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대가 총출동한 2015년 가을/겨울 시즌의 핵심은 바로 맥시멀리즘. 빅토리아 시대의 기교, 1970년대의 히피 정신, 1980년대의 디스코 무드, 날것 그대로의 퍼까지 드라마틱한 12가지 트렌드 안내서가 여기 있다.

9 New Mod  
올해의 컬렉션을 하나로 정의 내린다면 ‘패션 시대의 총출동’. 70년대의 히피와 80년대의 멤피스 운동이 있다면 60년대는 앙드레 쿠레주의 유산이 이어졌다. 일찍이 모즈 룩을 선보여온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이번 시즌에도 실용적인 실루엣에 브랜드의 유전자를 녹여내는 역량을 발휘했다. 종전보다 살짝 길어진 A라인 스커트에 다미아니 패턴을 가미하고 슬며시 목을 덮는 터틀넥과 골지 니트를 매치하는 센스를 보여준 것. 여기에 굽이 낮은 메리 제인 슈즈로 마무리해 21세기식 모즈 룩을 완성했다. 디올 역시 1960년대, 미래를 향했던 쿠레주의 시각을 현대적으로 승화시켰다. V넥으로 깊게 파인 미니 드레스에 타이트하고 글로시한 가죽 사이하이 부츠로 도발적인 센슈얼을 더했다.

10 All that Glitter   
올 시즌에는 빛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 우아하게 빛나는 루렉스, 시퀸, 크리스털이 우리를 반긴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맞이한 구찌 컬렉션. 동시대적인 로맨티시즘을 선보인 그는 황동 컬러의 루렉스 소재의 플리츠 원피스로 반짝임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 크리스토퍼 케인 역시 경쾌하게 찰랑이는 그린 컬러 루렉스 드레스로 우아하게 빛나는 룩을 완성했다. 주얼리를 장식한 코쿤 실루엣의 드레스 상의를 미래적인 메탈 소재를 사용해 현대적인 뉘앙스를 가미한 발렌시아가의 알렉산더 왕, 몸에 밀착한 햇빛에 반짝이는 물이 흐르는 듯한 오묘한 메시 소재 드레스를 선보인 디올의 라프 시몬스도 우아한 반짝임에 심취했다.

11 Slip Chic

쿨하고 편안하며 여성스럽고 에로틱한 인상을 풍기는 것은? 그 완벽함의 결정체는 슬립 드레스다. 프리폴 시즌부터 크게 눈에 띄더니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겨울까지 그 기세를 이어갈 전망. 모든 시대가 어우러진 올 시즌 흐름에 슬립 드레스가 가리키는 곳은 바로 1990년대. 모던하게 깡마른 몸과 쇄골 라인을 무심하게 드러낸 케이트 모스가 입은 느낌 그대로 재현했다. 여심의 아이콘 세린느의 피비 파일로는 드레이프가 우아한 실크 슬립을, 클로에는 보다 유약하고 섬세한 레이스가 두드러진 슬립형 스커트를, 프라발 구룽은 비대칭 헴라인이 센슈얼한 실크 슬립 드레스에 울 소재 유틸리티 점퍼를 매치하여 쿨함을 더했다.

12 Quilting & Padding

뚱뚱한 실루엣이 유행이라면 믿겠는가? 그 실체가 여기 있다. 올 시즌 패딩은 커다랗고 부풀어 오를수록 세련돼 보인다. 펜디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기하학적인 프린트의 퀼팅 패딩 원피스는 과장된 실루엣의 트라페즈 라인으로 다리를 극명하게 날씬해 보이게 한다. 모스키노는 더욱 스포티한 쪽을 택했다. 블루, 옐로, 오렌지 컬러의 조화는 90년대 농구 선수를 연상시킨다. 오리가미 디테일의 패딩 스커트 슈트로 패딩을 쿠튀르로 승격시킨 샤넬에게도 후한 점수를 주지만  패딩 서바이벌의 승자는 세린느의 피비 파일로. 섹슈얼리티와 센슈얼리티, 그리고 옷의 완벽한 라인을 고민한 그녀는 얇은 어깨 부분에 단추를 달아 한쪽만 드러낸 패딩 코트로 패딩의 무한한 변신을 가능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