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 첫선을 보이는 브랜드 더 틸버리, 데레쿠니, 뎁, 지 바이 게스. 아직은 조금 생소한 이름들이다. 백 번 보는 것보다 한번 입어보는 게 낫다. 패션 에디터 네 명이 취향대로 골라 입고 밖으로 나갔다.

1. 면 소재의 트렌치코트는 60만원대. 블라우스는 20만원대. 스커트는 20만원대. 태슬 장식의 소가죽 펌프스는 20만원대. 2. 실크 소재의 재킷은 40만원대. 울 소재의 기계주름 원피스는 40만원대. 페이턴트 가죽 소재의 메리제인 슈즈는 20만원대. 모두 뎁.

1. 면 소재의 트렌치코트는 60만원대. 블라우스는 20만원대. 스커트는 20만원대. 태슬 장식의 소가죽 펌프스는 20만원대. 2. 실크 소재의 재킷은 40만원대. 울 소재의 기계주름 원피스는 40만원대. 페이턴트 가죽 소재의 메리제인 슈즈는 20만원대. 모두 뎁.

 

DEBB

뎁은 디자이너 윤원정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앤디앤뎁의 세컨드 브랜드다. ‘21세기 데뷔탕트, 즉 사교계에 첫발을 내디디는 어린 숙녀’를 뮤즈로, 단정하지만 감성은 살아 있는 옷을 만든다. 첫 번째 컬렉션은 여성스러운 주름 장식과 복고풍 실루엣, 사랑스러운 색감이 특징이다.

소녀와 여인의 경계 어렸을 때부터 레이스나 리본 장식의 옷이라면 질색을 했다. 여성스러운 외모 때문에 소녀 풍의 옷을 입으면 흔히 말하는 ‘시크한’ 옷차림과 거리가 멀어질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뎁(Debb)’이 그런 고정관념을 허물었다. 섬세한 플리츠 장식, 퍼프 소매, 연보라색과 핑크색 등 요리조리 뜯어보면 무척이나 소녀적인 감성이 고급스러운 소재와 재단에 녹아들어 세련된 멋을 풍긴다. 이런 옷이라면 자칫 ‘촌스러울’ 걱정은 접어도 되겠다. 그래서 뎁의 옷으로 완연한 소녀가 되었다가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해보기로 했다. 복고풍의 큼지막한 칼라가 달린 블라우스와 핑크색 스커트, 케이프형 트렌치코트를 입고 간만에 졸업한 학교를 찾았다. 작전은 대성공! 후배들로부터 같이 학교에 다녀도 되겠다는 찬사를 들었다. 조금 낯뜨겁긴 하지만 어려 보인다는 말이 싫지는 않다. 다음 날에는 인터뷰가 있어서 차분한 회색 원피스에 실크 소재의 테일러드 재킷을 걸쳤다. 부드러운 울 소재의 주름 스커트 원피스는 단정해 보이면서도 활동하기 편해서 이런 중요한 날에 안성맞춤이다. 선명한 연두색 재킷을 입으니 격식을 갖추면서도 화사하고 친근한 인상을 풍긴다. 그 덕분인지 그날의 인터뷰는 성공적이었다. 에디터ㅣ김주현

1. 니트 소재의 스웨터는 9만9천원. 레이온 소재의 롱셔츠는 8만9천원. 레이스업 워커는 가격미정. 2. 스웨이드 소재의 재킷은 38만9천원. 줄무늬 톱은 3만9천원. 미니스커트는 6만9천원. 부츠는 가격미정. 모두 지 바이 게스.

1. 니트 소재의 스웨터는 9만9천원. 레이온 소재의 롱셔츠는 8만9천원. 레이스업 워커는 가격미정. 2. 스웨이드 소재의 재킷은 38만9천원. 줄무늬 톱은 3만9천원. 미니스커트는 6만9천원. 부츠는 가격미정. 모두 지 바이 게스.

 

G BY GUESS

지 바이 게스는 게스의 확장 라인이다. 빈티지와 캐주얼을 알맞게 섞은 ‘모던 빈티지’를 표방하는 브랜드로,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가격대가 매력적이다. 또 성숙한 느낌보다는 캐주얼을 즐겨 입는 멋쟁이에게 더 잘 어울린다.

캐주얼 vs 로큰롤 스타일 신규 브랜드 명단이 가장 먼저 내 앞에 왔다. 모처럼 선배들이 선택권을 나에게 1순위로 준 것이다. 망설임 없이 지바이 게스를 골랐고, 제일 먼저 입어볼 수 있게 되었다. 룩북을 보자마자 캐주얼 룩과 로큰롤 룩을 떠올렸다. 먼저 완성한 것은 캐주얼 룩. 가을이면 늘 입던 품이 큰 스웨터를 선택하고, 무릎까지 오는 셔츠를 안에 받쳐 입었다. 그 후, 하이힐과 굽이 낮은 워커를 두고 고민했다. 결론은 워커. 예쁜 것보다 멋진 캐주얼 룩을 연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로큰롤이었다. 바이커 재킷을 닮은 스웨이드 소재의 재킷과 민소매 톱은 쉽게 매치했는데 스키니 팬츠를 입어야 할지, 손바닥만 한 미니스커트를 입어야 할지 결정할 수 없었다. 답답하게 지켜보던 선배가 옆에서 말한다. “치마 입어. 너 만날 바지만 입고 다니잖아.” 사실, 로큰롤 룩을 떠올리며 가죽 소재의 미니스커트를 미리 점 찍어두긴했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도전이 돼버린 미니스커트를 입고 버클 장식의 부츠를 매치해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전신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생각했다.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 스터드 장식의 가방을 들면 더 예쁘겠군.’ 가파른 계단에서 다소곳하게만 걷는다면. 에디터ㅣ이혜미

1. 재킷은 17만9천원. 점프슈트는 12만9천원. 리본 브로치는 7만9천원. 스카프는 6만9천원. 2. 트렌치코트는 17만9천원. 줄무늬 원피스는 17만9천원. 니트 소재의 브로치는 각각 7만9천원. 모두 더 틸버리.

1. 재킷은 17만9천원. 점프슈트는 12만9천원. 리본 브로치는 7만9천원. 스카프는 6만9천원. 2. 트렌치코트는 17만9천원. 줄무늬 원피스는 17만9천원. 니트 소재의 브로치는 각각 7만9천원. 모두 더 틸버리.

 

THE TILBURY

더 틸버리는 클래식에 트렌드를 담아 표현하는 브랜드인데, 그 스타일이 과하지 않고 담담해서 좋다. 특히 다채로운 아우터 컬렉션이 마음에 든다.

빈틈 있는 드레스업 당장 어디론가 떠날 순 없으니 옷이나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즈음 새 브랜드의 새 옷을 입어볼 기회가 생겼다. 브랜드의 이름은 더 틸버리(The Tilbury). 일단 내가 늘 입던 캐주얼한 롱원피스와 시폰 소재의 트렌치코트를 골랐다. 몸에 달라붙는 롱스커트는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아서 촬영할때는 절대 입지 않는데, 이 스커트는 니트 소재라 촬영장에서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시폰 소재의 트렌치코트를 걸쳐 입으니 적당히 드레스업한 느낌이라 흡족했다. 진짜 가을 여자가 된 것도 같고. 다음 날에는 좀 더 단정해 보이는 칼라 없는 재킷을 골랐다. 여기에도 롱스커트를 입을까 하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내가 절대 입을 리 없는 짧고, 하늘하늘한 점프슈트로. 미팅이 있어 재킷을 걸치고 회의실로 갔는데, 진짜 ‘오피스 레이디’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여성스럽게 차려입은 것이 무안해서 재빨리 의자에 앉았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인데, 이런 점프슈트를 입을 때는 딱 떨어지는 재킷 대신 빈티지한 밀리터리 점퍼를 입는 게 더 예쁘다. 그래도 칼라 조차 없이 심플한 재킷은 미팅 내내 나를 뿌듯하게 했고, 결국 ‘이번 가을에는 이렇게 칼라가 없는 재킷을 하나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대신 조금 헐렁해 보일 수 있는 티셔츠나 저지 스커트와 함께 입는 게 좋겠다. 에디터ㅣ이윤주

1. 블라우스는 50만원대. 팬츠는 35만8천원. 울 소재 베스트는 79만8천원. 진주 목걸이는 19만8천원. 타조가죽 소재의 숄더백은 70만원대. 가죽 펌프스는 40만원대. 2. 실크 소재의 블라우스는 39만8천원. 팬츠는 45만8천원. 호피무늬 팔찌는 25만8천원. 양가죽 소재의 팔찌는 23만8천원. 뱀피 소재의 팔찌는 33만8천원. 스웨이드 소재의 부티는 50만원대. 모두 데레쿠니.

1. 블라우스는 50만원대. 팬츠는 35만8천원. 울 소재 베스트는 79만8천원. 진주 목걸이는 19만8천원. 타조가죽 소재의 숄더백은 70만원대. 가죽 펌프스는 40만원대. 2. 실크 소재의 블라우스는 39만8천원. 팬츠는 45만8천원. 호피무늬 팔찌는 25만8천원. 양가죽 소재의 팔찌는 23만8천원. 뱀피 소재의 팔찌는 33만8천원. 스웨이드 소재의 부티는 50만원대. 모두 데레쿠니.

 

DERERCUNY

2005년 밀란에서 론칭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로 화제를 모았던 데레쿠니가 재정비를 마치고 새롭게 태어났다. 클래식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서로 다른 간결한 우아함 모험보다는 친숙함을 좋아하는 편이라 새로운 브랜드는 대체로 경계의 대상이다. 브랜드 고유의 색깔에 취하고 몸을 맡기고 비로소 내 옷이 되는 특별한 과정을 아무 브랜드에나 베풀 순 없으니까. 그런데 데레쿠니는 좀 달랐다.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은, 간결한 우아함이 처음부터 마음을 끌었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은 평소 스커트를 즐겨 입는 편인데, 팬츠로 그 우아함을 걸쳐보고 싶었다. 그래서 팬츠를 주인공으로 하나는 클래식하게, 또 다른 하나는 좀 더 스포티하게 연출해보기로 했다. 검은색의 울 소재 베스트와 시가렛 팬츠를 입고 아이보리색 블라우스를 매치했다. 실크 블라우스는 풍성한 주름 덕에 뱃살을 감쪽같이 가렸고, 길게 떨어지는 베스트는 세련된 인상을 주었다. 시안 미팅차 만난 스태프들은 살이 빠진 것 같다, 오늘 근사하다, 라는 칭찬을 보내왔다. 만족스러웠다. 화보 촬영날에는 하늘거리는 실크 트레이닝 팬츠를 입었다. 너무 편안해 보이지 않도록 베이지색 앵클부츠를 곁들였다. 옷은 분명 근사한데, 내 옷은 아니었나 보다. 미팅 때 만났던 그 스태프들은 촬영날, 그새 살쪘냐는 슬픈 멘트를 날렸으니. 허벅지가 통통하고 다리가 짧은 체형에는 무리수가 있는 디자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툭 떨어지는 간결한 실루엣과 편안한 착용감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싶다. 에디터ㅣ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