 장을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올가을 화보 촬영을 파워 블로거인 가랑스 도레와 진행한 클럽 모나코는 블로거들만 초대해 파티와 스타일링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클럽 모나코의 홍보 담당자는 “전 세계적으로 블로거의 힘이 커지면서, 그들에게도 보다명확하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블로거들이 주관적으로 올린 글이나 평가가 마치 모두의 의견처럼 전해져서 난감할 때가 종종 있거든요”라고 그들을 초대한 이유에 답한다. “물론, 이번 화보에 가랑스 도레의 감성을 담아낸 만큼, 우리나라 블로거의 톡톡 튀는 에너지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리뷰도 필요하다고 느꼈죠. 행사 바로 다음 날에 매장을 찾았다는 사람이 급격히 느는 등 반응도 상당했어요. 하지만 단점이나아쉬운 점도 여과 없이 올라왔죠”라며 이제 내부에서도 블로그를 하나의 매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파워 블로그의 하루 방문자 수는보통 1천 명이 훌쩍 넘어요.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우리의 의도를 정확히 알고 있기를 바라는 거죠. 그들이 올린 정보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니까요.” 블로거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잘못된 정보가 끝도 없이 퍼질 땐, 정말이지 손을 쓸 수가 없단다. 그래서 앞으로는 브랜드의 의도와 정보를 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장을 자주 마련할 계획이라고 귀띔한다. 이처럼 블로거가 인터넷 세상 안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때론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해외의 블로그나 잡지를 그대로 번역해서 옮기거나, 스크랩하는 정도의 단편적인 콘텐츠는 일회성에 그칠 수 있는 데다, 개인의 독자적인 의견이나 오보가 기정사실화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 화려한 세계를 좇는 이에겐 독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할 점은 패션을 사랑하는 블로거의 순수한 열정이 모여 지금의 ‘1인 미디어’ 시대를 만들어냈고, 디자이너와 패션 하우스를 움직였으며, 패션 월드를 보다 풍부하게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앞마당을 배경으로 자기 옷장 안에서 꺼낸 아이템을 입고 카메라로 자유롭게 촬영하고 즐기면서, 패션을 ‘우리 모두’가 즐기는 것으로 만들어놓은 그들이기에, 앞으로 패션계의 이야깃거리는 더 많아질 것이다.

LAIA GARCIA

(www.geometricsleep.com)뉴욕의 ‘아이보리 코스츠(Ivory Coasts)’라는 밴드의 보컬인라이아의 블로그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컬렉션에 관한 솔직한 비평과 동영상 등 그녀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꾸며져 있다.

ALLURE 블로그는 언제 처음으로 시작했나?
LAIA 4년 전이었어요. 친구가 음악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참 멋져 보였거든요. 글 쓰는 연습을 하기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ALLURE 주로 무엇을 통해 자료를 얻나?
LAIA 모든 것에서 얻어요. 수없이 많은(그녀는 million이라 표현했다) 블로그와 잡지를 읽어요. 그리고 제 주변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곤 하죠.

ALLURE 블로그 이름이 독특한데, ‘GeometricSleep’이 무슨 의미인가?
LAIA 예전에 꿈을 꾼 적이 있어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고 노력하는데,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그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생각했죠. ‘이거야말로 Geometric Sleep인걸!’ 그리고 바로 몇 달 후에 블로그 이름으로 사용했죠. 왠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독특한 단어여서 마음에 들었거든요.

ALLURE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사귈 것 같다. 그들 중 <얼루어>에 소개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LAIA 엘리자베스(www.feelslikewhitelightning.com), 자자(www.garbagedress.com), 타비가 대표적인 친구예요. 우린 서로의 블로그에 코멘트를 남기면서 의견이나 정보를 교환하곤 해요.

ALLURE 최근에 본 패션쇼 중에 가장 멋진 쇼는 무엇이었나?
LAIA 이번 가을/겨울 미쏘니의 컬렉션이 가장 좋았어요. 독특한 레이어링과 미쏘니만의 텍스처가 정말 놀라웠죠.

ALLURE 블로그를 운영하는 당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LAIA 가장 중요한 건, 진실해야 하고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만약 파워 블로거를 꿈꾼다면, 당신이 얻는 모든 영감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 풀어내야 하죠.

ALLURE 앞으로의 꿈은?
LAIA ‘Super-Cool’한 패션 매거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CAROLINA ENGMAN

(www.fashionsquad.com) 스타일리스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스웨덴 소녀 캐롤리나의 블로그에는 그녀의 스타일링 사진, 컬렉션 리뷰, 좋아하는 아이템 사진이 가득하다.

ALLURE 블로그를 언제 처음 시작했나?
CAROLINA 2006년 4월이었어요. 제가 직접 찍은 사진과 패션에 대한 생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했죠.

ALLURE 당신의 블로그만이 가진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CAROLINA 저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재미가 없거나 관심이 없는 것은 절대 올리지 않죠. 제게 언제나 영감과 흥미를 주는 모든 것이 제 블로그에 담겨 있어요!

ALLURE 당신은 정말 스타일링을 즐기는 것 같다. 당신만의 스타일링 노하우가 있다면?
CAROLINA 당신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옷을 ‘특별한 날’을 위해 아끼지 말아요. 그렇게 개성있는 아이템을 베이식한 것들과 섞어 믹스앤매치하는 거죠.

ALLURE 사진을 보면, 당신은 정말 프로 모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일링뿐 아니라 헤어와 메이크업도 직접 하는지, 그리고 사진은 전문 사진가가 찍어주는지도 궁금하다.
CAROLINA 가끔, 잡지나 브랜드의 모델 일을 할 때에는 헤어와 메이크업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사진의 헤어와 메이크업은 스스로 해요. 사진은 남자 친구가 찍어요.

ALLURE 최근에 구입한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패션 아이템은?
CAROLINA 제프리 캠벨의 레이스업 앵클부츠예요. 조만간 이 아이를 소녀풍의 원피스와 두툼한 양말과 매치해 스타일링할 계획이랍니다.

ALLURE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CAROLINA 프로엔자 슐러와 드리스 반 노튼을 정말 좋아해요. 그들의 레이어링은 위트가 넘치고, 다양한 색과 무늬를 믹스앤매치하는 능력은 정말 최고죠. 그리고 미우 미우의 쇼를 보면서 언제나 스타일링의 팁과 영감을 얻곤 해요.

ALLURE 당신에게 패션이란?
CAROLINA 스스로를 표현하는 모든 수단!

DANNY ROBERTS

(www.igorandandre.blogspot.com) 패션쇼의 모델이나 블로거를 뮤즈로 그만의 감성이 담긴 일러스트를 선보이는 캘리포니아 청년!

ALLURE 블로그를 언제 처음 시작하게 되었나?
DANNY 원래부터 흥미는 가지고 있었지만, 실은 처음엔 겁부터 났어요.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잘 몰랐거든요. 그러다 2008년, 형이 회사에서 터득한 블로그 운영 방법을 가르쳐줬어요. 그렇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재미를 붙여나갔고, 지금은 제 일러스트를 공유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ALLURE 사람들이 당신의 블로그에서 무엇을 느끼길 바라는지?
DANNY 제 일러스트를 좋아하고 감상하길 원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블로그를 공유하고 싶어요. 그림은 서로 공유할 때, 진정성을 갖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블로그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것도 그 이유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도 제 일러스트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그야말로 놀라운 또 하나의 ‘작은 세상’이니까요.

ALLURE 당신의 블로그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무엇인가?
DANNY ‘My Girl Wears Chanel’이란 그림이에요. 샤넬의 2010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었죠. 그녀의 강하면서도 순수한 모습이 참 마음에 들어요.

ALLURE 포에버 21과 협업해서 티셔츠를 출시하는 등 참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브랜드나 패션 관계자들이 당신에게 어떻게 연락을 취하는지 궁금하다.
DANNY 대부분 이메일에요. 하루에도 수십 통의 메일이 날아오는데, 그래도 모두 꼼꼼히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ALLURE 당신의 블로그가 패션계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
DANNY 제 블로그가 패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정말로 그 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저는 모두가 제 블로그를 즐기길 바랄 뿐이에요.

ALLURE파워 블로거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DANNY 가장 중요한 것은 ‘진짜’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거예요. 다른 사이트에서 무엇을 하는지 영향 받지 말고 당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당신만의 콘텐츠를 올리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