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대가 총출동한 2015년 가을/겨울 시즌의 핵심은 바로 맥시멀리즘. 빅토리아 시대의 기교, 1970년대의 히피 정신, 1980년대의 디스코 무드, 날것 그대로의 퍼까지 드라마틱한 12가지 트렌드 안내서가 여기 있다.

1 Eighties Back

70년대의 역대급 유행이 숨을 고르기도 전에 80년대가 치고 올라왔다. 베를린의 클럽 키즈와 컬러풀하고 조형적인 그래픽 디자인을 선보인 멤피스 그룹을 연상시키는, 대담한 프린트와 어깨를 강조하는 과장된 실루엣이 바로 그 증거. 올 시즌 맥시멀리즘을 가장 적극적으로 선도한 이는 로에베의 수장을 맡고 있는 조나단 앤더슨이다. 로에베 컬렉션에서는 기하학적인 패턴을 활용한 파워 숄더와 와이드 실루엣 팬츠의 매치를 선보였고, 자신의 레이블에서는 회화적인 터치가 돋보이는 원색의 향연을 펼쳤다. 80년대를 멋들어지게 요리하는 발맹 역시 과감하게 몸을 가로지르는 기하학적 프린트로 자신의 역량을 이끌어냈으며 루이 비통, 보테가 베네타, 생 로랑이 디스코 무드로 80년대의 귀환을 반겼다.

2 Bohemian WallPaper

간결하고 실용적인 트렌드는 완전히 잊어도 좋다. 올 시즌은 장식적이고 화려할수록 가치 있다. 플라워 프린트는 꽃과 넝쿨이 우아하게 흐드러진 오래된 벽지에서 모티브를 얻고 보헤미안 정취를 곁들여 맥시멀리즘을 지지한다. 버버리 프로섬은 오래된 영국 시골 저택의 거실을 들여다보는 듯한 꽃무늬를, 여백에 대한 공포심을 뜻하는 호로르 바쿠이(Horror Vacui)를 테마로 마리 카트란주는 호화로운 빅토리아풍의 다마스크로 입체적인 장식을 선보였다. 세밀화 같은 예술적인 터치를 더한 마르니, 매니시 슈트에 한 폭의 그림을 펼쳐 중성적인 모호함을 강조한 구찌, 페이즐리와 장미 자카드로 우아한 관능을 보여준 스텔라 맥카트니까지 할머니의 옷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꽃무늬가 대세.

3 The Goth Black

블랙이 돌아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맣게 물들인 시크한 물결이 돌아온 것이다. 대신 미니멀리즘과 결별하고 이번엔 고딕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못되고 불손한 나쁜 여자가 되는 지름길을 알고 싶다면 지방시, 톰 브라운, 알렉산더 맥퀸, 알렉산더 왕, 발렌티노의 컬렉션을 참고할 것. 지방시, 톰 브라운, 알렉산더 맥퀸은 견고함과 유연함, 어두움과 로맨틱함 등 대립적인 요소로 쿠튀르적인 의상을 선보였고, 젖은 머리에 블랙 가죽, 메탈 체인 장식으로 어두운 중세 무드를 스트리트 감성으로 업그레이드한 알렉산더 왕은 그중 가장 현실적인 답을 준다. 블랙 레이스, 실크, 매트한 가죽으로 소녀가 마녀로 변하기 직전의 오묘한 분위기를 완성한 발렌티노는 서정과 실용의 접전을 제시한 컬렉션이었다.

4 The Aran Knit  
이번 시즌 무엇을 사겠는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알렉산더 왕의 니트 스웨터를 사겠노라 답하겠다. 가을이 기다려지는 절대적인 이유인 니트 스웨터가 올 시즌 더욱 다양한 게이지와 니팅 노하우를 담았다. 특히 피셔맨즈 스웨터의 일종인 아란 스웨터가 유행할 전망. 아이리시 스웨터라고도 부르는 아란 스웨터는 텍스처와 요철을 강조해 더욱 풍성하고 포근한 스타일을 연출한다. 특히 자연스러운 크림색과 베이식한 네이비 컬러가 강세. 앞서 언급한 알렉산더 왕을 비롯해 스포트 막스, 이자벨 마랑, 마이클 코어스, 알투자라, 발렌티노 등이 투박한 니트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아란 니트를 멋스럽게 입는 방법은 데님, 가죽, 실크 소재로 상반된 매력을 끌어내는 것이다.