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치장할 수 있을까? 얼루어의 네 명의 패션 에디터는 몸에 걸치는 모든 것을 10만원으로 해결하는 미션을 안고 SPA 브랜드인 자라, H&M, 유니클로, 포에버21을 찾았다.

면 소재의 줄무늬 원피스는 4만9천원 十 가죽 스트랩 샌들은 4만9천원 = 합계 : 9만8천원, 모두 자라(Zara).

면 소재의 줄무늬 원피스는 4만9천원 가죽 스트랩 샌들은 4만9천원 = 합계 : 9만8천원, 모두 자라(Zara).

 

휴가지의 낭만을 담아!

에디터 박선영
나는 특이한 버릇을 가졌다. 특별한 날을 앞두면 꼭 새 옷을 산다. 이유는 분명하다. 새 옷을 입은 날엔 무엇을 하든 즐거움이 곱절이 되기 때문이다. 이 버릇은 국내에 SPA 브랜드 론칭이 잦아지면서 더 심해졌다. 언제 들러도 신상품을 만날 수 있고, 가격도 부담 없으며, 점원의 눈치를 보며 쇼핑하지 않아도 되니 나의 이런 특이한 버릇을 해소해주기 그만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스페인 브랜드 자라를 좋아한다. 그 시즌의 가장 트렌디한 디자인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데다 가격대비 소재나 재단이 훌륭한 편이다. 그리고 20~30대 여성들이 쇼핑하기 좋은 디자인이 많다. 친구들과 갑자기 떠나게 된 제주도 리조트로의 여행을 앞둔 전날에도 어김없이 자라 매장으로 달려갔다. 마침 ‘10만원의 행복’이라는 칼럼도 기획 중이라 겸사겸사 해서 10만원 미만의 리조트 룩 쇼핑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라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해줄 10만원 미만의 쇼핑은 어려웠다. 특히 프린트 드레스와 실크 와이드 팬츠 등 런웨이에서 봤던 것 같은 근사한 디자인이 가득한 우먼 컬렉션과 베이식 라인에서는 한 가지 제품만 살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쇼핑 목표는 10만원 미만에서 자라 의상만으로 한 벌의 근사한 리조트 룩을 연출하는 것. 아쉬운 마음을 접고 자라에서 가장 저렴하고, 또 가장 젊은 라인인 캐주얼 라벨, TRF(Trafaluc) 섹션으로 향했다. 당장 바다로 떠나도 손색없을 제품들 중 경쾌한 미니드레스를 골랐다. 그리고 파인애플을 닮은 노란색 플랫 샌들을 매치해 트로피컬 느낌을 더했다. 간신히 턱걸이 하긴 했지만 자라TRF 라인에서의 10만원 미만 쇼핑은 꽤 만족스러웠다.

 

면 소재의 피케 셔츠는 2만9천9백원 十 칠부 길이의 데님 팬츠는 3만9천9백원 十 라피아 소재의 페도라는 1만4천9백원 十 고무 소재의 샌들은 1만2천9백원 = 합계 : 9만7천6백원, 모두 유니클로(Uniqlo).

면 소재의 피케 셔츠는 2만9천9백원 칠부 길이의 데님 팬츠는 3만9천9백원 라피아 소재의 페도라는 1만4천9백원 고무 소재의 샌들은 1만2천9백원 = 합계 : 9만7천6백원, 모두 유니클로(Uniqlo).

 

줄무늬 대신 도트무늬

에디터 이혜미
“또 줄무늬야?” 새 옷을 꺼내 보이자 동생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이미 옷장에는 줄무늬 옷이 수북이 쌓여 있다(언젠가 정리하겠지). 맞다. 나는 줄무늬 옷 마니아다. 하지만 올 여름, 마린룩 만큼은 특별하게 해석하기로 했다. 끝없이 애정을 쏟았던 줄무늬 옷이 아닌 도트무늬 의상이 내 레이더 망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변심이라기보단 새로운 마린 룩을 위한 도전이다. 모스키노의 도트무늬 의상에 제대로 꽂힌 탓도 있지만. 어쨌든 풍성한 원피스, 롱 스커트, 민소매 톱에 표현된 도트무늬의 다양한 변주를 본다면 누구라도 혹하게 될 것이다. 매니시 룩의 추종자인 내게도 매력적이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빈번한 촬영과 마감을 위해 복잡한 스타일링보다는 캐주얼한 마린 룩이 절실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선택을 받은 것은 도트무늬의 피케 셔츠다. 수수한 디자인이 나와 잘 어울리고, 신발장에 있는 샌들, 운동화, 로퍼와 매치해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유니클로를 찾았다. 다양한 피케 셔츠를 접할 수 있으니까.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흰색 도트무늬의 피케 셔츠 앞으로 직진했다. 깔끔한 디자인과 색상이 시원해 보인다. 모스키노 의상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한 멋이 있고, 도트무늬 덕분에 귀엽고 앙증맞기까지 하다. 버뮤다 팬츠가 있었다면 더 좋겠지만 흰색 데님 팬츠도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다. ‘밋밋한가?’ 전신거울 앞에서 살펴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포인트를 찾으려고 어슬렁거리다 ‘저거다!’ 싶은 중절모를 발견했다. 만족스러운 쇼핑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은 사치일 뿐, 커피숍 혹은 공원이라도 거닐고 싶지만 마침 전화가 걸려온다. 사무실이다. 그래도 모든 옷을 10만원으로 쇼핑했다는 걸로 마음을 달랬다.

 

선글라스는 6천8백원. 十 에스닉 무드의 면 소재 맥시 드레스는 3만6천8백원 十 나무 소재의 팔찌는 8천8백원 十 인조가죽 소재의 숄더백은 3만8백원 十 인조가죽 소재의 통은 9천5백원 = 합계 : 9만2천7백원 모두 포에버21(Forever21).

선글라스는 6천8백원. 에스닉 무드의 면 소재 맥시 드레스는 3만6천8백원 나무 소재의 팔찌는 8천8백원 인조가죽 소재의 숄더백은 3만8백원 인조가죽 소재의 통은 9천5백원 = 합계 : 9만2천7백원 모두 포에버21(Forever21).

 

해변의 여인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

에디터 김주현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 시달릴 때면, 나는 어김없이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바다로 달려간다. 올 여름엔 하늘하늘한 스커트 자락을 날리며 해변의 여인으로 거듭날 꿈에 부풀어 있다. 내친김에 ‘해변의 여인’ 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장 문을 열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둡다. 죄다 검은색이나 회색의 칙칙한 색깔에 실크나 레이온 등 물에 약한 소재의 맥시 드레스뿐이다. 머릿속에서는 우아하게 해변을 거닐고 있는데, 현실과 이상의 차이는 아찔하다. 실패할지도 모르는 이런 과감한 스타일에 큰 돈을 투자하긴 아깝고,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이 바로 포에버21이다. 에스닉한 스타일부터 사랑스러운 꽃무늬까지 포에버21에는 없는 프린트가 없다. 게다가 물에 젖어 변색되거나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을 1만원 이하의 저렴한 액세서리도 많다. 커다란 매장에서 한참을 헤맨 끝에 마음에 드는 면 소재의 에스닉풍 드레스를 발견했다. 가격표를 슬쩍 보니 3만6천8백원. 신이 나서 함께 신을 인조가죽 통과 투박한 나무 소재의 팔찌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내친김에 인조가죽 숄더백과 선글라스까지 골랐다. 옆 계산대에서는 한 개 남은 제품의 재입고 여부를 두고 실랑이가 한창이다. 매일 새로운 제품이 입고되기 때문에 재입고가 가능한지 장담할 수 없단다. ‘내가 산 옷도 곧 매장에서 사라지겠지?’ 그러므로 만약 포에버21에서 꼭 사고 싶은 제품을 발견했다면 재빨리 사야 한다. 망설이다 보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9만원대로 쇼핑을 마치자 이번에는 다른 스타일에 도전하고픈 유혹이 든다. D&G 컬렉션의 소녀적인 피크닉 룩, 아니면 마크 제이콥스의 70년대풍 크루즈 룩?

 

시스루 슬리브리스는 3만5천원 十 브라 톱은 1만원 十 프린트 레깅스는 2만5천원 十 스니커즈는 1만9천원 十 반지는 1만원 = 합계 : 9만9천원 모두 H&M.

시스루 슬리브리스는 3만5천원 브라 톱은 1만원 프린트 레깅스는 2만5천원 스니커즈는 1만9천원 반지는 1만원 = 합계 : 9만9천원 모두 H&M.

 

로큰롤 베이비

에디터 이윤주
마감 중에 뾰족해진 마음도 쇼핑만 나섰다 하면 천진해진다. 누군가는 몇 년 동안 바짝 쇼핑에 열중했더니 이제 쇼핑에는 흥미가 싹 가셨다고 하던데, 얼마나 더 옷을 사들여야 나의 쇼핑 욕구가 좀 사그라질까. 먹는 건 까다롭게 굴어도 패션 브랜드나 가격에 대한 생각은 열려 있는 편이다. 그래서 50만원으로 달랑 셔츠 한 장 사는 날도 있고, 10만원으로 티셔츠를 두 벌이나 사는 날도 있다. 그래도 돈은 적게 쓰고,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 집에 오는 길이 더 즐거운 건 사실이다. 특히 쇼핑백 무게보다도 가벼울 것 같은 여름옷에 몇 십 만원을 쓰자면 속이 좀 쓰리다. 여름이면 SPA 브랜드 숍에 더 자주 들르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SPA 브랜드에서는 10만원으로 마음만 먹으면 ‘한 착장’을 마련할 수도 있으니까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것처럼 의기양양해진다. 얼마 전에도 H&M 매장에 다녀왔다. 예산은 10만원, 목표는 곧 있을 록 페스티벌을 위한 스타일링. 음악에 관심이 많은 브랜드라 그런지 H&M에는 로큰롤 무드를 연출할 수 있는 재미있는 아이템이 많다. 제일 먼저 펑키한 프린트의 빨간색 레깅스를 집어 들었다. 이 정도 포인트는 있어야 록 페스티벌에 대한 예의일 것 같아서. 대신 레깅스를 입은 민망한 엉덩이를 얌전하게 덮어줄 회색 시스루 톱과 회색 스니커즈를 골랐다. 시스루 톱 안에 입을 뭔가를 찾으려니 고른 옷의 가격이 이미 7만9천원. ‘톱 안에 달랑 속옷만 입고 나갈 용기는 없는데, 어쩐다?’ 매장을 헤집어서 1만원 짜리 비키니 톱을 찾아냈을 땐, 심 봤다고 외칠 뻔했다. 그러고도 남는 돈으로는 두 개가 함께 달려오는 반지도 샀다. 매장을 나오는 길에는 내 엉덩이라도 두드려주고 싶을 만큼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